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곳의 농장에서 신고, 그린시스 그리고 서양배를 재배한다. 품종별 특성에 맞춰 재배지를 분산 배치함으로써 병해충 예방과 품질 관리를 동시에 꾀하고 있다. 미국 시장을 중심으로 연 150t의 수출 실적을 올리며, ‘수출 배 농가’로서 중심적 역할도 톡톡히 해내는 임선민 대표는 아산원예농협 이사이다.

특히 서양배는 현재 소수의 미식가와 셰프들이 찾지만, 언젠가는 많은 사람에게 ‘맛의 발견’으로 기억될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그 가능성은 임선민 대표의 농장에서 매년 무르익고 있다.
아산원예농협 박상규 지도사는 “아산배산업의 모범 농가이며 수출농업을 이끄는 주인공”이라고 소개했다.
“수출은 농사의 완성이라고 말하는 임선민 대표의 서양배와 그린시스 이야기를 취재 노트했다.
임선민 농가는 배 재배지를 세 곳으로 분산해 운영하고 있다. 둔포지역은 약 3,600평 규모에 신고 품종, 다른 농장에서는 서양배, 그리고 그린시스 품종을 재배한다. 66,115m²(2만 평) 규모에서 배 품종의 생육 특성과 토양 조건을 고려해 체계적인 관리를 이어가고 있다.
아산지역에서 ‘서양배’ 유일
서양배는 그 자체로 시선을 사로잡았다. 말 그대로 “너무 이쁘다”는 감탄이 절로 나오는 외형은 마치 무화과와 같은 독특한 표정을 지녔다. 한눈에 보기에도 일반적인 배와는 결이 다른, 이국적인 매력이 돋보였다.
임선민 대표는 “‘완전히 무화과 같은 느낌’이라는 기자의 말처럼, 이 서양배는 단순한 과일 그 이상의 미감을 전달한다. 아름다운 겉모습 이면에는 보통의 소비자에게는 다소 낯선 ‘후숙 과일’이라는 과제가 존재한다. 소비자들이 ‘후숙시켜서 먹는다는 게 쉽지 않다’고 생각한다. 이 때문에 이 서양배는 일반 유통보다는 주로 요리 전문 셰프들이 찾는 ‘소량 고급 과일’로 소비된다”고 말했다.
“고급 요리용으로 찾는 분들은 있는데, 생산량 한계가 있어서 대량 유통은 어려워요. 서양배의 진가를 아는 셰프들만 선호한다는 것이 아쉽죠. 이 특별한 서양배 과일이 소비자 식탁에 자연스럽게 오르는 날이 빨리 왔으면 합니다.”
앞으로 요리 문화가 점차 다양화되고, 고급 식자재에 대한 수요가 확대된다면 서양배의 입지도 달라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서양배, 숙성되면 망고처럼 맛있다.
“수확했을 때는 맛도 없고 돌덩이처럼 단단해서 씹을 수도 없어요. 이렇게 외진 곳에서 재배에도 손대는 사람이 없잖아요.”
은은한 향과 부드러운 식감 덕분에 고급 디저트나 레스토랑 요리에 자주 활용된다. 임선민 대표는 “대량 생산 농가에서는 수확 후 후숙과정이 굉장히 중요하며 노하우가 필요하다. 일반 가정에서는 후숙해서 먹으면 정말 망고처럼 맛있다. 잘 익은 서양배는 포크로도 쉽게 썰릴 만큼 부드러워 치즈, 와인과 궁합이 좋다”고 강조했다.
노동력은 1/3 감소, 평당 4만 원
“이거 익혀서 먹으면 망고 같아요. 진짜 맛있어요. 물도 많고요.”
서양배의 매력이다. 하지만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일반적인 배와 달리, 서양배 품종은 후숙 과일이다. 수확 직후보다는 며칠의 기다림 끝에 진한 향과 부드러운 식감을 선사한다고 한다.
서양배의 재배법은 어떨까? 궁금했다.
서양배는 농업 구조의 효율성 면에서도 장점을 갖고 있다.
“재배하고 있는 신고 품종과 비교하면, 노동력이 3분의 1도 안 들어요. 300평 규모의 시범포에 150주를 심었고, 150~190상자(20kg 팔레트) 정도 수확하는데, 평당 4만 원 정도 수익이 가능하죠.”
하지만 외국에 로얄티를 줘야 하는 것도 있고, 묘목 가격과 기술 등을 고려하면 초보자가 진입하기 어려울 수 있다.
“초창기에 기술도 없고 묘목은 비쌌어요. 그래서 초기에 했던 농가들은 다 그만 둬서 저 혼자 남았네요.”
서양배 묘목 간격을 50cm로 조밀하게 심고, 네덜란드식 유럽 배 재배 방식을 적용했다. 하지만 관련 기술이 부족하고, 적절한 관리가 어려워 실패를 경험한 농가도 적지 않다고 한다.
아산 지역에서 함께 재배했던 농가들이 다 포기하고 ‘결국 임선민 대표만 남았다’는 말에서 소비자의 인식부족과 후숙관리 등 재배기술의 치열함이 느껴졌다.
보통 서양배는 인터넷상에서 kg당 2만 7천~3만 5천 원에 거래되며 희소성과 가치를 입증하고 있다.

‘그린시스’ 시장 반응 뜨겁다
국산 신품종 ‘그린시스’ 배 재배 6년 차를 맞이해, 시장성과 소비자 반응에 대한 생생한 경험을 전했다. 작지만 당도 높은 이 품종은 특히 여성과 어린이, 젊은 세대의 폭넓은 사랑을 받으며 빠르게 시장에 안착했다.
“그린시스를 처음 재배했을 땐 과일 크기가 작아 후회도 했죠. 그런데 막상 시장에 내놓고 보니 반응이 엄청났어요. ‘이렇게 맛있는 배는 처음’이라는 소비자 반응이 이어졌고, 출시 2년 만에 완전히 자리를 잡았습니다.”
임 대표는 “과거 일반 배 품종들이 시장 안착까지 5~10년이 걸리던 것과 비교하며, 그린시스는 예외적으로 빠른 시간 안에 소비자 선택을 받은 품종”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과일 크기는 작지만, 당도가 높고 맛이 풍부하며, 무엇보다 ‘소과 위주의 간편한 소비’가 가능하다는 점이 큰 매력으로 꼽혔다.
“신고 배는 크고 먹기 부담스러운데, 그린시스는 알맞은 크기라 누구나 편하게 먹을 수 있어요. 여성, 아이들이 좋아하고, 젊은 층은 다른 배는 못 먹겠다고 할 정도예요.”
임선민 대표는 “그린시스의 수확 시기가 9월 초이며, 저장성도 뛰어나 출하 후 2개월 내 완판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추석 이후에도 꾸준한 주문이 들어올 정도로 고정 수요층이 형성되어 있다”고 말했다.
“추석 전에는 택배로 매일 나가고, 연휴 끝나자마자 바로 주문이 들어오죠. 시장에서 보기 드문 현상이에요.”
하지만 모든 농가가 같은 결과를 얻는 건 아니라며, “같은 품종이라도 누가 어떻게 재배했느냐에 따라 맛과 과형 등 상품이 갈린다”고 강조했다. 임선민 대표는 현재 2,000평 규모로 그린시스를 재배 중이며, 소비자 반응에 힘입어 3,000평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그린시스 맛 좌우, 아산원예농협 최고
그에 따르면 맛있는 그린시스를 생산하기 위해 가장 중점을 두는 것은 토양 관리다.
“화학비료보다 유기질 비료로 균형 잡힌 토양 관리가 중요해요. 미량요소나 영양소 조절을 통해 관리하면 당도 차이가 확실히 나거든요.”
끝으로 그는 지역 농협의 적극적인 지도사업과 지원이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아산원예농협처럼 조합원에게 실질적 혜택을 주는 곳이 드물어요. 지도사업비도 전국적으로 손꼽히는 수준이고, 조합원 교육이나 기술지원도 열심히 해 줍니다.”
“수출 150t, 흔들림 없는 배 농사”
미국 시장을 중심으로 연 150t의 수출 실적을 올리며, ‘수출 배 농가’로서 중심적 역할을 하고 있다.
“수출은 농사의 완성입니다. 농사를 제대로 지었다는 증거가 수출로 나타납니다. 미국 등지로 나가는 배는 엄격한 기준이 있어 품질이 좋아야 하죠.”
실제 연간 약 300t의 배를 생산하며, 절반가량을 미국 수출용으로 선별한다.
“시장 가격은 유동적이지만, 수출은 계약 단가가 정해져 있어 수익이 안정적입니다. 정품으로 선별된 배만 수출되기에, 농사를 꼼꼼히 지어야 합니다.”
임선민 대표는 “수출 농사의 자부심은 남다르다. 농산물이 국내에서만 소비되는 게 아니라, 세계 시장에서 인정받는다는 게 보람이다. 내가 노력한 만큼 여유 있게 살 수 있는 게 배농사의 매력”이라고 강조했다.
*이 기사는 팜앤마켓매거진 2025년 8월호에서 자세히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