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 농사가 하우스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가공과 유통, 체험 등과 연결될 수 있어요. 그게 바로 제가 찾은 ‘내 물건’입니다.”
안효태 청년농업인은 “딸기 농장은 단순한 생산 공간을 넘어, 어린이와 가족이 함께 와서 보고, 배우고, 즐길 수 있는 체험형 공간으로도 탈바꿈 중이다. 농업을 기반으로 내가 직접 구상한 콘텐츠를 하나하나 실현해나가고 싶다. 정부의 청년 농업인 지원 제도를 잘 활용해, 작지만 탄탄한 농장 모델을 만들어가겠다”고 말했다.
서동남 농업지도과장은 “단순한 ‘귀농’이나 ‘농작물 재배’에 그치지 않고, 도시 청년의 시선으로 농업을 해석하고, 교육·체험·가공까지 연결한 비즈니스 모델로 전환 중이다. 더 멋진 농업의 가치를 만들어 나가는 청년농업인들과 함께 농업기술센터는 함께하고 있다”고 말했다.

“무너진 하우스, 포기 대신 희망을 심었죠”
지난해 11월 28일, 갑작스러운 폭설로 인해 하우스가 무너졌다.
“그날은 제 인생에서 가장 큰 시련이었어요.”
그날 아버지는 양액실에, 저는 하우스 안에서 일하고 있었는데, 갑작스러운 붕괴음과 함께 한 동이 먼저 주저앉았고, 몇 시간 후 나머지 동도 차례로 무너졌다. 일주일간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6일째 되는 날, 힘겹게 키운 모종을 포기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 하우스 시공업체 대표가 딸기 농가였고, 그와의 상담 끝에 결론을 내렸다. “살려보자.”
선배 농가에 연락했고, 다행히 비어 있는 하우스 한 동을 빌릴 수 있었다. 문제는 인력이었다.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본인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했다.
이때 학교 선생님들과 배드민턴 클럽 회원, 농업기술센터 선생님들 모두가 자발적으로 나서 1t 트럭 5대를 동원해 모종을 옮겼다. 저와 어머니는 매일같이 아침·저녁으로 물을 주며 두 달을 버텼고, 마침내 2월 17일, 복구된 하우스에 모종을 다시 심을 수 있었다.
전문가들은 “딸기 모종 옮김이 일주일만 늦었더라도 모두 죽었을 것”이라 평가했다. 안효태 대표는 지역 분의 도움 덕분에 딸기를 지켜냈고, 결국 수확에 성공했다.
“그때의 딸기들이 지금도 고마워하는 것 같아요. 버려지지 않고 살아남은 생명이니까요.”
농업기술센터의 도움과 자원봉사자들, 선후배 농가들의 응원 속에서 그는 다시 일어섰다. 이 경험은 단순한 복구를 넘어, 청년 농업인이 공동체와 기술, 그리고 의지로 버텨낼 수 있음을 증명한 하나의 사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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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기, 쌀과 콩 활용한 색다른 체험
폭설 피해로 딸기 수확 시기가 3월 초부터 시작됐다. 딸기 수확은 보통 12월부터 6월까지 이어지지만, 안효태 대표의 수확은 조금 달랐다.
“폭설 피해로 원래 계획보다 하우스를 두 번 지으면서 정식이 늦어졌어요. 2월 중순에 정식하고 3월 초부터 수확을 시작했죠. 다른 농가에 비해 넉 달 가까이 늦었지만, 그 덕분에 여름까지 수확이 가능해졌어요”
그는 늦어진 수확을 단점이 아닌 차별화 요소로 전환했다. 물론 여름철 딸기 가격은 낮지만, 수확을 이어가면서 소득의 안정화를 도모하고 있다. 그는 “7월 첫째 주까지는 무난히 수확이 가능할 것 같다”며 “남들보다 늦게 시작한 만큼, 더 길게 수확하고 싶다”고 전했다.
딸기 수확이 끝나면 체험 콘텐츠가 사라진다는 것이 고민이었다. 그래서 농지은행을 통해 임대한 6,611m²(2,000평)의 논에서 쌀과 콩을 재배하고, 이를 활용한 체험 프로그램을 구상했다.
“딸기 체험이 끝나면 쌀 도정 체험을 비롯하여 쌀과 콩을 활용한 떡 만들기 같은 체험을 운영할 예정입니다.”
이러한 운영 방식은 단순한 1차 생산을 넘어, 가공과 체험이 결합한 ‘6차 산업’ 모델로 확장하고 있다. 특히 ‘아이들과 부모가 함께 오감으로 즐길 수 있는 체험 공간’ 조성을 중점적으로 고민하고 있다.
하우스 뒤편의 유휴 공간에는 쉼터와 바비큐 공간을 만들 계획이다. 농장 인근에 흐르는 개울과 자연환경도 체험 콘텐츠로 연결할 수 있는 자산이다. 다만 그는 무엇보다 ‘안전’을 최우선 가치로 두고 있다.
안성시농업기술센터 이선행 주무관은 “청년농업인이 귀농하여 단순히 농작물 재배에 그치지 않고, 지역과 어우러지는 농장, 소비자와 소통하는 체험 중심 공간으로 발전시키고자 한다. 그의 목표는 분명하다”고 말했다.
* 이 기사는 팜앤마켓매거진 2025년 7월호에서 자세히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