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가 쌀을 먹기 시작한 시점은 정확하게 알려져 있지 않다. 다만 우리나라가 쌀을 주식으로 본격 이용한 것은 통일신라시대부터라고 알려진 바 있다. 쌀은 우리 반만년의 역사와 함께 우리의 삶과 금수강산을 지켜온 고마운 존재로 인식되고 있다. 우리 벼농사의 발자취를 김제 벽골제(백제), 제천 의림지(삼한), 밀양 수산제(삼한) 고대 저수지와 일산 가와리(5000년), 청원 소로리(17000년 전) 유적에서 찾아볼 수 있다.
쌀은 세계 3대 곡물의 하나이며 세계 인구 34%(24억 명)의 주식이다. 다양한 건강 기능 성분의 보물창고인 쌀, 식용에서 기능성 식의약 소재로 변신하고 있다. 먹거리의 다양화로 밥쌀의 소비가 감소하고 있으나 소비자 니즈의 변화로쌀 가공식품은 증가 추세다.
1970년대까지만 해도 우리나라에서는 쌀이 매년 부족하여 수십만 톤의 쌀 수요량의 12∼18.5%를 외국으로부터 수입해 왔다. 이에 벼 육종가들은 1960년대부터 쓰러짐과 비료기에 견딜성이 강하면서 내병성이면서 소출이 많이 나는 품종을 개발하기 위해서 인공교배 및 우량한 계통 육성 등에 힘을 기울였다. 그 결과 인디카 유전 자원의 확대 이용, 육종 연한단축기술 확립 등 육종기술적 성과와 보온절충못자리 개발, 표준시비량 및 분시비율 설정 등 재배기술적 성과를 무난히 달성했다. 이로 인해하여 경제 자립은 식량 자급으로부터 가능했다고 생각된다.
쌀은 우리나라를 포함해서 아시아 지역 주요 국가의 주식으로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농산업뿐 아니라 지역 경제 전체적으로도 중요함을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최근에도 긴 폭염일수, 유례없이 강해지는 지진, 태풍 등 기상이변이 지구촌 곳곳에서 발생되고 있다. 따라서 기후변화 대응 리스크 관리 측면에서 국내 식량 자급 목표치 설정 구체화와 메이저 곡물회사 육성 등 현실적인 노력들과 함께 수요 및 공급 측면에서 중장기 대책 수립이 필요한 시점으로 여겨진다. 관세화 유예를 통해 보호해온 우리 쌀 시장도 2015년부터 관세율 513%로 양허하는 수정안을 WTO에 제출함에 따라 국제시장에 개방됐다. 쌀 관세화로 수출입이 자유롭게 됐고 높은 관세 장벽에 의해 수입 장벽이 높다 하겠으나 점차 관세율을 낮춰 가야 하는 실정에 맞춰 쌀 시장의 국내외 정세가 빠르게 변화하는 상황에서 국내 쌀 경쟁력 확보를 위해 농가 소득 안정장치 강화, 국산 쌀산업 체질 개선 및 경쟁력 강화, 벼 소비와 수출 촉진 및 가공산업 육성 등 수요기반 확충을 위해 범정부적으로 많은 노력을 해왔다. 그리고 최근 우리 사회에서 식생활교육지원법의 시행과 더불어 밥을 위주로 한 한국형 식문화에 대한 교육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으며, 농촌진흥청에서 지방 농촌진흥기관과 연계하여 우리 쌀 중심의 식생활 교육과 정보제공에 노력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쌀 소비량은 매년 최저치를 경신하며 그 위상이 흔들리고 있는 실정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7년 양곡 소비량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61.8kg으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고 한다. 1980년도 쌀 소비량의 절반도 되지 않는 수치다. 1인당 하루 쌀 소비량은 169.3g 밥 한 공기가 쌀 90g 기준이니 하루에 두 공기를 채 먹지 않는 셈이다. 20년 전인 1997년(280.6g)과 비교하면 한 공기 이상이 줄었다고 할 수 있겠다. 금년 농진청, 빅데이터 기반 농식품소비트렌드 발표 자료에 따르면 오프라인보다 온라인에서 식품을 사는 소비자가 크게 늘어나고, 쌀 보다 즉석밥을 이용해 밥을 먹는 사람들이 증가했다. 1인 가구가 늘어나면서 가정간편식 시장이 지난해 3조원에 이르는 등 집 밥을 대신해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고 한다. 디저트 시장 역시 2016년 8조 9천억원 수준으로 몸집을 불렸고, 수입 과일 소비는 2000년 이후 121%나 증가했다고 한다. 바쁜 이들을 위한 새벽 배송 시장도 2015년 100억 원대에서 올해 4천억원으로 40배나 급성장했다고 밝혔다. 쌀 소비 패턴의 변화 원인은 소득 증가에 따른 육류 소비 증가, 서양식 위주의 식습관, 먹거리의 다양화, 1인 가구·맞벌이 부부의 증가, 편이지, 외식산업 발달, 수입 곡물 증가와 쌀에 대한 오해에 기인된 것으로 파악되고 있는데 큰 틀에서 식품 소비 패턴의 변화, 가구 구성의 변화, 소비자 인식의 변화에 따른 것이다. 이에 대한 대응전략을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국내 쌀 생산자는 쌀 소비시장의 소비자 트렌드를 세밀히 파악하고 대응해야 하며, 소득수준에 따른 식품 소비 구매 패턴이 서로 상이한 모습을 나타내고 있기에 쌀 식품의 고급화 전략과 더불어 차별화된 마케팅 전략을 추진해야 한다. 인구사회학적인 구조 변화에 따라 소비자들이 편리하게 쌀 식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유통단계 현대화를 강화해야 하겠다. 특히 밥(쌀)이 비만과 당뇨 발생의 주요 원인이라는 오해로 쌀 소비 감소에 대한 우려가 있는데 농진청에 따르면 실제로 쌀 전분이 밀 전분에 비해서 소화 흡수가 느려서 오히려 급격한 혈당 상승을 방지하므로 비만과 당뇨의 예방에 효과적이라고 한다. 쌀에는 탄수화물 외에 필수아미노산인 ‘라이신’이 포함된 단백질과 비타민, 무기질, 식이섬유소, 마그네슘 등의 영양분이 함유되어 있기 때문에 건강이나 몸매를 관리하는 사람들의 오해와 진실을 풀어가는 전략도 필요해 보인다. 알약 하나가 식사를 대신하는 SF 영화 속 미래가 어느 시점에 눈에 띄게 확 펼쳐질지 모른다. 고령화도 증가하고 씹을 필요도 없고 마시기만 하면 되는 ‘미래형 식사’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간편 대용식이 그중 하나이다. 이런 추세라면 풍부한 먹거리, 바쁜 현대인의 일상생활, 쌀밥 소비는 점점 감소될 것으로 여겨진다.
4차 산업혁명 시대 탑 기술이 많이 있다 해도 어디에 사용될 것인지 수요자의 가슴을 뛰게 만들지 못하면 아무런 의미가 없을 것이다. 생산, 가공·유통, 실생활 등 가치사슬에 모든 데이터가 수집되면서 정보가 새로운 시장이 되는 시대가 도래했다. 빅데이터에 기반한 창조적 플레이어가 많이 육성되어 우리 쌀 산업 경쟁력을 높여 나가야 하겠으며 온 국민이 우리 쌀 소비촉진에 적극 동참해야 하겠다. 쌀은 우리 국민의 식량이며, 환경이고 문화이며, 자랑스러운 민족의 유산이기 때문이다.
경남농업기술원 기술보급과 노치원 수의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