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한자 이름 훤초萱草가 ‘윈초’로 바뀌고, 접미사 ‘리’가 붙으면서 ‘원추리’로 변화되었다는 설이 있는 야생화이다. 원추리는 백합과 여러해살이풀로 우리나라 전역의 깊은 산골, 들판, 산기슭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산야초이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중국, 일본 등 동아시아에 약 20~30종이 분포하며 우리나라에는 원추리, 노랑원추리, 애기원추리, 큰원추리 등 10여 종이 자생하고 있다. 원추리 잎은 줄기 없이 잎이 아래쪽에서부터 서로 포개져 부챗살처럼 올라오면서 양쪽으로 퍼진다. 길이 60cm, 너비 2cm 정도의 긴 끈 모양을 하고 끝이 뾰족하다. 그 잎 사이에서 1m 가량 되는 긴 꽃대가 올라와 다시 여러 갈래로 갈라져 노란색 꽃송이를 매단다. 꽃은 길쭉한 통형으로 끝이 6조각으로 갈라지며 뒤로 말린다. 꽃 색은 노랑과 주황색으로 한정되어 있다. 원추리는 백합과의 꽃으로는 1년에 딱 하루, 24시간만 피는 특별한 꽃이다. 원추리꽃은 24시간 밖에 피지 않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여름 내내 즐길 수 있는 야생화이다. 개화기가 6월에서 8월인 원추리는 꽃 한 송이가 하루밖에 피지 않을지라도, 그 꽃이 저물어 갈 때쯤, 다른 한 송이가 꽃이 피고 지고, 또 다른
배풍등은 ‘막을 배排, 바람 풍風, 줄기 등藤’으로 풍을 막아주는 덩굴성식물이라는 뜻으로 붙여진 이름이다. 11월 가을 산에 오르면 산지의 햇빛이 잘 드는 바위틈이나 산 주변 길가에 길게 늘어뜨린 가지에 진주만 한 붉은 열매를 달고 있는 식물을 만날 수 있다. 영롱한 열매가 너무 예뻐 감탄사가 절로 나올 정도인데 그것이 바로 “배풍등” 열매이다. 배풍등은 가짓과 여러해살이 식물로 우리나라에는 배풍등, 왕배풍등, 좁은잎배풍등 등 3종이 자생한다. 왕배풍등은 제주도에 자생하며, 잎이 갈라지지 않고 줄기에 털이 없다. 좁은잎배풍등은 연한 자색 꽃을 피운다. 속명인 솔라놈Solamen은 이 속에 속하는 식물의 잎과 열매에 독성이 있고 진정작용을 하는 성분이 있어 ‘안정’이라는 의미의 라틴어이다. 꽃은 늦여름(8~9월)에 하얀색으로 피는데, 잎과 마주나거나 마디 사이에서 나온 꽃이삭에서 가지가 많이 갈라져 취산꽃차례로 달린다. 흰색의 꽃잎은 다섯 장이며 깊게 갈라진다. 또한 꽃이 피면 꽃잎을 뒤로 180도 뒤집혀 꽃 속에 있는 꽃밥이 완전히 드러나게 하여 충매蟲媒에 도움이 되게 한다. 이 모습이 마치 배드민턴 셔틀콕처럼 생겼다. 배풍등은 유독식물이며 열매는 해열, 이
손톱 크기 남짓한 작은 통 모양의 꽃, 독특한 냄새를 풍기는 야생화는 해충으로부터 스스로 지키려는 것이다. 계요등鷄尿藤은 한자의 이름과 같이 잎과 줄기를 잘라 문지르면 구렁내가 나기 때문에 구렁내덩굴이라고도 하는데, 말 그대로 닭의 오줌 냄새가 나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닭’과 연관된 자생식물 종류로는 닭의난초, 닭의덩굴, 닭의장풀 등이 있으며 나무로는 계요등鷄尿藤이 있다. 길이가 5~7m 정도에 이르며 줄기 위쪽은 겨울에 얼어 죽고, 잎이 지는 덩굴식물이다. 주로 충남 이남 지역의 햇볕이 잘 드는 농촌 마을 돌담이나 울타리 주변, 산기슭이나 물가에서 자생하는 계요등이다. 7~8월에 1년생 가지와 잎을 잘라 문지르면 닭 오줌 냄새가 난다 하여 붙여진 이름으로 속명인 Paederia(파에데리아)도 악취를 의미하는 라틴어 paidor에서 유래하고 있어, 이 식물을 대표하는 것은 세계 어디에서나 냄새로 통하는 것 같다. 자연에는 섭리라는 것이 있다. 이 작고 앙증맞은 야생화가 꽤나 발칙한 냄새를 풍기는 것은 해충 등으로부터 스스로를 지키려는 것이다. 식물 스스로의 삶을 향한 작은 발버둥이다. 적의 접근을 막기 위해 스컹크가 고약한 악취를 내뿜는 것과 마찬가지
산오이풀은 지리산, 덕유산, 설악산, 가야산 등 높은 산의 능선이나 그 근처의 습기가 있고 햇볕이 잘 드는 바위틈이나 풀숲에 자라는 여러해살이풀이다. 8월 초순~9월 초에 원추리, 참취 등과 함께 어우러져 피어 찾는 이를 반갑게 맞아주는 우리 꽃 야생화이다. 산오이풀은 40~80cm 정도로 오이풀보다는 작은 편이다. 오이풀이란 이 식물의 잎에서 오이 향이 나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나 일부 사람들은 수박 향이 난다고 해서 수박풀이라고 부르기도 하고, 참외 향이 난다고 하여 외풀이라고도 한다. 제가 맡아본 바로는 약간 덜 익은 수박 향이 더 나는 것 같다. 산오이풀의 속명 ‘Sanguisorba’는 라틴어의 ‘피’를 뜻하는 ‘sanguis’와 ‘흡수하다’는 의미를 가진 ‘sorbere’의 합성어로, 뿌리에 타닌 성분이 많아서 지혈 효과가 있기 때문에 민간에서 약으로 사용한다는 뜻에서 붙여졌다고 한다. 종소명 ‘hakusanensis’는 일본에 있는 ‘백산白山’을 가리키고 ‘koreana’는 한국에 있다는 뜻이다. 오이풀은 전 세계에 약 30여 종이 자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에는 오이풀을 비롯한 산오이풀, 가는오이풀, 큰오이풀, 두메오이풀, 자주가는오
약난초는 우리나라 내장산 이남의 계곡 그늘진 숲속에서 자라는 여러해살이 초화류로 다른 자생식물과 비교해 아주 희귀한 식물은 아니지만 그래도 흔하지 않은 자생식물 중의 하나이다. 약난초 속 식물은 전 세계에 5종류가 자생한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에는 약난초와 두잎약난초 2종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으나 지난 2000년에 정읍 내장산에서 처음 확인된 흰약난초가 자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모두 3종이 자생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흰약난초가 약난초와 다른 점은 약난초의 화피가 연한 녹갈색에 홍자색을 띠는데 반하여, 흰약난초는 외화피가 흰녹색, 내화피는 흰색인 점이 서로 다르다. 약난초의 속명인 Cremastra는 희랍어 kremannymi(처지다)와 astron(별)의 합성어로서 ‘별 모양의 꽃이 밑으로 처진다’는 뜻이고, 종소명인 appendiculata는 ‘부속물이 있다’는 뜻이다. 약난초의 특성 중에는 위린경僞鱗莖 또는 가린경(假鳞茎 : 난류에는 근경根莖의 일부가 구근 모양으로 비대해서 지상부로 자라나는 현상)이라고 하는 거짓 비늘줄기를 갖고 있다. 계란 모양의 원형이고 지표면에 얕게 들어가며, 옆으로 염주같이 연결된다. 약난초의 잎은 인경 끝에서 1∼2개가
멀리서 보면 하얀 꽃이 마치 노루궁뎅이 버섯을 닮은 것처럼 보이는 꽃이 있다. 바로 노루삼이다. 전체적인 모습이 삼과 비슷하고 꽃이 노루 엉덩이를 닮아 붙여졌다는 설이 있다. 노루는 예전에 우리 선조들과 아주 친근한 동물이었던 같다. 그래서인지 땅이름에서의 “노루고개”, “노루목”을 비롯한 연장에서의 “재봉틀 노루발”과 속담에서의 “노루가 제 방귀에 놀라듯”, “노루잠에 개꿈이라”등 노루가 자주 등장하는데 우리 야생화에서도 예외가 아닌 듯싶다. 우리 자생식물에는 노루삼을 비롯하여 노루귀, 노루오줌, 숙은노루오줌, 노루발, 산노루참나물, 노루목등갈퀴 등등 노루라는 이름이 붙여져 있다. 노루삼은 보통 높은 산의 부엽토가 풍부하고 약간의 습기가 있는 나무 그늘 아래에서 자생하는 여러해살이 식물로 우리나라를 비롯한 일본, 중국 북동부 지방에 분포한다. 줄기는 곧게 서며 보통 40~70cm 내외로 자라며, 뿌리줄기는 짧고 크며 수염뿌리가 대체로 많은 편이다. 잎은 어긋나고 긴 잎자루가 있으며 2~4회 3장의 작은 잎으로 이루어진 겹잎으로 난다. 작은 잎들은 둥근 편이나 끝이 좁아지면서 뾰족하고, 가장자리에는 톱니가 있다. 크기는 길이가 4∼10cm 내외이며, 나비는
백양더부살이는 엽록소가 없는 식물로 줄기나 잎 어느 곳에도 녹색을 띠는 부분이 없으므로 광합성 공장을 가동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이고, 결과물인 탄수화물도 만들지 못한다. 스스로 영양분을 만들며 살아갈 수 없으니, 백양더부살이는 식물의 본질과도 같은 기능을 할 수 없는 식물이기도 하다. 하지만 백양더부살이는 쑥 뿌리에 자신의 뿌리를 박고 물과 양분을 얻어먹고 산다. 봄마다 어김없이 새싹을 틔우고, 5월이면 꽃을 피운다. 그 꽃이 얼마나 화려한지, 꽃만 보고 있노라면 기생하여 겨우 살아가는 식물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비록 다른 식물의 뿌리에 기생하여 어렵게 생명을 유지하고 있지만, 화려한 꽃을 피워 자손을 퍼뜨리려는 노력은 뭇 생물의 본능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백양더부살이 자생지는 하천변이나 저수지 제방 등 양지바르고 낙엽층이 거의 없는 자갈이나 모래땅에서 쑥류에 기생해 생육한다. 키는 보통 10~30cm 내외이며, 줄기는 여러 대가 뭉쳐나고 표면에 샘털이 많으며 갈색빛이 돈다. 표면에 잔털이 빽빽하게 난 잎은 난형 또는 피침형으로 비늘조각 같은 모양이며 5~7장이 달린다. 꽃은 5월 초·중순에 줄기 끝에 푸르고 보라색인 꽃이 10~30개씩 핀다. 꽃싸개
팝나무는 좁쌀로 지은 조밥에서 유래됐다고 본다. 우리의 먹을거리는 쌀, 보리, 조, 콩, 기장의 오곡五穀으로 대표된다. 조는 땅이 척박하고 가뭄을 타기 쉬운 메마른 땅에 주로 심었고, 오곡의 세 번째 자리를 차지할 만큼 중요한 곡식이었다. 조밥은 하얀 것이 아니라 오히려 노랗지만, 그릇에 담아둔 조밥처럼 작은 꽃이 잔뜩 핀 모양을 비유한 것이다. 사실 하나하나를 떼어 놓고 보면 조팝나무보다 작은 꽃도 여럿 있으나 무리를 이루므로 좁쌀 밥알에 비유될 만큼 꽃이 작아 보인다. 조팝나무속의 학명 스피라에아Sporaea인데 이 말은 그리스어로 나선螺旋, 또는 화환花環이란 뜻의 스페이라Speira에서 유래한다. 실제로 이 조팝나무속 식물로 화환을 만들었기 때문에 붙은 이름이라고 하고, 열매의 모양이 나선상이어서 이러한 이름이 붙었다고도 한다. 길게 늘어지는 가지가 잘 휘어져서 동그랗게 이으면 그대로 화관이 되기도 한다. 다닥다닥 붙어 있는 꽃 모양이 멀리서 보면 눈이 온 듯 눈부시지만 화려하지 않고 소담스럽고 순박한 꽃이다. 특히 조팝나무는 향기가 있어 정원 생울타리용으로 우수한 소재이기도 하며 꽃꽂이용으로 제격이다. 키는 보통 2m 내외이고 줄기는 모여나며 밤색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