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서로를 보지 못했는지 모른다
서로 바라보고 있다고 믿었던 옛날에도
나는 그대 뒤편의 뭍을
그대는 내 뒤편의 먼 바다를
아득히 바라보고 있었는지 모른다
나는 누구도 찾아오지 않는 섬이다
그대는 아직 내릴 곳을 찾지 못해 떠도는
저녁 바다 갈매기다
우리는 아직 서로를 보지 못하고 있다
이내 밤은 오고 모두 아프게 사무칠 것이다
- 詩, 쓸쓸한 섬 / 정일근 -
바다가 아이를 불렀다.
아이는 바다를 향해 달려갔다.
바다로 간 아이는,
둥실 떠 있는 섬과
졸린 듯 드러누운 통통배를 보았다.
바다가 아이를 불렀다.
아이가 바다로 갔다.
바다로 간 아이는,
반짝이는 물결과
노을에 물들인 붉은토끼풀을 보았다.
아이가 바다를 향해 소리쳤다.
바다가 아이를 향해 대답했다.
104년만의 가뭄이
바다를 비껴가진 않았다.
사람들은 코끼리 바위 옆에 핀 등심붓꽃으로
108개의 고난을 몰아내려 하였다.
하지만, 아이가 바다를 향해 소리칠 때처럼
아무 소용이 없었다.
지금 너무나 힘든 시간이라는 것을 알기에
내 마음은 찢어지듯 아픕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
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음이
너무나 슬퍼집니다.
이렇게 인간은 나약한 존재라니,,,
사랑하면 모든 것이 다 이루어지고
다 해결될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사랑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무것도 없음에 절망합니다.
내 존재가 아무런 위로가 되지 못한다는 것이
얼마나 마음 아픈지,,,
차라리 바라보자 않는 게 더 나을 것 같습니다.
곁에서 지켜보는 것이 얼마나 더 힘든 일인지,,,
힘이 들 때 아무것도 못한다는 것이
미치도록 괴롭습니다.
마음이 너무 아파,
너무 아파,
어떻게 해야 위로가 되는지.
가르쳐 주세요.
토끼섬 깃대봉(峰)에 솔체가 피었다.
논밭이 쩍쩍 갈라지는 불볕 속에서
새벽안개에 묻어온 옅은 수증기로 포도시(간신히)피어났다.
질긴 생명력이라니,,,
물에 비친 꽃창포를 한참 동안 바라보고 있었다.
누군가 옆에 앉아주었으면 하는 바램을
처음으로 하지 않았다.
그냥,
혼자 있는 시간에 감사할 뿐.
<팜&마켓매거진 7월호 자세히 게재, 들꽃세상 김성민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