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거미그물을 떠나 이리저리 왔다갔다 분주하다. 엄마가 무엇을 위해 이리 바쁘게 움직이는지 알 수 없는 나는 너무도 궁금해 엄마에게 물었다.“엄마 뭐 하세요”엄마는 대답이 없다.땅거미가 기웃기웃 서산에 그림자를 남기며 날이 저물어가기 시작했다.산이 높은 이곳에서의 밤은 다른 지역에서보다 한 시간 정도는 빠르게 찾아왔다. 적막한 산중을 감싸는 것은 고요와 어둠뿐 아니라, 계절도 성큼 다가와 아침저녁으로는 제법 쌀쌀해 지고 있다. 겨울이 문턱 앞까지 온 모양이다.아라이는 엄마의 모습이 궁금해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옆에 곤히 잠자는 아라크를 깨웠다 “아라크야! 너 혹시 엄마가 왜 저리 바쁘게 움직이시는지 아니?”“그건 말이야. 날이 어두워지니까 숨을 곳을 찾기 위해서 그러는 거야” 아라크는 으쓱해 하며 말한다.“아라크, 그런데 왜 어제와 그제는 엄마가 거미그물에서 잠을 잤는데? 오늘 밤엔 잠자리를 바꾸는 이유가 뭐니?”아라크는 말문이 막혔다.그도 그럴 것이 늘 엄마는 거미그물 안에서 밤을 보냈기 때문에 또 다른 이유를 대기 어려웠기 때문이다.아라이와 아라크 그리도 또 다른 형제들 역시 엄마의 행동이 궁금했지만, 엄마의 분주한 모습에 감히 물어 볼 엄두를
첫 만남 낯선 발자국소리가 점점 크게 들리는 것을 보니 커다란 생물체가 다가오는 것 같았다. 엄마는 몸을 낮추기 시작했다.고요마저 잠드는 전선에서의 발자국 소리가 묘한 긴장감을 조성하였다.한 무리의 군인들이 지나갔다.얼굴엔 검은색으로 칠해져 있었으며, 옷과 철모에는 떡갈나무 잎이며, 신갈나무 잎으로 위장되어 있었다.늘 비슷한 시간이면 겪는 일이지만, 엄마는 두려움에 떨 수 밖에 없었다.엄마는 정든 거미그물을 뒤로하며 거미줄을 타고 어디론가 길을 떠나시는 듯 보였다. “엄마. 어딜 가시나요?”뱃속에서부터 희미하게 들려오는 소리에 엄마는 나지막하게 대답하다.“누구니?”“아라이에요”“아라이” 그래 내 새끼이구나.“네 엄마”“그런데, 왜 우리 집을 버리고 떠나시나요”“응 우리 예쁜 딸과 아들들이 무사하게 세상 구경을 하기 위해서는 좀 더 안전한 장소가 필요할 것 같아서......”“아까 보았지. 한 무리의 군인들이 지나가는 것을...”“그래도 군인 아저씨들이 우리를 괴롭히진 않잖아요?”“그래 군인 아저씨들은 우리를 괴롭히진 않지만, 우리를 위협하는 것은 새들도 있고 노린재와 같은 곤충들도 있단다. 그 외에도 많은 동물들이 우리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단다. “세상이 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