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오스의 새해 시작은 매년 양력으로 4월 중순이다. 올해는 4월 13일부터 17일까지 새해맞이 연휴이다. 새해를 맞이하는 의식을 ‘분 삐 마이’ 라고 한다. 라오스 말로 ‘분’은 제사나 의식을 일컫는 말이며 ‘삐’는 년 혹은 해를 의미한다. 또 ‘마이’는 새로움을 나타내는 말로 결국 ‘분 삐 마이’ 라는 것은 ‘새해 축제’라고 해석할 수 있다. 라오스의 ‘삐 마이’는 태국의 ‘송크란’과 비슷한 물의 축제이다. 이 시기의 라오스는 농작물 수확을 마친 건기의 끝 무렵으로 한 해 중 기온이 높이 올라가는 무더운 시기이다. 따라서 건기에 이런 축제를 함으로써 무더운 더위를 쫓아낼 풍부한 비가 우기에 내리기를 바라는 마음도 담겨져 있다고 한다. <팜&마켓매거진 5월호>
삐 마이 기간에는 사람들은 서로 서로 물을 뿌려주면서 새해를 축하하고 복을 기원한다. “쏙디 삐마이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를 외치면서 물을 뿌리는 상대편에게 장수와 행운을 빌어준다. 모르는 사람이 물을 뿌려도 누구하나 화를 내지 않고 즐거워한다. 우리 코피아 멤버들도 연휴가 시작되기 전부터 이 곳 저 곳에서 삐 마이 축제에 초대를 받아 참석하여 물세례를 받고 음식을 나누며 소통하는 시간을 가졌다. 물을 뿌리는 것은 새해를 맞아 몸을 정결히 하고 죄를 씻어내며 더위를 이겨내라는 의미가 있다고 한다.
NAFRI(라오스 농업산림연구청)에서 새해 ‘바시’ 행사에 참여했다. 바시 행사는 이 나라에서는 중요한 행사(결혼식, 생일, 장례식 등)가 있으면 스님을 모시고 바나나 잎 등으로 만든 꽃바구니에 실을 묶어 손에 쥐고 안녕을 기원한다. 그리고 팔에 실 팔찌를 서로에게 묶어 주면서 건강, 재물 등을 기원하며 영혼을 보호해 달라고 기도 한다. 새해 바시는 낮은 사람이 높은 사람에게 먼저 해주는 것이 예의라고 한다. 그래서 우리 코피아 센터 멤버들도 NAFRI 청장님께 실 팔찌를 묶어드리고 건강과 행복을 기원해 해드렸다. 세미나실 안에서 바시 행사가 끝나고 청장님과 몇몇 직원들은 밖으로 나가 큰 나무(영혼이 깃든다고 믿음) 앞에 제사상을 차리고 지난해 지켜 주신 것에 대한 감사와 새해에도 모든 것이 잘 되기를 기원했다. 이어 점심 식사와 함께 삐 마이 축제를 시작했다. 코피아센터 멤버는 전날에 원예연구센터와 축산연구센터에서 초대를 받아 NAFRI 바시 행사까지만 참석하고, NAFRI 소속의 원예연구센터로 이동했다. 원예연구센터는 오늘 수확 후 관리 연구동 개소식과 자체 삐 마이 축제를 한다고 하여 동참해서 잠시지만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함께한 인턴 친구들이 한국의 노래도 부르고 함께 신나게 춤을 추어 라오스의 정적인 춤과는 다른 한류를 소개했다. 우리는 다시 NAFRI로 와서 계속 진행 중인 NAFRI 삐 마이 축제에 합류해 원예연구센터에서 보여 주었던 멋진 한국인의 모습들을 소개했다. 통상적으로 삐 마이 기간에는 모두 꽃무늬 옷을 입고, 평소에는 잘 하지 않는 화장도 하고 멋지게 꾸며서 함께하는 시간을 갖는다. 우리센터 멤버들도 꽃무늬 옷을 입고 참여했다. 이번에는 NAFRI와 소속기관에서 자신들만의 단체복을 입고 축제에 참가 하여 코피아센터 팀들만 특별히 꽃무늬 옷을 입어 더 돋보여 주목을 받았다. 길거리를 오가다 보면 작은 가계들이나 가정집에서도 직원들이나 가족 친지들이 모여 물 호스를 연결해 놓거나 어린이용 풀장 튜브를 가져다가 물을 채워 놓고 양동이나 바가지 등으로 물을 뿌렸다. 맥주를 마시며 음악을 크게 틀어 놓고 춤추며 즐거워하는 모습들을 많이 볼 수 있다.
오늘은 새해 아침인데 우리 옆집에서는 아침부터 음악을 크게 틀어 놓고 있다. 이런 축제는 라오스뿐 아니라 주변 국가인 태국, 캄보디아, 미얀마, 스리랑카에도 같은 물 축제가 이루어진다고 한다. 새로운 나라의 새로운 문화를 조금씩 알아간다. 삐 마이 기간뿐 아니라 라오스 사람들은 참으로 순수하고 즐겁게 산다. 늘 웃음 띤 얼굴로 상대방을 대하고 술은 주로 맥주를 많이 마시지만 서로 다투거나 하는 일은 지난 1년 동안 한 번도 볼 수 없었다. 자신들의 필수품을 생산하는 다른 공장들은 없지만, 큼지막한 라오 비어(Beer) 공장을 갖고 있어 라오스 특유의 맛있는 맥주를 만들어 온 국민들이 마시고 즐겁고 서로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사는 모습이 아름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