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호에 이어 남원 복숭아 농가 최홍선 대표의 이야기를 이어간다. 이번 호에서는 여름밤 복숭아나무를 관리하는 방법부터 수확 시기를 결정하는 기준, 소비자를 단골로 만드는 최 대표의 농사 이야기를 담았다. 밤 10시, 다시 나무 상태를 체크한다 폭염과 열대야가 이어지면 밤에도 과수원으로 향한다. 낮 동안 높은 온도에 시달린 나무가 밤에 제대로 쉬지 못하면 과실 품질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특히 열대야가 계속되면 나무의 호흡량이 늘면서 과실의 맛을 유지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고 보고, 토양 수분과 과원 온도 관리에 더욱 신경을 쓴다. 필요하면 밤에 물을 공급해 토양과 과원의 열을 낮추고, 나무 상태에 따라 영양분도 조금씩 공급한다. 택배 작업이 없는 날에도 밤 10시 30분이 되어서야 일을 마치고, 바쁜 날에는 밤 11시 30분이 돼서야 과수원을 나설 때도 있다고 했다. 방제는 며칠 또는 일주일 이상의 간격을 둘 수 있지만, 영양·수분 관리 장비는 여름철이면 거의 매일 밤 가동하기 때문이다. “올해는 더 더웠지만 상품성은 오히려 지켰습니다.” 올해처럼 폭염이 이어지는 날씨는 복숭아 농가에 쉽지 않은 조건이다. 강한 햇볕과 고온은 과실의 장해
공주시 탄천면에서 300평 규모의 고추밭을 일구는 박용중 대표는 올해 홍고추 기준 한 그루당 약 3.5~4kg, 고춧가루로는 1근 이상을 수확하고 있다. 지난 9월 3일 취재 당시 이미 여섯 번째 수확 중이었고, 여전히 열매는 주렁주렁 달렸다. 2m에 육박할 만큼 자란 고추작물은 양쪽 고랑의 줄기와 잎이 서로 맞붙으면서 긴 터널을 만들었고, 무성한 고춧잎이 햇볕을 가려 한낮에도 터널 안은 바깥보다 한결 시원했다. 공직생활을 마친 뒤 귀농해 2021년부터 본격적으로 고추농사를 시작했다. 올해로 6년째다. 첫해에는 탄저병과 낮은 수확량을 경험했지만 이후 토양검정과 영양관리, 작용기작을 고려한 교호 살포, 방아다리 아래 곁순 관리 등을 직접 공부하고 밭에 적용하면서 자신만의 재배법을 만들어가고 있다. 노지 300평에 1,500주 고추 식재 노지 밭에는 고추 약 1,500주가 심겨 있다. 고랑 간격은 약 1.4m, 고추 포기 간 거리는 약 43~45cm다. 고랑을 넓게 잡았는데도 고추가 워낙 왕성하게 자라면서 양쪽 줄기와 잎이 서로 맞닿았다. 1.8m 길이의 지주가 고추 사이에 묻힐 정도이고 일부는 2m에 육박할 만큼 자랐다. 이처럼 왕성한 생육은 박 대표가 지난
“저도 원래 신고 품종을 재배했어요. 진짜 맛있는 배를 한번 만들고 싶었습니다.” 전남 나주시에서 배 농사를 짓는 해오름영농조합법인 김지현 대표가 국산 배 품종을 선택한 이유다. 소비자가 먹었을 때 맛있다고 느끼고 다시 찾을 수 있는 배를 생산하고 싶다는 생각이 오랫동안 재배해 온 신고에서 새로운 품종으로 눈을 돌리게 했다. 그 선택은 몇 그루를 시험 삼아 심어보는 수준에 머물지 않았다. 김 대표가 경영하는 배 과원은 약 6만 평. 이 가운데 약 4만 평에 국산 품종을 도입했다. 오래된 신고나무를 철거하고 과원을 다시 조성하면서 창조를 비롯해 슈퍼골드, 설원 등 농촌진흥청에서 육성한 품종의 비중을 과감하게 늘렸다. 6만 평 중 4만 평, 국산 품종 국내 배 산업에서 신고의 비중은 압도적이다. 2025년 기준 신고 재배면적은 전체 배 재배면적의 85.4%에 달한다. 오랫동안 농가의 생산과 출하 역시 추석과 설 등 명절 수요에 맞춰 형성돼 왔다. 이러한 생산구조 속에서 김 대표의 과감한 품종 전환은 눈길을 끈다. 과수 농가에서 품종 전환은 쉬운 결정이 아니다. 한번 나무를 심으면 장기간 재배해야 하고 새로운 품종으로 바꾸면 안정적인 생산에 이르기까지 다시 시간이
“나는 농사를 절대로 짓지 않겠다고 했던 사람입니다.” 전북 정읍시에서 약 6,300평 규모의 복숭아 과원을 경영하는 유종천 정읍시복숭아연구회장은 농업과는 거리를 두고 살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나 인생은 그를 다시 농촌으로 불러들였다. 처음 시작한 사과 농사는 태풍으로 무너졌고, 다시 일으켜 세운 과원도 또 한 번의 태풍을 피하지 못했다. 농업을 포기하고 건설 현장에서 일하기도 했지만 결국 그는 다시 과수원으로 돌아왔다. 두 번의 태풍과 실패를 견딘 끝에 선택한 작목이 복숭아였다. 이제 그는 정읍을 대표하는 복숭아 농업인이자 지역 농가의 기술 교류와 화합을 이끄는 정읍시복숭아연구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김원심 농촌지원과장은 “유종천 회장은 ‘맛이 우선’이라는 확고한 철학으로 정읍 복숭아의 품질을 이끌어 온 농업인이다. 연구회 회원들과 재배 경험을 공유하며 함께 성장하는 문화를 만들어 왔고, 회원들의 신뢰도 두터운 리더로 평가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읍시복숭아연구회는 회원 간 기술 교류가 활발하고 현장 실천력이 뛰어난 연구회다. 농업기술센터와 긴밀한 협력을 바탕으로 품질 향상과 신기술 보급에 앞장서며 지역 복숭아 산업을 이끄는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다”고
농촌을 지탱하는 힘은 결국 사람이다. 농사를 짓는 농업인도, 지역을 움직이는 조직도 결국 사람을 중심으로 돌아간다. 전남 영암군에서 배와 멜론을 재배하며 지역 여성농업인과 함께하는 이경자 영암군생활개선회장은 오랫동안 몸소 실천해 온 인물이다. “회장은 앞에 서는 사람이 아니라 회원들을 위해 봉사하는 사람”이라며 한사코 인터뷰를 고사했는데 올해 6월 마침내 만날 수 있었다. “생활개선회 일은 생각보다 훨씬 많아요. 봉사도 해야 하고 회의도 해야 하고, 회원들 의견도 다 들어야 하고…. 개인 농사보다 조직을 먼저 생각해야 할 때가 많습니다.” 생활개선회는 단순한 친목 단체가 아니다. 농촌 여성의 역량을 높이고 지역사회 봉사활동을 펼치는 대표적인 여성농업인 조직이다. 회원 수가 많고 활동 범위도 넓다 보니 조직을 운영하는 리더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 회장은 “회원 모두를 만족시키기란 쉽지 않지만, 다양한 이견을 조율해야 했고, 예산 집행부터 행사 준비까지 어느 것 하나 소홀히 할 수 없다. 그래서 처음부터 원칙을 세웠다. ‘누구에게도 치우치지 말 것’, ‘모든 회원을 같은 기준으로 대할 것’, ‘회장의 권한보다 조직의 신뢰를 먼저 생각할 것’. 이 원칙은
오영훈 대표는 “딸기는 내가 공부하고 일한 만큼 100% 소득을 보장해 주는 매력적인 작물”이라고 말했다. 기계에 의존하는 스마트팜 시대라지만, 결국 농사의 성패는 작물의 마음을 먼저 읽어내는 ‘먹이는 농사’에 달려 있음을 증명하고 있다. 공주시 농업기술센터 남부상담소 유병관 팀장은 “오영훈 대표를 가리켜 배울 점이 많은 농가다. 농업기술센터에서 교육받으면 그걸 본인 농장에 반드시 적용해보고, 자기만의 데이터로 정립한다. 그런 치열한 연구가 있었기에 가락시장에서 최고가라는 결과가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본인만 잘 먹고 잘사는 농사가 아니라 지역 농업 전체의 딸기 재배기술 수준을 끌어올리는 데 앞장서고 있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죽기 살기로 노력한 이유 귀농 초기는 잔인할 만큼 가혹했다. 2002년 귀농해 야심 차게 시작한 양계장은 시작 한 달 만에 태풍으로 2 동이 날아갔다. 이듬해인 2003년에는 기록적인 폭설로 남은 사육장마저 처참하게 붕괴했다. “사업 자금의 80%가 빚이었는데, 시작하자마자 다 무너졌으니 의욕 상실 정도가 아니었죠. 살기 위해 남의 땅을 빌려 벼농사 4,000평, 감자 1,000평, 고추, 밤농사까지 안 해본 게 없습니다
일반적으로 아스파라거스는 한 줄 재배가 많은 가운데, 두 줄 밀식(지그재그) 재배와 동시에 은색 차광막을 설치하여 재배 안정과 균일한 생산을 통해 상품성을 높여 화제가 되고 있다. 조명식 대표는 “처음 아스파라거스를 재배했을 때 원광대학교 구양규 교수께서 재배기술을 많이 알려주셨다. 특히 고온 피해가 심각했는데, 은색 차광막 설치 후 실제로 재배가 안정적이고 균일하게 생산됐다”고 말했다. 아스파라거스 지그재그 두 줄 재배 기존에는 노지 작물을 재배했지만, 주변 농가의 성공 사례를 보고 아스파라거스 재배를 시작했다. 이곳 하우스는 폭 4.5m, 측고 3m의 일반적인 1–2W형 구조다. 조명식 대표는 800평 규모의 하우스에 8,000주를 심었으며, 기존 농가들이 한 줄 심기로 약 4,000주를 심는 것과 달리 두 줄로 심어 밀식했다. 조 대표는 “처음부터 두 줄 재배 방식을 선택했다. 다른 농가들이 한 줄을 기본으로 심는 것과는 다른 방식이다. 밀식 자체는 아직까지 큰 문제가 없다. 다만 수확할 때 약간 까다로울 뿐이다. 실제로 두 줄 식재는 공간 활용과 초기에 올라오는 아스파라거스 순의 양 증가에 유리하다는 장점”을 설명했다. 물론 지역에 따라 한 줄·두 줄
‘술 먹은 다음 날 홍시를 먹으면 속이 풀린다’는 옛말이 있듯이 전남 영암의 대표 특산품 대봉감은 천연 건강식품이다. 지리적표시제 17호로 등록된 영암 대봉감은 전통적으로 그 우수성을 인정받은 대한민국 대표 대봉감 주산지이다. 특히 기후 조건이 매우 적합한 금정면은 대봉감의 역사성을 이어가고 있다. 30여 년 동안 감 농사 한 길을 걸어온 김주영 대표는 영암 금정지역의 대봉감을 누구보다 오래, 깊게 지켜온 주인공이다. 금정농협 조합장을 역임하며 영암 대봉감 브랜드 가치 향상과 감 산업 기반조성에 앞장서며, 지역 농업 발전의 산증인이자 대봉감의 명품화를 이끄는 리더로 손꼽힌다. 그는 “농사는 하늘이 도와줘야 하지만 농사는 거짓말하지 않으니까, 열심히 하면 노력한 만큼 결실을 볼 수 있는 것이 농사”라고 말문을 열었다. 그의 말처럼, 금정 대봉감의 명품화는 결국 농업인의 땀과 소비자와의 신뢰에서 출발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영암 금정의 대봉감은 당도와 식감이 탁월 현재 약 12,000평의 농지에서 대봉감을 재배하는 김 대표는 전체 생산량의 90% 이상을 대봉감에 집중하고 있다. 당도와 식감이 뛰어난 금정 대봉감을 소비자들이 호평하는 이유에는 이 지역 특유의
결국 사과나무의 구조를 얼마나 잘 이해하느냐에 달려 있다. 한 줄기로만 키우는 방식보다 여러 축으로 분산시켜 관리하면 병해충에도 강하고, 수확량과 품질이 동시에 안정된다. 특히 묘목 단계부터 세밀한 생육 관리에 집중한다. 1년생 묘목은 가지 발생을 유도해 2년째에 꽃눈을 형성하게 하고, 키운 2년 생 묘목을 바로 밭에 정식해도 첫해부터 착과가 가능한 구조를 만든다. 이 방식은 일반적인 묘목 재배보다 한 해 빠른 수확이 가능해 시간과 노동력도 절감된다. 그 주인공이 바로 3세대에 걸쳐 사과 농사를 이어가는 이인석 대표이며, 전통과 혁신을 결합해 사과 재배의 새로운 길을 열고 있다. 충남농업기술원 장정식 팀장은 “고령화와 경영비 상승 등의 문제 해결을 위해 충남지역에서는 다축 과원 방식이 활성화됐다. 자신의 과원 특성에 맞게 다축 수형 매뉴얼을 만들어 나가는 이인석 대표는 끊임없이 연구하는 농업인”이라고 칭찬했다. 사과 품종에 맞게 2축부터 10축까지 “이게 ‘시나노골드’ 품종인데, 세력이 약해서 이축으로 했어요. ‘재즈’ 품종은 한쪽으로만 키운 싱글 수형이고, 후지는 사축으로 벌려서 재배합니다. 무조건 다축이 아니라 품종마다 나무 특성이 다르기 때문에 품종에
신선한 먹거리를 매일 소비자의 식탁에 올려주는 로컬푸드 생산자 가운데, 안성시 대덕농협로컬협의회장도 맡은 박용출 대표를 만났다. 그의 농장을 둘러보는 농장에는 고향과의 약속, 가족의 땀, 그리고 농업에 대한 자부심이 함께 자라고 있다. “이것도 집에 가서 한 번 요리해서 먹어봐요.” 밭에서 막 수확한 꽈리고추를 건네고, 고소하고 아삭한 양배추, 달콤한 청포도까지 담아주는 그의 손길은 따뜻했다. 먹거리 하나하나를 직접 소개하는 모습에서 박 대표의 철학을 읽을 수 있었다. 밭에서 막 수확한 채소와 과일을 건네던 그의 환한 웃음처럼, 로컬푸드는 가까운 거리를 의미하면서 소비자가 안심하고 즐겁게 먹는 것, 그 자체가 궁긍적 로컬푸드의 가치임을 박용출 대표는 보여주고 있었다. 안성시농업기술센터 오준옥 유통지원팀장은 “박용출 대표는 로컬푸드의 진짜 의미를 떠오르게 하는 선도 농가이다. 로컬푸드 정신을 실천하는 모범 농가이자, 생산자와 소비자를 잇는 다리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귀향(?) 20년, 5천 평 농사 “마음은 늘 고향에 있었어요. 언젠가는 꼭 내려와서 농사를 짓겠다고 다짐했지요.” 안성에서 꽈리고추 농사를 짓고 있는 박용출 대표는 귀향의 꿈을 20년 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