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시 청경채·쌈채소 재배
한솔베지터블 영농조합법인 노한라 대표
아삭한 식감으로 샐러드나 샤브샤브 등 다양한 요리의 식재료로 많이 쓰이는 청경채는 배추의 한 종류로 중국이 원산지다. 우리나라에서는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모현읍이 대표적 주산지로 전국 생산량의 약 70%를 담당할 정도다.
용인시 모현읍에 자리한 한솔베지터블 영농조합법인의 노한라 대표는 국내서 청경채를 처음 재배한 부친의 경험을 잘 이어 지금은 독자적인 엽채소 생산에 주력하고 있다.
그는 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하고 졸업 후 금융권에 취업해 여느 직장인과 다음 없는 사회생활을 영위했다. 2016년 부모님 농장서 재배한 청경채가 대형마트가 운영하는 6곳의 용인시 로컬매장으로 납품을 시작하면서 부모님의 권유로 농장의 ‘경리업무’부터 맡으며 농업을 접했다.
“하루가 다르게 식물이 자라는 모습이 이쁘고 신기했다”는 노한라 대표는 “회사 생활과 비교해 농사는 내가 노력하는 만큼 결과가 분명히 나오는 점이 매력”이라고 말한다.
농업을 알기 위해 한국농수산대학교를 선택
2018년 그는 다시 대학생이 된다. 한국농수산대학교에 입학한 노한라 대표는 주말이면 어김없이 용인의 농장으로 올라오는 강행군을 감수하며 일과 학업을 병행했다. 한농대 졸업 후 본격적으로 자신만의 농장을 꾸리기 시작해 지금은 용인과 이천에 200평 규모의 시설하우스 50여 동을 독자 운영하는 규모로 성장했다.
“대형마트와 거래하면 안정적인 판로가 확보돼 일정한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장점은 있다. 반면 품질과 수량을 맞춰야 하는 부담도 크다”는 노 대표는 “지금에 안주해 계속 노력하지 않으면 언제 경쟁에서 뒤 쳐질지 모를 일이다. 처음에는 청경채만 납품했지만 다양한 채소를 원하는 바이어의 요구에 맞춰 모듬쌈 상품도 개발해 납품하고 있다. 소비자 취향에 발맞춰 최근엔 모듬쌈에 쌈장까지 넣은 제품을 개발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한다.
여성농업인으로서 농업을 접하며 막연하게 가져온 두려움을 직접 몸으로 부딪혀 하나둘 극복하고 있는 그다. 이런 담대함은 한농대 재학 때 농기계 수업을 들으며 익혔던 것은 아닐까?
농기계 운전자격증 획득하며 막연한 두려움 극복
“농업을 해 보니 농기계는 최소 운전은 할 줄 알아야겠다고 느꼈다”는 그는 “아버지조차 농기계 다루는 법을 학교에서만큼 체계적으로 가르쳐주지 않으신다. 더욱이 농기계는 내가 필요해 배우려 해도 주변에 마땅히 배울 곳이 없다”고 한다.
그도 처음 농기계 수업을 접해서는 두렵기만 했단다. “배워 두면 언젠가는 꼭 쓸 일이 있다는 교수님의 격려로 조금씩 용기를 내며 수업을 들었다. 한농대 농기계 교육센터에는 논과 밭에 쓰이는 농기계가 다양하게 있다. 운전은 물론 정비까지 하면서 체계적으로 배울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다”고 한다. 그는 농기계 운전자격증, 지게차·굴삭기 운전자격증을 모두 획득했다.
“졸업 후에 어떤 작물을 기를지 결정하지 않았다면 최대한 농기계 교육센터에 있는 모든 농기계를 다 다뤄보라고 후배들에게 말해 주고 싶다. 무엇보다 여성으로서 실전에 나왔을 때 겁을 덜 먹게 만들어 준다. 방학 때도 교수님들께 가르침을 청할 수 있어 더욱 좋았다”고 말한다.
식물공장 전환 모색… 끊임없는 혁신 추구
노한라 대표의 가장 큰 고민 중 하나는 급변하는 기상 상황이다. 시설하우스를 갖췄지만 예기치 못한 기상이변이 빈번해지면서 해마다 안정적인 작물 재배가 어려워지고 있는 실정이다.
“스마트팜으로의 전환도 생각해 봤지만 스마트팜은 일단 부지를 많이 필요로 한다. 도시 근교에서 대규모 스마트팜을 짓기에는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고 말하는 노 대표는 “같은 비용이라면 머지않아 식물공장이 스마트팜보다 생산성이 더 나을 것이다. 식물공장으로의 전환을 목표로 더 노력하고 있다. 식물공장을 구비하면 샐러드 카페도 갖춰서 복합 영농센터 형태로 농장을 꾸려나가고 싶다”고 다짐한다.
이 기사는 <월간 팜앤마켓매거진 2023년 8월호>에서 더 자세히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