우리나라 고추에 병을 일으키는 병원체는 곰팡이, 세균, 바이러스가 있으며, 이들에 의해 약 33종의 병이 발생하는 것으로 보고되어 있다. 고추를 재배하는 농가에서 재배방식에 따라 집중적으로 관리해야 하는 병이 다르게 나타난다. 노지에서 재배하는 고추의 경우 탄저병·풋마름병·역병·바이러스병이 문제가 되고, 시설에서 재배하는 고추의 경우 잿빛곰팡이병·흰가루병·바이러스병 등이 주요 관리 병해가 된다.
이번호에서는 고추에 발생하는 주요 관리병의 특성을 알아보고, 고추에 감염됐을 때 나타나는 병징과 그 관리방법을 설명하고자 한다.
탄저병 (원인균: Colletotrichum spp., 곰팡이)
고추에 발생하는 탄저병은 곰팡이에 의해 발생하는 병해이다. 고추 탄저병은 주로 과실에서만 발생하여 농가에 직접적인 경제적 피해를 끼치므로 고추를 재배하는 농가에서 가장 경계하는 병이다.
고추 탄저병의 주요 증상은 처음에는 과실에 물이 묻은 듯한 수침상 증상을 동반하면서 과실에 검정색의 작은 반점을 형성한다. 과실에 감염된 이후에는 병이 진전될수록 병반이 커지면서 과실표면이 움푹 들어간다. 고추 탄저병에 심하게 감염된 과실은 표면이 움푹 들어가게 되며 가운데 부분에 주황색의 탄저병균 포자들이 다량으로 형성하게 된다.
고추 탄저병을 관리하기 위해서는 병든 과실을 발생 즉시 제거해주고, 비가 오기 전 고추 탄저병 방제용 살균제를 살포하여 탄저병균의 생육을 억제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탄저병균의 발생과 가장 연관 있는 것이 강우이기 때문에 장마기 전·후로 포장관리가 매우 필요하다.
역병 (원인균: Phytophthora capsici, 곰팡이)
고추 역병은 곰팡이에 의해 발생하는 병해이다. 이 병은 육묘시기부터 전 생육기에 걸처 피해를 끼친다. 고추 역병균은 토양에서 서식하는 토양전염성 병해이며, 물을 좋아하여 배수가 불량한 곳이나 비가 자주 오는 곳에서 감염이 많이 이뤄진다. 하지만 기온이 상승하는 여름에는 잠시 소강상태를 보인다. 고추 역병에 감염된 고추는 주로 줄기부분이 암갈색으로 변색되면서 썩어 들어간다. 이로 인해 상위엽이나 식물체 전체가 마르는 형태의 병징을 보이며 고사한다.
최근에는 고추 육종을 통해 역병 저항성 품종을 생산(고추 품종에 ‘PR’ 혹은 ‘역강’이라는 명칭을 붙임)하고 있어 그 피해가 줄어드는 경향을 보인다. 하지만 비가 잦거나 배수가 불량한 곳에는 어김없이 발생하고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고추 역병이 발생한 포장에는 어린 묘의 경우 빨리 제거하여 역병균이 빗물에 의해 건전한 식물체로 감염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또한 고추 역병 감염주가 발생하면 즉시 고추 역병 방제용 살균제를 살포하여 역병균의 발생을 억제하여 추가적인 감염을 막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풋마름병 (원인균: Ralstonia solanacearum, 세균)
고추에 발생하는 풋마름병은 재배농가에선 주로 청고병이라고 한다. 이 병은 다른 병과 달리 세균에 의해 발생하는 고추의 주요 관리병이다. 고추가 풋마름병균에 감염되면 식물체 내부의 도관이 막히면서 식물체 전체가 급격하게 시드는 증상을 보이는 것이 특징이다. 이러한 외부 병징은 역병과 매우 유사하지만, 식물체 도관을 잘라 물에 담가 봤을 때 우유빛 세균누출액이 나오면 풋마름병이라고 추정할 수 있다.
고추 풋마름병은 비가 자주 오고 온도가 높은 기후조건일 때 발생이 많다. 이 병은 세균병으로 한번 발생하게 되면 방제가 매우 힘들다. 따라서 풋마름병이 한번 발생했던 농가는 차년도에 정식하기 전 충분한 토양소독을 통해 병원균을 사멸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고추 역병과 마찬가지로 물을 통해 이동·감염되기 때문에 배수가 불량하지 않도록 잘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세균점무늬병
(원인균: Xanthomonas campestris pv. vesicatoria, 세균)
고추 세균점무늬병은 주로 잎에 발생하는 세균병이다. 이 병은 육묘상에서도 발생하지만 7~8월 무더운 여름에 발생이 많은 병이다. 감염 초기에는 녹색 잎에 노란색 혹은 백색의 작은 달무리가 형성된다. 이후 이 달무리 가운데 부분이 갈색 혹은 백색으로 변색되면서 병반이 커져간다.
고추 세균점무늬병균은 바람이 많이 불거나 비가 많이 온 이후에 발생이 늘어가게 되므로 장마기 전·후 관리가 필요하다. 또한 건전한 종자를 사용하여 세균점무늬병의 사전 감염을 막는 것도 필요하다. 고추 세균점무늬병이 상습적으로 발생하는 종자는 온수처리 방법을 통해 종자에 붙어 있는 세균점무늬병균을 사멸시키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된다.
온수처리 방법은 다음과 같다. 먼저 18℃ 물에 고추 종자를 10분간 침지한다. 그 다음 50℃의 온수에 30분간 침지한다. 이후 파종을 하거나 자연건조 후 보관하게 되면 세균점무늬병의 감염을 막을 수 있다.
<팜&마켓매거진 7월호>에서 고추 병해충에 대해 더 자세히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