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 윤은태 청년농업인 오이 농사

2025.07.07 16:33:26

“성실과 품질로 오이 명품화를 지켜나간다”

충남 공주시 우성면은 전국 오이 생산량의 약 15~17%를 차지할 만큼 오이 주산단지로 성장해 왔다.

“전국에서 맛있는 오이를 가장 많이 생산하는 곳 중 하나죠. 타 지역도 많았지만, 우성 지역 오이는 품질과 생산량 모두 탄탄합니다. 물량으로 다른 지역이 앞설 수 있지만, 품질은 우리가 우위라고 자부합니다. 오이의 진짜 맛은 우성지역에서 나온다는 얘기가 괜히 있는 게 아니죠.”

 

2세대 농업인 윤은태 공주시 4H연합회장은 오이 농사에 대해 자부심이 대단하다.

윤 회장은 “아버지께서도 30년 넘게 오이 농사를 지으셨다. 초창기부터 우성 오이 명성을 지켜오신 분이다. 그만큼 오이에 대한 자부심이 크다”고 거듭 강조했다.

 

공주시 농업기술센터 농촌진흥과 이민우 팀장은 “현재 우성 지역의 오이 재배 농가 중에는 2~3세대에 걸쳐 오이 농사를 이어가고 있다. 세대를 이어 농업의 전통을 지켜가는 우성면 오이 농사는 단순한 ‘오이 농사’ 그 이상으로, 지역의 명예와 자부심을 지키는 사람들이 있어 ‘우성 오이’의 명성은 여전히 빛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귀농을 꿈꾸는 젊은 세대에게 “거창한 목표보다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것부터 시작하면 된다”며 “농촌에서의 삶도 충분히 의미 있고 가능성이 있다”고 조언했다.

 

청년농이자 가족의 가장으로, 또 농장의 실질적인 책임자로 그는 오늘도 오이 덩굴 속에서 미래를 일군다.

“아버지를 종종 병원에 모시고 갔다 오고, 새벽에 오이 수확하고, 농장을 돌보는 것이 일상이죠. 하지만 이제는 이 일이 제 길이란 걸 믿습니다.”

 

오이만 한 작물이 없다.

윤은태 회장은 아버지의 병환으로 농장을 물려받으며 본격적인 농사 인생을 시작했다. 결코 준비된 귀농은 아니었다. 그런데도 그는 손을 놓지 않았다. “처음엔 두 동짜리 시설하우스 600평이 전부였어요. 지금은 900평을 추가로 임대해 총 1,500평 규모로 늘렸습니다. 결국엔 가능성, 비전이 있었기 때문에 확대한 거예요.”

 

규모가 커지면서 일손이 필요해졌고, 그는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했다. 여름에는 일손도 쉬고, 토양도 쉬게 해주기 때문에 가을철 위주로 함께하고 있다. 한 명의 인력도 새벽에 오이 수확하려면 정말 큰 힘이 된다고 미소를 지었다.

농장의 확장은 단순히 ‘넓혀보자’는 마음에서 나온 게 아니다. 오이농사에서 확실한 소득 가능성을 봤다.

 

“주변에 딸기나 토마토 하시는 분들 많아요. 그런데 실질적으로 계산해 보면, 저는 오이만 한 작물이 없다고 생각해요. 기술력은 필요하지만, 그만큼 소득이 따라오는 작물이죠.”

그가 생각하는 오이 재배의 강점은 꾸준한 수확과 시장 수요다.

“기술이 받쳐줘야 하는 작목이긴 하지만, 배운 만큼 결과가 나와요. 여기에 외국인 근로자의 손까지 더해지면, 좋은 성과를 올리는 오이 농장을 경영할 수 있습니다.”

 

초보 농부에서 지역 농업인으로 성장하는 법

“맨 처음 농사지을 때, 주변의 형들이 뭐 이거 해라, 저거 해라 알려주긴 했죠. 근데 초반에는 그게 잘 안 들리더라고요.”

윤은태 회장은 귀농 초기에 느낀 어려움을 이렇게 털어놓았다. 아무리 유튜브와 인터넷 강의로 정보를 얻어도, 농사의 본질은 ‘현장’에 있었다. 1년 가까이 지역 농가들을 오가며 병해충 예방 약제부터 품종 선택까지 온몸으로 배워야 했다.

“오이를 심었는데, 병이 생겼을 때 뭘 써야 하는지도 몰랐어요. 주변 농가 형님들 덕분에 약도 배우고, 타이밍도 배우고, 그때부터였죠. 농사는 사람과 같이 지어야 한다는 걸 알게 된 거죠. 그것이 주변 농가와의 소통입니다.”

귀농 이후 생존을 넘어서 ‘오이 농사 성공’을 위해 지역 선배 농가들과 긴밀한 관계를 맺었다. 농약 브랜드 하나 선택할 때도 어떤 제품이 좋은지, 형님들의 경험은 무엇보다 귀중한 데이터였다. 하지만 이런 정보 공유는 단순한 친절이 아니라 신뢰에서 시작된다고 강조했다.

윤 회장은 “주변 농가들과 교류가 없고 신뢰 없이 혼자 하겠다고 덤벼들면 안 돼요. 농사는 진짜 소통이에요.”

 

농업기술센터와의 연계다.

귀농 초기에는 주변 농가와의 관계 형성이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또 하나 중요한 점은 농업기술센터와의 연계다.

그는 “농업기술센터는 토양검사, 수질검사 등을 통해 작물 맞춤형 처방을 해준다. 농업기술센터의 처방에 따라 내 토양 상태도 알게 되고 부족한 영양관리를 할 수 있다. 오이를 잘 키우려면 토양검정부터 해야 한다. 무턱대고 심으면 실패한다”고 조언했다. 또한 농업기술센터의 다양한 교육 콘텐츠가 농가들에게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9월 정식, 10월부터 수확… 철저한 준비 필요

오이 하우스는 250평 규모로, 한 동당 약 1,400주의 오이가 자란다. 총 5동에서 재배되며, 3중 하우스와 수막시설, 열풍기 난방 등 보온 시스템도 완비돼 있다. 9월 초에 정식을 하면, 10월 중순부터 수확이 시작돼 보통 12월 중순까지 3개월간 출하가 이어진다. 최근에는 젊은 농가들이 난방시설을 활용해 1월까지 연장하기도 한다. 오이 작물이 안정적으로 자라기 위해서 4중 터널 시설을 활용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겨울 오이, 구정 전후 본격 출하

지금 수확하는 오이는 지난해 12월 24일 정도 정식했다. 40일~45일 정도 경과한 시점부터 한두 박스씩 소량 수확이 시작되고, 설(구정) 전후로 집중하여 수확한다.

겨울철 오이 재배는 특히 재식 간격 조절을 통해 통풍성과 채광을 높이는 방식으로 병해를 예방하고, 품질을 유지하는 데 중점을 둔다.

“햇빛 투과와 통풍이 중요한 만큼, 다른 계절보다 간격을 넓게 두고 심는 것이 원칙”이라고 덧붙였다.

출하처는 서울 가락동 농수산물도매시장이다.

 

 

병해충 방제, 고품질 자재 사용

그의 재배 철학은 단순히 ‘열심히 한다’에 그치지 않는다. 영양제든 작물보호제든 싸다고 막 쓰는 것보다 정확하게, 적기에, 고품질의 자재를 투입한다. 농약이나 영양제 투입 시기를 철저히 계산해 사용하는 것이 원칙이다. 아무리 좋은 자재도 시기를 놓치면 효과를 볼 수 없다는 것이다.

그는 “좋은 걸 사서 적기에 쓰면, 식물도 알아보고 반응해 줘요”라고 말한다. 또한 토양 관리에도 신경을 쓴다.

“토양은 여름철 두 달 정도 쉬게 해야 합니다.” 그는 일정 주기마다 토양 소독과 담수 과정을 통해 땅을 쉬게 하고, 축적된 염분을 씻어내는 방식으로 건강한 토양을 유지한다. 즉, 토양 소독 후 한 달간 비닐을 덮고, 물을 담아 흘려보내는 방식으로 토양 속 유해 성분을 제거한다.

 

상품성 좋은 오이

오이 수확 기준도 변하고 있다. 과거엔 크고 통통한 오이가 인기였지만, 요즘은 다르다.

“공선장에서는 25cm 전후가 최적 사이즈예요. 30cm 넘으면 못 받습니다. 딱 먹기 좋고 맛있는 크기가 있어요.”

실제로 농가에서는 오이의 크기와 모양, 품질을 기준으로 수확 시기를 조절하고 있다. 품종 선택에도 기존에 검증된 품종을 선호한다.

“신제품이라고 무턱대고 심으면 안 돼요. 생육이나 수확량, 모양이 안정적으로 나오는 게 제일 중요합니다.”

 

누적된 노하우가 키운 생산량

오이 출하량을 묻자, 작년에는 6만 9,885kg 출하했고, 올해 상반기만 해도 5만 6,232kg이다. 아직 가을 재배가 들어가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올해 전체 생산량은 작년을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매년 생산량이 조금씩 늘어요. 재배 기술이 쌓이니까요.”

작년 총 출하 매출은 약 2억 1천만 원이지만 “이게 다 통장으로 들어오는 건 아니다. 인건비, 자재비 등 고정 비용을 제하면 실질 수익은 줄어든다.

가장 높은 가격을 받은 순간은 언제였을까? 윤은태 회장은 “작년에 18kg 한 박스에 17만 원, 최고는 22만 원까지 받은 적 있었다”며 웃었다. “물론 많진 않고 3~5박스 정도였죠.” 전국 물량이 몰리지 않는 틈새 시기를 잘 공략한 덕이었다.

 

오이 재배에서 가장 힘든 점을 묻자 그는 한참을 고민하다 “오이는 예민해요”라고 말했다. “아침에 보면 싱싱하던 게 오후엔 처져 있고, 하루에도 표정이 열두 번은 바뀌죠. 그만큼 민감하고 손이 많이 가는 작물이라는 거죠. 재미있기도 해요, 매일 다르니까”

하루에도 몇 번씩 상태가 바뀌는 오이. 손이 많이 가지만, 그만큼 성취감도 크다. “잘 나올 때는 정말 뿌듯해요. 땀 흘린 만큼 소득으로 돌아오는 거니까요.”

 

*이 기사는 팜앤마켓매거진 2025년 7월호에서 자세히 볼 수 있습니다.



권연회 기자 farmmarket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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