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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생태 거미 이야기<8탄 시련>



밤사이 비가 내렸다. 아라이는 몸에 붙어있는 물방울들을 다리와 입을 이용해 털어내기 시작했다. 물방울이 묻어 있으면 행동에 지장이 많고, 먹잇감을 포획하는 데에도 방해만 될 뿐이다. 아라이는 몸에 묻어있는 물방울을 다 제거하자 이제 자신의 거미그물에 묻어있는 물방울을 제거하기 위해 세로줄을 타고 이동하기 시작했다. 
      
 비가 온 뒤 하늘은 맑았다.
 아라이는 다시 거미그물을 만들고 자연을 살펴본다. 뭉게구름을 뚫고 빛 한 자락이 들어온다. 무한하게 펼쳐진 그림 속에 자연이 있다.  
 아라이는 자연을 살펴보면서 비 때문에, 오랫동안 허기에 굶주려 있었다는 사실 조차도 잊었다가 된장잠자리가 거미그물에 걸려 전해오는 진동으로 비로소 알게 되었다. 아라이는 이미 예비 소화되어 있는 잠자리의 몸속에 입을 통해 체액을 입안 가득히 빨아 마셨다.
 배부른 아라이는 그 새 잠이 들었다. 모처럼 달콤한 잠에서 깨어난 아라이는 건너편의 아리언니와 테리언니에게 인사를 건넨다. 밤사이 이상한 꿈을 꾼 테리언니 이야기 때문에 맑은 하늘에 오물을 끼얹은 듯한 불안감이 엄습하였다.

 
그 순간 하늘에서 낯선 물체가 나타났다가 사라졌다. 그리곤 아리언니의 거미그물에 커다란 구멍이 났고, 언니도 보이질 않았다. 정말 눈 깜짝할 사이였다. 아리언니는 일상처럼 거미그물에 걸린 먹이를 갈무리 하기 위해 이동하는 도중에 어디론가 사라져 버린 것이었다.
 무방비 상태의 아리 언니는 순식간에 직박구리의 먹잇감이 된 것이었다. 아라이는 정신이 혼미해졌다. 과거 자신의 새의 공격으로 인한 두려움 때문만은 아니었다. 아리언니를 구하지 못한 죄책감에 더 마음이 아팠다. 늘 수다스럽고 너스레 떠는 아리 언니가 미울 때도 있었지만 눈앞에서의 공격을  당한 언니를 목격한 아라이는 커다란 시련의 늪에 빠지게 되었다. 함께 놀란 테리 언니가 아라이에게 걱정의 눈빛을 보내며, 말을 건넨다.

 
“아라이 너무 자책하지 말아”
 “어쩔 수 없이 순식간에 이루어진 일이잖니?”
 “네가 괴로워할수록 네 자신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아, 아리 언니도 널 원망하지는 않을 거야”
 “이 모든 것이 우리의 운명이란다. 먹고 먹히는 자연 생태계의 먹이 사슬때문이지. 너무 속상해 하지 말아.”
 아라이는 테리 언니의 말을 듣고 회색빛 슬픔에서 벗어나려고 노력하였다.


 
담장을 향해 기어오르며 보라색 꽃을 피운 나팔꽃 삼형제, 이미 맏이는 꽃을 피었고, 나머지 두 형제는 봉오리 속 꽃잎에 숨어 세상과의 첫 만남을 엿보고 있다. 
 테리 언니의 숨소리가 거칠어지는 듯 보인다. 언니의 행동에 의아해하던 아라이의 눈에 들어온 것은 수많은 알들이 탄생한 이후였다. 테리 언니는 한 무리의 알을 낳고는 알집을 만들기 시작했다. 알집의 크기는 너무 크지도 그렇다고 너무 작지도 않았다. 언니는 정성스럽게 한 개의 알도 빼뜨리지 않고 정성스레 모아 알집을 완성하였다. 아라이는 모든 것이 마냥 신기한 눈망울로 언니를 쳐다보았다.

 “언니 알을 낳는다는 것이 두렵지 않았나요?”
 “아니 두렵지 않았어 ”
 “아라이는 왜 두렵다고 생각했니?”
 “처음으로 겪는 일이라서? ”
 “그래 처음 겪는 일이지, 하지만 사랑하는 내 새끼들을 볼 수 있다는 희망과 즐거움 때문에 두렵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어 ”
 “언니 저도 이 다음에 사랑하는 짝을 만나고 무사히 새끼들을 낳을 수 있을 까요?”
 “그럼 너도 잘 할 수 있어”
 “그래도 무서워요”
 “잘할 수 있구 말구”

 과묵하면서도 묵묵히 자신의 일을 처리해 나가는 테리언니를 보면서 아라이는 부럽다는 생각을 늘 가지고 있었다. 아라이는 테리 언니처럼 자신도 잘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에게 몇 번이고 되뇌었다. 테리 언니의 알들이 알집을 뚫고 무사히 나오길 아라이는 기도하였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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