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에서 두릅이 난다고?
권혜정 연구관, 이남길 연구사
‘땅두릅’은 두릅나무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로 ‘풀두릅’이라고도 한다. 한약명으로는 독활(獨活)로 불린다. ‘바람에 흔들리지 않고 홀로 곧게 자란다’는 뜻이다. 우리나라와 일본에서 자생하고 있으며, 우리나라에서는 해발 1,500m까지의 산야, 계곡, 산기슭에서 군락을 이뤄 자생하고 있다. 땅두릅의 특징은 줄기에 아기솜털처럼 털이 나 있고, 잎은 세 갈래로 두 번 갈라진 잎이 서로 마주 보고 나 있으며, 키는 2m 정도 자란다.
여기서 잠깐 참두릅, 개두릅, 땅두릅 등 다양한 이름 때문에 혼동하기 쉽다. ‘두릅나무순’인 참두릅은 아삭아삭한 식감으로 봄철 보약이다. 특유의 향이 매력적이고, 항산화 물질이 많다. ‘음나무순’인 개두릅은 참두릅과 맛이 다른데 쌉싸름한 맛이 일품이다. 두릅나무와 음나무는 사촌뻘 되는 사이다. 이에 반해 여러해살이풀인 ‘땅두릅’은 특유의 쓴맛이 있어 식욕을 돋워주며, 무기질과 식이섬유가 다량 함유되어 있다.
땅두릅은 보통 어린순을 나물로 이용하는데 다 자란 잎도 식용이 가능하다. 맛은 쌉쌀하면서 씹히는 식감이 매우 좋으며, 일반 참두릅처럼 데쳐서 고추장에 찍어 먹거나 튀김을 하면 더욱 맛을 더할 수 있다. 또한 땅두릅 뿌리는 예로부터 발한, 거풍, 진통에 효능이 있어 풍에 의한 마비와 통증, 혈압강하, 관절염 등에 널리 쓰인 약제이다. 카우레노산(Kaurenoic acid)이 함유되어 항염작용이 높으며, 최근에는 미세먼지에 의한 염증성 폐질환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약제로 이용할 경우 늦가을이나 이른 봄에 뿌리를 캐 햇볕에 말린 후 잘게 썰어 끓는 물에 달여서 차로 이용하면 된다.
자생종 땅두릅은 품질이 균일하지 않아 농가에서 재배하는 데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강원특별자치도농업기술원 산채연구소는 우수한 형질의 유전자원을 이용하여 ‘백미향’이라는 국내 유일 땅두릅 품종을 개발하였다. ‘백미향’은 재배 적응력이 우수하고 수확량이 많으며, 줄기 솜털이 적고 맛과 품질이 매우 우수하다. 특히 겨울 촉성 연화재배 시에 자생종에 비해 순이 백색으로 향이 순하고, 잎이 부드러운 특징을 가지고 있다.
강원특별자치도에서는 강원땅두릅촉성재배연구회를 조직하여 생산 안정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또한, 브랜드 ‘눈꽃땅두릅’으로 상품 가치를 높이고 차별화하여 높은 농가소득을 올리고 있다.
한편, 농식품연구소에서는 숙근성 약용작물인 도라지, 더덕, 땅두릅 순과 잎을 이용한 다양한 가공품을 개발 중에 있다. 특히 땅두릅 잎과 곤드레를 활용한 즉석조리식품인 ‘봄담은 산나물 잡채’를 개발하였다. 기존 잡채에 비해 식물성 원료를 활용한 제품으로 현대인의 부족한 미량 영양소를 골고루 섭취할 수 있는 즉석조리식품이다. 비건 및 건강과 영양에 민감한 고객 맞춤형 냉동 제품이다. 또 강원도 대표 비빔밥인 ‘강원나물밥’에 이어 이번에 개발한 ‘향긋한 약선비빔밥’은 곤드레, 땅두릅잎, 도라지순, 더덕순을 넣어 약용작물의 순과 잎을 활용한 제품으로 건강과 맛으로 청정 강원의 음식을 알리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땅두릅전, 땅두릅 계란말이를 식탁에 올려 이른 봄의 향연을 느껴보시길 추천한다.
이 내용은 <월간 팜앤마켓매거진 2024년 01월호>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