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1월 세계 50번째로 UPOV에 가입한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20주년이 되었다는 것에 채소 종자인의 한 사람으로서 매우 기쁘게 생각합니다.
UPOV 가입 당시, 국내 육성가 권리 보호, 우수품종 개발 촉진, 인류 공동이익 기여라는 취지를 살려 국내 채소종자산업의 발전과 수출 증대를 위해 다방면으로 민·관·학이 혼연일체가 되어 지금까지 노력해온 것이 사실입니다.
그 결과 국내 채소종자 내수시장은 한국종자협회 추산 2002년 1,533억 원에서 2021년 3,340억 원으로 약 2.2배 성장하고, 채소종자 수출 역시 2002년 1,877만 달러에서 2021년 5,403만 달러로 약 2.9배 성장하는 그림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돌이켜보면 2002년 당시 국내 채소종자산업의 가장 큰 화두는 영세한 기업 규모였습니다.그리고 20년이라는 시간이 흐른 현재 역시 국내 채소종자 산업의 가장 큰 걸림돌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지금도 가장 많은 답변이 영세한 기업 규모라고 합니다.그럼 왜 20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국내 채소종자산업의 가장 큰 문제가 기업의 영세성이라고 할까요?
UPOV 가입 이후 정부 차원에서 골든시드 프로젝트라는 국내 종자산업 발전을 위한 장기 지원 사업을 2012년부터~2021년까지 10년간 채소종자산업 육성을 위해 지원 했음에도 국내 대부분의 채소종자 기업들은 아직도 영세성을 면치 못하고 정부지원자금의 대부분을 기업 운영 자금으로 사용하는 처지에 놓이게 되었는지에 대해 냉정한 자기반성이 필요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국내의 영세한 채소종자 기업을 경쟁력이 있는 기업으로 육성하고, 내수 시장의 확대와 수출을 증대하기 위해서 다음과 같은 제언을 드려봅니다.
첫째, 기업 규모에 맞는 맞춤형 지원입니다. 이제는 더 이상 형평성, 공평성의 논리에 갇혀있지 말고 실질적으로 이익을 창출해 낼 수 있는 채소종자 기업을 규모별로 지원해야 합니다. 예를 들자면 매출 50억 이상 육성기업, 100억 이상 진입기업, 500억 이상 선도기업으로 분류하여 각 육성 군별로 필요한 부분에 대해 적재적소에 지원해 줄 수 있는 맞춤형지원제도를 시행하여 정부지원자금이 기업운영 자금으로 사라지지 않고 마중물이 되어 국내 채소종자 기업들의 지속 가능한 성장과 신품종 개발이 진행될 수 있도록 혁신적인 지원 체계가 필요하다고 하겠습니다.
둘째, 보다 강력한 품종보호제도의 운영입니다.과거나 현재를 살펴보면 육성가 또는 종자기업의 권리 보호를 위해 종자산업법과 식물신품종보호법을 기준으로 정부기관에서 주도적으로 관리해 나가고 있지만, 실제로 품종보호권 침해 상황이 발생하면 모든 것을 침해자가 아닌, 침해를 받은 자가 입증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따라서 품종보호권 분쟁 발생 시 정부 기관에서 지금보다 더 적극적으로 개입하여 침해한 자가 자신과 무관함을 입증하도록 하고, 만약 그렇지 못할 경우에는 강력한 처벌받을 수 있도록 법 제도를 개선하고 운영해 나가야만, 국내 종자 기업들도 경쟁력을 높여 나가고, 국내에 진출한 글로벌 다국적기업들도 신품종 육성을 위한 투자를 확대해 나갈 것입니다.
셋째, 국내 채소종자 기업들의 R&D 투자 확대 분위기 조성입니다.최근 R&D 기반을 갖춘 국내 채소종자 기업들이 장기간, 많은 비용을 투자해서 육성한 신품종은 불과 1~2년 정도가 지나면 유사 품종들이 난무하는 상황으로 변합니다.또한, 일품종이명칭 품종들도 별다른 제재 없이 판매되고 있어, 현재 국내 채소 종자유통 상황은 매우 혼탁하고 이렇게 급조된 유사 품종들은 별다른 안정성 검정도 제대로 받지 않고 보급되고 있는 현실입니다.이런 상황이 반복되면서 품종의 라이프사이클은 빨라지는 반면에 기업들의 R&D 투자 의욕은 줄어들고 있으며, 재배 농민들의 우리 품종과 기업들에 대한 불신은 커져만 가고 있습니다.정부는 품종을 쉽게 출시할 수 있게 되어있는 현 종자 유통 체계에 대한 재검토와 동시에 적극적인 관리를 시행하여, 채소종자 기업들 스스로 R&D 투자를 확대해나갈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해야 할 것입니다.
끝으로 채소 종자 산업은 미래 식량 주권 확보와 국민에게 안정된 먹거리를 공급하는 매우 중요한 산업이라는 인식에 모두가 공감하고, 아직은 미미하지만 다가올 미래에는 채소종자 수출 2억 불 달성을 현실화시킬 수 있도록 민·관·학이 함께 관심을 가져야 할 것입니다.또한 채소 종자 산업이 국가 기간산업이라는 인식을 갖고 지속적으로 지원한다면 다양하고 우수한 채소 신품종이 육성되고, 머지않은 장래에 대한민국의 주력 수출 품목이 반도체에서 채소 종자로 바뀌어 나갈 것이라 전망합니다.
*국립종자원 UPOV 가입 20주년 기념 심포지엄 ‘식물 신품종 육성 발전 방향 모색 토론회’에 발표한 내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