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만남
낯선 발자국소리가 점점 크게 들리는 것을 보니 커다란 생물체가 다가오는 것 같았다. 엄마는 몸을 낮추기 시작했다.
고요마저 잠드는 전선에서의 발자국 소리가 묘한 긴장감을 조성하였다.
한 무리의 군인들이 지나갔다.
얼굴엔 검은색으로 칠해져 있었으며, 옷과 철모에는 떡갈나무 잎이며, 신갈나무 잎으로 위장되어 있었다.
늘 비슷한 시간이면 겪는 일이지만, 엄마는 두려움에 떨 수 밖에 없었다.
엄마는 정든 거미그물을 뒤로하며 거미줄을 타고 어디론가 길을 떠나시는 듯 보였다.
“엄마. 어딜 가시나요?”
뱃속에서부터 희미하게 들려오는 소리에 엄마는 나지막하게 대답하다.
“누구니?”
“아라이에요”
“아라이” 그래 내 새끼이구나.
“네 엄마”
“그런데, 왜 우리 집을 버리고 떠나시나요”
“응 우리 예쁜 딸과 아들들이 무사하게 세상 구경을 하기 위해서는 좀 더 안전한 장소가 필요할 것 같아서......”
“아까 보았지. 한 무리의 군인들이 지나가는 것을...”
“그래도 군인 아저씨들이 우리를 괴롭히진 않잖아요?”
“그래 군인 아저씨들은 우리를 괴롭히진 않지만, 우리를 위협하는 것은 새들도 있고 노린재와 같은 곤충들도 있단다. 그 외에도 많은 동물들이 우리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단다.
“세상이 너무 무서워요?”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단다.” 우리에게 인간 못지않은 뛰어난 능력을 가지고 있으니까? 그 능력을 위험할 때마다 적절하게 이용하면 그 어떤 어려움도 이겨낼 수 있단다.
“엄마. 그래도 너무 무서워요?”
“사랑하는 딸아. 늘 두려움과 고난은 폭풍처럼 밀려오지만 어려운 시련을 극복하면 곧 행복한 날이 올 거란다. 아라이가 이다음에 커서 아름다고 훌륭한 엄마가 될 것이라고 이 엄마는 믿는단다.”
엄마는 지금 아주 중요한 일을 해야 하니까 다음에 또 이야기하자.<다음호에 계속>
이영보 소설가이학박사거미전문사진가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농업연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