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늘꽃을 본 적 있으신가요?
누군가 마늘꽃을 본 적이 있냐고 물어본다면, 어떤 이는 마늘은 꽃이 피지 않는다고 말할 것이고 다른 이는 코끼리마늘의 크고 둥근 보랏빛 꽃을 떠올리거나 산마늘의 작고 하얀 꽃을 떠올릴지도 모르겠다. 코끼리마늘과 산마늘은 마늘이라는 이름을 갖고 있지만 우리가 먹는 마늘(Allium sativum)과는 다른 종이다.
코끼리마늘(Allium ampeloprasum)은 마늘과 닮은 밤알 크기의 인경을 4~6쪽 정도 생산하기에 코끼리마늘이라는 이름이 붙었지만, 사실은 서양대파라고 불리는 리크에 가까운 종으로 맛도 마늘보다는 리크에 가깝다고 한다.
산마늘(Allium microdictyon)은 깊은 산속에서 자라는 산나물의 하나로 마늘 냄새가 강하게 난다 해 산마늘이라 불린다고 한다. 요즘 명이나물로 유명한 산마늘은 울릉산마늘(Allium ulleungense)로 명명되어 기존 산마늘과 다른 종으로 분류되고 있다.
코끼마늘과 산마늘은 자연상태에서 꽃도 피고 종자도 맺히지만 농가에서 재배하는 마늘은 꽃대에 해당하는 마늘종 끝에 주아라고 불리는 구슬모양의 영양번식체가 달리며 꽃은 거의 볼 수가 없다. 게다가 마늘 재배 시 마늘종을 절단하면 마늘 수량이 15% 정도 증가하기 때문에 농가에서는 대부분 마늘종을 미리 잘라버린다. 봄 한 철 맛난 반찬이 되어주는 마늘종을 판매하기 위해도 부지런히 마늘종을 꺾어야 하기에 마늘밭에서는 마늘꽃도 주아도 쉽게 볼 수 없는 것이다.
마늘꽃을 피우는 사람들
4월에서 5월경 마늘의 꽃대에 해당하는 마늘종이 올라오면 그 끝에 총포라고 불리는 작은 꽃주머니를 볼 수 있는데, 그 속에는 앞으로 자라 꽃이 될 것과 주아가 될 것이 함께 존재한다. 그러나 주아가 성숙하면서 꽃이 될 것들을 짓누르기 때문에 꽃은 퇴화하고 주아만 남게 된다. 주아를 제거하여 꽃을 피운다 해도 재배 품종 중 대부분은 불임이어서 종자가 생성되지 않는다. 이런 이유로 마늘은 다른 작물과 달리 교잡에 의한 품종개량이 어려워 각 지역의 환경에 맞게 분화된 생태종을 재배하거나 외국의 도입종 중 우량한 품종을 선발해 보급했다. 그러던 중 1980년대에 중앙아시아 지역에서 꽃이 피고 종자가 맺히는 마늘의 존재가 보고되었고, 농촌진흥청에서는 1986년 처음 꽃피는 마늘 유전자원을 수집하기 시작했다. 수집한 유전자원을 증식하고 임성여부를 조사해 마늘 교배육종을 위한 기반을 만들었다.
꽃피는 마늘이라고 해서 코끼리마늘처럼 주아 없이 꽃이 피는 것은 아니다. 재배 마늘보다 꽃이 많고 임성이 있어 상대적으로 종자가 생길 확률이 높을 뿐이다. 교배육종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적정 시기에 주아를 제거해 꽃이 퇴화하지 않게 하고 모본과 부본의 개화시기를 맞추어 인공교배를 시켜줘야 교배 종자를 얻을 수 있다. 마늘꽃이 피고 종자가 성숙하는 시기는 6월 중순에서 8월 상순인데 마늘은 더위에 약해 종자가 충분히 성숙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교배종자는 무균처리 후 배지에 치상해 기내에서 발아시키는데 발아 효율이 10~20%로 낮은 편이다. 이런 과정을 거쳐 발아한 교배실생은 이듬해 통마늘이 되고 이것을 다시 심어 키워야 쪽이 나뉘는 인편마늘이 된다.
교배하고 2년이 지나 얻을 수 있는 것은 교배종자 1알에서 마늘 4~8쪽이다. 교배실생은 5~6년의 증식 과정을 거쳐야 특성을 파악할 정도의 수량을 확보할 수 있고, 이때 선발된 계통은 3년의 지역적응성 시험을 거쳐 우량계통으로 인정을 받아야 품종 출원이 가능하다. 국립종자원에 출원 후에는 다시 2년의 검증과정을 거쳐 구별성을 인정받아야 비로소 신품종으로 등록된다. 우리가 새로운 품종의 마늘을 만나기까지 10년여의 노력이 요구되는 것이다.
마늘꽃을 교배하여 육성된 품종들
지금까지 국립종자원에 품종 등록된 마늘 중에 마늘꽃을 교배해 육성한 것은 17품종이다. 국립원예특작과학원에서는 2006년부터 2023년까지 바이러스에 강한 ‘다산’과 ‘풍산’, 항암활성이 높은 ‘화산’, 마늘종 수량이 높은 ‘산대’, 전국 재배가 가능한 난지·한지겸용 ‘홍산’ 등 모두 14품종을 등록했다.
이중 가장 많이 알려진 것은 ‘홍산’이다. ‘홍산’은 지상부 생육이 좋고 수확 시 뿌리 끊김이 수월해 인력 수확이 쉬운 장점이 있다. 또 수량성은 한지 재래종인 단양종보다 30%, 난지형인 남도종보다 15%가량 높다. ‘홍산’의 특징 중 하나인 인편 끝에 나타나는 초록색은 ‘클로로필(엽록소)’를 함유하고 있기 때문이며, 이런 특징은 파종 깊이나 수확 후 건조방법에 따라 증가 또는 감소되기도 한다. ‘홍산’은 현재 12개 업체에 통상실시 되어 전국적으로 보급되고 있다. 충남 양념채소연구에서도 꽃피는 마늘을 이용하여 교배육종을 하고 있으며, 생육이 우수하고 수량성이 좋은 ‘충산’ 등 3개 품종을 등록하고 충남지역을 중심으로 보급하고 있다. <계속>
이 내용은 <월간 팜앤마켓매거진 2024년 01월호>에서 더 자세히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