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은 반드시 벼만 키우는 땅이어야 할까. 농사의 길은 땅이 정하는 것일까, 농부가 만드는 것일까. 참깨는 밭에서 재배한다는 익숙한 생각을 넘어 청양 윤상돈 대표는 논에 참깨를 심었다. 처음부터 새로운 농법을 만들겠다는 거창한 계획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참깨 재배면적을 늘리고 싶었지만 밭이 부족했고, 자신에게는 활용할 수 있는 논이 있었다. 약 300평에서 시작한 참깨농사는 1,000평, 2,000평으로 늘었고 이후 논으로 재배면적을 확대해 한때 8,000평까지 재배했다. 특히 긴 장마에도 8,000평의 논 참깨를 지켜낸 경험은 주변 농가뿐 아니라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 연구진의 관심을 끌었고, 이후 국내 육성 참깨 품종을 현장에서 시험·재배하는 계기가 됐다. 윤상돈 대표는 “고향으로 돌아온 뒤에는 내 농사보다 남의 농사일부터 배웠고, 새로운 작물에 도전했다가 판로가 없어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지금의 논 참깨는 처음부터 계획된 성공이 아니었다. 살아가기 위해 내린 선택과 실패가 쌓이고, 그 실패에서 찾은 답이 다시 다음 농사로 이어진 결과다. 지금은 지역 농업인들과 함께 참깨농사를 지을 수 있다는 것이 행복하다”고 말했다. 류원균 청양군농업기술센터 소장은
논은 벼만 키우는 곳이 아니다. 사람에게는 한 톨의 쌀이 만들어지는 시간을 가르치고, 작은 생명에게는 살아갈 자리를 내어주는 공간이기도 하다. 평택시 농업기술센터(소장 이우진) 농업생태원 안에 자리한 ‘오성뜰’은 이러한 농업의 가치가 고스란히 담긴 공간이다. 2018년 조성된 오성뜰에서는 해마다 아이들이 모를 심고 벼가 자라는 모습을 지켜본다. 가을이면 직접 수확하고 탈곡한다. 최근에는 논물 속 생물을 조사하고 기록하며 시민들과 논의 생태적 가치까지 나누고 있다. 농사를 체험하는 논에서 농업과 생태, 농촌문화를 함께 배우는 공간으로 역할이 넓어지고 있는 것이다. “논은 벼만 자라는 곳이 아닙니다.” 심윤영 농촌자원과장이 오성뜰의 가치를 설명하며 강조한 말이다. 논 한 뙈기에 담긴 농업의 시간 오성뜰이 있는 자리는 농업생태원이 들어서기 전부터 실제 논이었다. ‘오성뜰’이라는 이름에도 오성면 지역의 옛 논과 농업의 모습을 기억하고 이어가겠다는 뜻이 담겨 있다. 원래 논이었던 곳에서 다시 벼를 키우며 그 시간을 시민들과 이어간다는 데 의미가 있다. 봄에는 모를 심고 여름에는 벼의 생육과 논 생물을 관찰한다. 가을이면 벼를 베고 탈곡한다. 오성뜰 옆 상자논에서는 ‘
농촌관광이 지역을 살리는 힘은 어디에서 나올까? 답은 결국 ‘사람을 농촌으로 불러들이는 것’에서 시작한다. 도시의 소비자가 농촌을 찾아 농장을 둘러보고 체험에 참여한다. 농산물을 구입하고, 이동하면서 지역 음식점을 이용한다. 한 농장을 찾아온 사람이 또 다른 농장과 관광지를 방문한다면 소비는 지역 전체로 퍼져나간다. 김포시(시장 이기형)가 추진하고 있는 ‘김포 농촌관광투어패스’가 주목되는 이유다. 현장에서는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김포시농업기술센터가 이용객 만족도 등을 살펴본 결과 농촌관광투어패스 이용객의 50% 이상이 김포 이외 지역에서 방문한 것으로 파악됐다. 지역민 중심의 체험을 넘어 외부 소비자를 김포 농촌으로 끌어들이는 관광 콘텐츠로서 가능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특히 지난 2월 문을 연 청년농업인 김자연 대표의 체험농장은 투어패스 참여 이후 이용실적은 상위권에 오르며 김포시 농업기술센터의 홍보 효과를 체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외부 관광객을 농촌으로 불러들이고, 방문객의 체험과 농산물 구매를 다시 지역 소비로 연결하는 것. 김포 농촌관광 투어패스가 지역 활성화의 새로운 연결고리로 자리 잡고 있는 이유다. 농촌관광투어패스의 효과는 단순한 체험객 증가에
농업 현장을 직접 찾아 농업인의 목소리와 영농기술을 취재한 농식품 전문지의 기사와 영상은 실제 농가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까? 월간 팜앤마켓매거진 8월호와 팜앤마켓인터넷신문이 현장에서 만난 충남 공주시 조용호 대표의 고추 농사 이야기가 잡지와 인터넷신문을 비롯해 유튜브,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소개되면서 농장에도 눈에 띄는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단순히 한 농업인의 이야기를 알리는 데 그치지 않고, 조 대표가 현장에서 쌓아온 고추 재배 경험과 병해충 관리 노하우가 다른 농업인들에게 전달되면서 관심과 문의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기사와 영상이 함께 확산되면서 지면에서 다 담지 못했던 실제 고추밭의 모습과 재배 과정까지 생생하게 전달돼 현장 정보로서의 활용도도 높아지고 있다. 이는 농업 전문지의 현장 취재가 ‘농업인을 소개하는 기사’를 넘어 농업인의 경험과 기술을 다른 농업인과 연결하고, 농가의 가치를 새롭게 알리는 통로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조용호 대표는 8월 21일에는 팜앤마켓매거진을 구독하고 싶다며 연락해 왔다. 자연스럽게 이어진 대화에서 그는 취재 이후 자신의 농장과 고추가 알려지면서 소비자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고
기획 / 약방의 감초, 평택의 새 소득작목으로 키운다 양돈 46년 경험으로 국산 감초 산업에 도전 비가 그친 경기도 평택시의 감초밭에는 연보랏빛 꽃이 피어 있었다. 빗물에 향이 다소 옅어졌지만 잎과 꽃을 손으로 가볍게 만지자 특유의 달콤하면서도 은은한 향이 퍼졌다. 이곳은 평택시가 새로운 소득작목으로 육성하고 있는 감초 전문생산단지 가운데 한 곳이다. 농가들은 각자의 농지에서 같은 목표를 가지고 국산 감초의 재배 가능성을 확인하고 산업화 기반을 만들어 가고 있다. 감초 생산단지를 이끄는 박종필 회장은 46년간 양돈업에 종사해 온 축산인이다. 감초와는 거리가 있어 보이지만 누구보다 먼저 국산 감초의 가능성에 주목해 농가들에게 재배를 제안했다. 평택시농업기술센터 김인숙 기술보급과장은 “박종필 회장을 중심으로 참여 농가들이 국산 감초를 평택의 새로운 소득작목으로 정착시키기 위해 큰 열의를 갖고 재배에 임하고 있다. 국내에서 육성한 우수 감초 품종을 현장에 실용화하고 재배면적을 확대해 우리 품종의 기반을 넓혀간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4월 정식한 감초가 허리 높이까지 성장 7월 15일 취재 당시 감초는 정식 1년 차였지만 일부 포장에서는 성인 허리 높
“농작업 안전이 경쟁력, 농업인이 다치지 않는 현장이 최고의 농업이죠” 농업은 흔히 생명을 키우는 산업으로 불리지만, 현장은 각종 위험요인이 그대로인 대표적인 고위험 작업장이다. 반복적인 중노동과 농기계 사용, 농약 취급, 전기설비, 폭염까지 농업인이 마주하는 위험은 산업현장 못지않지만, 그동안 안전관리는 개인의 경험과 주의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았다. 아산시는 이러한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농작업 안전을 행정의 영역으로 끌어들이며 제도적 기반 마련에 나섰다. 특히 2023년 「아산시 농어업작업 안전재해예방 및 지원에 관한 조례」를 제정한 이후 관련 사업과 예산을 대폭 확대하며 농업인의 안전을 지역사회가 함께 책임지는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이미용 과장은 농작업 안전관리의 가장 중요한 가치는 농업인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농업은 4대 보험 사각지대에 놓여 있으며, 고령·여성 농업인의 비중이 높아 사고 발생 시 피해가 더욱 커질 수 있다. 안전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와 지자체가 함께 보장해야 할 권리라는 것이다. “38년의 공직생활 동안 농업인이 아프지 않고 다치지 않으며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행정의 본질이라고 생각해 왔다”며
“고구마 안정적 판로로 농가소득과 자긍심 높일 것” 농촌진흥청에서 우수한 고구마 품종인 ‘호감미’를 육성하고, 여주시농업기술센터가 이를 바이러스 없는 무병묘로 생산해 지역 농가에 안정적으로 보급했다. 이어 여주 농가들이 정성껏 키워낸 고구마를 여주 소재의 전통주 기업인 ‘술아원’이 고품격 증류주로 재탄생시키면서 고부가가치 국산농산물 가공산업의 성공 모델을 제시했다. 정건수 여주시농업기술센터 소장은 “고구마 품종 ‘호감미’로 만든 프리미엄 증류식 소주 ‘필 40’이 올해 개최된 대한민국 대표 주류 품평회에서 영예의 대상을 받았다. 이번 수상은 연구기관, 지자체, 기업, 농업인이 함께 땀 흘려 만든 성과”라며, “여주농산물의 우수성을 공식적으로 인정받은 만큼, 앞으로도 지역 농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상생할 수 있는 성공 모델을 지속해서 만들어가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연구기관과 농업기술센터, 지역 기업, 그리고 농업인이 한마음으로 뭉쳐 이뤄낸 ‘민·관·농 협업’의 우수사례이자, 여주농산물과 가공품의 뛰어난 가치를 공식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깊은 의의를 지닌다. 민·관·농이 어떻게 함께 뛰었는지 여주시농업기술센터 정건수 소장을 인터뷰했다. 6차 산업의 새로운 이정표
충남에서 벼 재배 면적이 가장 적고, 오랫동안 인삼 재배를 위한 토양 관리용으로만 여겨지던 금산 쌀이 미국과 일본까지 수출길을 뚫으며 지역 농업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제대로 된 미곡종합처리장RPC조차 없는 여건 속에서 이뤄낸 성과라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크다. 지난해 금산군식량작물연구회는 ‘충남농업기술원 품목농업인 우수연구회 대상’을 수상하며 금산농업의 경쟁력을 입증했다. 이 같은 변화의 중심에는 36년 동안 금산농업 현장을 지켜온 홍선주 금산군농업기술센터 소장과 직원들, 그리고 식량작물연구회 회원들의 협업이 있었다. “작은 일에 최선을 다하자”는 신념 아래 현장 중심의 농업 행정을 실천한 홍선주 소장은 “작은 물줄기가 모여 큰 강을 이루듯, 현장의 작은 문제부터 하나씩 해결하다 보니 거대한 성과로 이어졌다”고 소회를 밝혔다. 식량작물연구회 지난해 대상 수상 지난 1999년 ‘쌀연구회’로 출발했던 조직은 변화하는 농업환경과 재배 여건에 맞춰 영역을 꾸준히 넓혀왔으며, 현재는 쌀을 비롯해 보리와 콩 등 금산 지역 식량작물 전반을 아우르는 식량작물연구회로 성장했다. 현재 연구회에는 총 62명의 회원이 현장 중심의 재배기술 연구와 정보 교류를 통해 품질 향상
“청년농업인, 단순 생산 넘어 ‘가치’ 창출하는 경영자 CEO 자세 필요” 최근 농업 현장의 변화가 거세다. 고령화와 이상기후 등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우리 농업의 미래를 짊어질 ‘청년 농업인’의 역할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이에 본지는 평택시 농업기술센터 지도정책과 원정원 과장을 만나, 미래농업의 가치와 청년 농업인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들어보았다. 원정원 과장은 인터뷰 내내 청년 농업인들의 주체적인 자세를 강조했다. “변화하는 시대에 발맞추어 농업을 단순히 농작물을 키우는 일로만 보지 말고, 하나의 경영체로서 인식해야 한다”며 “경영인으로서의 CEO 마인드를 갖고 스스로 변화를 주도하는 주체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어려운 현실 속에서도 ‘자부심’을 잃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원 과장은 “어렵고 힘든 순간에도 내가 만든 농산물을 소비자가 믿고 찾는다는 사실에 긍지를 느껴야 한다”며 “끊임없이 배우고 도전하는 자세가 지속 가능한 농업을 만드는 기초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래농업의 핵심 전략으로 ‘첨단 기술’과 ‘사회적 가치’도 언급했다. “스마트농업과 기후 대응 작목 등 기초 재배부터 첨단 기술 활용까지 열린 마음으로 수
농기계에 GPS를 다는 것은 단순한 위치 추적이 아니다. 그것은 정읍 농업의 맥박을 짚는 일이다. 데이터가 축적될수록 농민의 일손은 가벼워지고 농사 효율은 높아진다. 정읍시농업기술센터가 그려가는 ‘디지털 농기계 시대’가 우리 농촌의 미래 지도가 되고 있다. 정읍시의 농기계 임대 실적은 매년 전년 대비 10~12%씩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억 단위의 콤바인이나 고가의 트랙터를 직접 구매하는 대신 저렴한 비용으로 빌려 쓰는 문화가 완전히 정착된 배경에는 정읍시농업기술센터의 체계적인 임대 사업이 있었다. 농가 입장에서는 농기계 소유에 따른 감가상각비와 유지관리비를 획기적으로 줄여 경영 부담을 덜고 있다. 김원심 농촌지원과장은 “농기계 임대는 단순한 편의 제공을 넘어 실질적인 농가 소득 증대의 기회를 제공한다. 특히 여성 및 고령 농업인이 다루기 쉬운 소형 관리기 보급에 역점을 두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소형 관리기는 본체 하나에 15가지 이상의 작업기를 탈부착할 수 있어 비닐하우스 등 좁은 공간에서도 누구나 쉽게 작업이 가능하다. 농기계지원팀원들이 초보 농업인도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현장에서 장비 장착과 사용법을 세밀하게 교육한다”고 말했다. 또한 “정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