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전환과 청년세대 육성, 농업농촌 경쟁력과 가치 만든다>
농촌 고령화 시대에 농업에서 디지털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어가고 있다. 농업농촌의 디지털 전환과 청년농업인 육성이야말로 농업의 경쟁력과 농업의 가치를 만드는 키워드 중에 하나이다.
기후 온난화, 농촌 고령화, 일손 부족 등으로 우리 농업의 위기를 수수방관하지 않고, 이러한 농업의 위기를 고민하면서 지속 가능한 농업을 이끌어 나가는 청년들이 늘어나고 있다. 디지털 전환으로 효율성을 극대화하면서, 소비자들의 다양한 취향에 맞는 농산물을 생산하기 위해 끊임없이 도전하는 청년농업인을 소개하고자 한다.
여주 지역에서 가지를 생산하는 주상중 대표는 ‘어떻게 하면 아버지의 토경 가지 농업보다 효율화를 높일 수 있을까’ 등을 고민했다. 그리고 균일한 고품질의 가지 생산량을 20~ 30% 확대하고, 30kg나 되는 수확·출하 콘티 박스의 이동을 편리하게 옮기는 장치를 설치했다. 물 관리, 양액공급 등의 자동화로 노동력을 40% 이상 감소시키며 안정적으로 고품질의 가지를 연중 생산하고 있다. 토경 재배에서 과감히 탈피하여 ICT 접목 양액재배시스템을 도입했기 때문이다.
이제 소비자들도 자신들의 건강과 안전한 먹거리를 매일 식탁에서 접할 수 있으려면, 우리 농업농촌을 지키며 안전한 농산물을 생산하는 농가의 농산물에 대한 가치를 인정하는 가격을 지불해야 한다.
고생만 하셨던 아버지 스타일의 농업, 의견 차이 충돌
토목공학과 졸업 후 취업했지만 적성에 맞지 않아 한국농수산대학에 입학했다. 어머니는 ‘첫 번째, 농사는 힘들다. 둘째, 아버지와 의견 차이로 충돌이 잦을 것’이라며 농업 선택을 반대했지만, 졸업·결혼과 동시에 아버지의 가지 농사를 배웠다. 초창기 보조자 역할을 했고, 예를 들어 하우스 8동 중에 3동 정도는 직접 재배해 보겠다고 했을 때도 농사를 맡겨주지 않았다.
아버지와 약간의 이러한 갈등은 있었지만, 5년 뒤 아버지의 건강상 문제로 농사를 맡았다. 다른 농사를 다 정리하고 아버지의 20년 된 가지 재배 노하우와 여주시농업기술센터, 경기도농업기술원 등의 교육, 주변 선도 농가들과 공유를 통해 가지 농사에 전념했다.
“고생만 하셨던 아버지 스타일의 농업과 다르게 하고 싶었습니다. 첫 번째는 토경 재배가 아니라 스마트팜 양액재배시스템을 도입했습니다. 재배 면적도 확대했고, 현재 단동(토경)·연동(양액) 하우스 재배면적이 13,223m²(4,000평) 규모죠. 상주 근로자 4명과 함께 연중 고품질의 가지를 생산하고 있습니다.”
ICT 접목과 양액재배시스템 도입 이유 있다
30년 가까이 이곳 농장에서 농사를 짓다 보니 아무리 토양관리를 잘 해도 병해가 발생한다. 고추 탄저병 같은 가지풋마름병이 발생하면 거의 그해 농사는 포기해야 한다. 수확을 앞두고 발생하면 정말 가슴이 찢어졌다.
초기 투자비가 큰 부담이 됐지만 ICT 접목과 양액재배시스템 도입 후 고품질 가지 생산이 가능해졌다. 물론 농작업도 훨씬 편리해졌다.
뚜렷하게 달라진 것은 첫째 자동화에 따른 시간과 노동력 감소 둘째, 수확량 증가 셋째, 온실 내 환경개선 넷째, 연중 고품질 가지 생산 등이다.
아버지의 가지 재배는 토경이었다. 노동 강도는 높은데, 고품질 가지 생산 비율이 낮아 소득도 높지 않았다. 또한 겨울 토경가지 재배는 난방비 등 높은 투자비 때문에 재배하지 않았다. 한마디로 아버지의 농업 스타일은 노동력과 투자비 대비 효율성이 낮았다. 그래서 과감하게 관행농법에서 벗어나 ICT접목 양액가지재배 시스템으로 사활을 걸었다.
“ICT 접목한 스마트팜 양액재배시스템을 시설하여 가지의 재배 환경이 개선됐죠. 적정 환경에서 재배하니까 생육도 왕성하고 고품질의 가지를 생산할 수 있죠. 수확량은 20~30% 정도 증가했고, 노동력은 50% 줄었다고 말하면 마치 일을 하지 않은 것처럼 보이니 30~40% 정도 라고 말할게요. 훨씬 개선된 부분이 많이 있지만 하나씩 설명하기에는 세세하게 많아 생략하겠습니다. 하하 하하.”
주상중 대표는 “여주 가지는 거의 토경재배를 이어왔다. 아버지께서도 양액재배시스템 도입을 반대했지만 과감하게 도전했다. ICT 접목과 함께 양액재배기스템을 도입했더니 토경보다 훨씬 장점이 많다. 예를 들어 아버지께서는 하우스 측창도 대충 온도 보고 식물 체감온도보다 사람이 느끼는 체감온도로 온실 온도를 관리했고, 수동으로 개폐기를 사용했다. 또한 아버지께서 환기창을 일찍 열지 못해서 가지 열매에 일소 피해가 발생했고 가지나무도 웃자랐다. 물 관리도 쉽지 않았다. 하우스 한 동에 물 주는 시간이 30분이라면 10동이면 5시간을 꼬박 기다려야 한다. 또 물 주는 것을 깜박 잊고 잠깐 다른 일하다가 물 잠그는 것을 놓치는 날도 많아 온실에 물이 흥건해져 농작업의 불편함을 줬다”고 밝혔다.
반면 ICT 접목 온실의 온도는 4단 변온 관리 등으로 세팅해 놓으면 환경에 따라 알아서 스마트하게 관리된다. 농가가 농장에 365일 갇혀 있지 않고 스마트폰으로도 언제, 어디서든지 컨트롤할 수 있어 좋다. 물론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는 의미는 아니다. 만약에 다른 농장에서 농작업을 할 때 갑자기 더워지거나 추워지거나 혹은 출근하지 못했을 때 스마트폰으로 다 확인할 수 있어서, 관행보다 훨씬 노동력이 절감됐다. 특히 물 관리는 관행보다 50% 이상 노동력이 절감됐다.
주 대표는 “가지 생육에 적정한 온도, 물관리, 양액공급 등의 자동화 시스템으로 고품질의 가지 생산율이 높아지고, 소득과 연결됐다. 무엇보다 노동력과 시간이 절감되니 작물을 더 꼼꼼하게 살펴볼 수 있고, 개인적으로도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이 더 많아지고 즐기는 운동도 할 수 있을 정도로 여유 시간 활용도가 높아졌다”고 말했다.
8월 정식, 다음해 6월까지 수확
이곳 연동 하우스의 가지 정식은 지난해 8월에 정식했고, 올 6월 말쯤이면 수확을 마무리한다. 양액재배시스템을 갖췄기 때문에 수확을 일찍 당겨 끝낼 수 있고, 추석 출하를 목표로 멜론을 재배하곤 했다. 코로나 시기에 인력이 없어 멜론은 좀 낫겠다 싶어 재배했다.
하지만 강한 노동력 대비 멜론 가격이 최소 1만 원 대 이상 나와야 하는데, 주산지가 아니다 보니 고품질 멜론을 생산해도 경매시장에서 가격이 형성되지 않았다. 직거래 위주로 판매했지만 워낙 생산량이 많다 보니 판매하는데 어려움이 동반되어 올해부터는 아직 재배할 계획이 없다.
ICT 양액재배시스템으로 가지 생산은 가격이 좋으면 7~8월까지 연장할 수 있다. 하지만 노지 가지가 쏟아지기 때문에 대부분 한 달 반 정도는 시설을 재정비하여 8월 중에 가지를 정식한다.
가지 작물은 온도에 민감
요즘은 가지를 인공수분하지 않아도 된다. 매개충 없이도 가지를 생산하는 무수정 품종이 나왔기 때문이다.
가지 1화방은 동시에 터지는 것이 아니라 조금씩 늘어난다. 1화방 가지를 수확하면 2~3화방 시기에는 정신없이 수확량이 늘어난다. 아버지는 더 키워서 적심했지만 주상중 대표는 3개월 후에 적심한다. 그러면 가지에서 측지 가지가 많이 나와 옆으로 퍼진다. 열매가 무척 많이 달리는데, 고품질 가지 생산을 위해서 적과를 해야 한다. 또한 수시로 측지를 수확할 때까지 제거하고 큰 이파리도 제거해야 통풍과 햇빛 투과량이 원활하다.
가지는 날씨 영향이 크다. 날이 흐리면 가지 수확량이 확 줄고, 날씨가 좋으면 수확량이 많다. 다만 흐렸다가 갑자기 햇빛이 쫙 뜨면 가지는 일소피해가 심각하다.
매일 다르지만 하루 수확량 2톤
하우스 내에 운반구 레일을 시설하여 수확할 때 사용한다. 가지 수확 후 물량을 옮기다 보면 허리 아프고 힘들다. 콘티 박스에 수확 가지를 담아 운반구로 이동하여 가남농협 여주가지공선출하회로 출하한다. 아쉽게도 점동면은 출하회가 없어 가남농협 공선회장으로 출하하는데 오가 가는 시간만 1시간이다.
명풍 가지 주산지는 여주이며 중심적 역할은 가남면이다. 점동면은 겨울 가지 출하 농가가 주상중 대표를 포함하여 두 농가이다 보니 직접 선별한다. 다행히 점동면 지역은 귀농 농가들도 가지 재배를 하고 있어, 4월부터 12월까지는 30여 농가가 참여하여 활성화되어 있다. 시기별로 가지 수확량은 다르지만 주상중 대표는 요즘 1.5톤에서 2톤 정도 출하한다.
가남농협 유통센터 관계자는 “여주 가지는 상처 없고 매끄러우면서 광택이 좋은 가지를 생산한다. 특히 균일한 품질의 가지를 생산하는 것이 중요한데, 주상중 대표도 고품질의 가지를 출하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보람있는 농사가 좋다
“정책 지원금만 믿고 무턱대고 농업을 선택하면 실패 가능성이 높죠. 승계농이라고 꽃길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농업뿐 아니라 급변하는 소비트렌드에 맞는 농산물을 생산하려면 끊임없이 공부해야 합니다. 농업을 선택하려면 먼저 농업을 배울 수 있는 곳이라면 아낌없이 시간과 열정을 투자하여 2~3년 동안이라도 농산물 주산지 현장에서 배우고 익혀서 선택해도 늦지 않다고 봅니다.”
주상중 대표는 “스스로 노력하다 보면 지역 내에서도 청년농업인을 응원하며 함께하는 농업기술센터도 있고 농업기술원도 있다. 목표를 갖고 재배기술을 체득한 다음 농업을 선택할 때 소득 창출에 큰 도움이 된다. 농사는 한 번 실패하면 선도 농가도 회복하는데 3년 이상 걸린다. 그럼에도 좋은 농산물을 생산했을 때 보람도 느끼고 매출도 올라가니까 즐겁다. 직장 생활보다 훨씬 여유로운 것은 있고 작물이 크는 모습을 보면 뭔가 힐링 되는 것도 느낀다”며 미소를 지었다.
* 제작 지원 : 2024년 FTA 분야 교육·홍보사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