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께서 오이 농사를 하셨기 때문에 어렸을 때부터 도와주면서 자랐죠. 직장생활을 하다가 제가 농업을 선택한다고 했을 때 무척 반대하셨지만, 지금은 든든한 스승이십니다. 아버지의 오이 농사 경험을 이어가고 싶고 자식한테도 물려줄 생각입니다. 지난해 폭설 피해도 입었지만, 오이 농사를 지으면서 좋은 성과가 나올 때는 행복합니다.”

안성 지역에서 맛있는 오이를 생산하는 배대호 청년농업인은 “저희 부모님께서도 농업은 너무 힘든 일이라 안 된다고 반대했다. 앞으로 사양산업이며 너무 힘들어서 젊은 사람들이 할 일이 아니라고 하지만, 10년 전 아버지 오이 농사에서 농업의 비전을 봤다. 직장생활에서 불투명한 미래보다는 농업분야에서 창업하여 성공적으로 정착하고 싶었다. 마침 안성시 농업기술센터에서 청창농 공모사업을 알려줘서 도전했다”고 말했다.
안성시 농업기술센터 이선행 농촌지도사는 “안성 지역 청년농업인들이 농업의 중심에 설 수 있도록 전문적인 농업기술 교육과 농업정보 등에 대해 알려주며 아낌없이 지원하고 있다. 배대호 청년농업인은 농기계팀에서 근무했을 때도 농업인들과 함께하면서 농업에 대해 관심이 많았다. 청창농으로 성장하는 모습을 볼 때 대견하면서 자랑스럽다. 진심으로 오이 농사에 열정을 쏟아 고품질 오이를 생산하는데 최선을 다하는 청년농업인”이라고 소개했다.
물론 처음 농업을 선택했을 때 두렵죠
직장생활할 때는 매월 정확하게 월급을 받았지만, 창농했을 때는 당장의 수입원이 없어 두려웠다. 창농했다고 당장 돈이 생기는 것이 아니다. 배대호 대표는 아이와 생활비 등에 들어가는 기본적인 돈이 필요한데 오이 출하 단계가 아니므로 6개월 정도는 수입이 없다.
“오이 농사를 시작했다고 붕어빵처럼 바로 판매하는 것이 아니잖아요. 오이 모종부터 생산까지 6개월 정도 걸리므로 오이를 수확하여 출하할 때까지는 수입이 없어 엄청 두려웠죠. 원래 남들은 더 걸려요. 저 같은 경우는 농사지을 땅도 미리 알아보고 부모님과 몇 년 전부터 의논하여 자금도 미리 준비했어요.”


배대호 대표는 “창창농 자금만으로 시작하면 어려움에 봉착할 수 있다. 그동안 직장생활에서 모아둔 자금을 전부 투자했다. 특히 창창농 지원금 덕분에 조금이나마 생활비 걱정없이 정말 즐겁게 농사 준비를 했다”고 말했다.
철저하게 준비하여 창농
시설하우스를 짓고 양액 재배 시스템이라든지 보온커튼 등 농사에 필요한 시설을 갖추는데 6개월 정도 걸렸다. 오이 모종은 육묘장에 미리 주문했기 때문에 시설을 갖춘 후 바로 오이 모종을 정식했다.
배 대표는 “오이 모종을 정식하기 위해 토양관리도 보름 정도 걸렸다. 정식하고 바로 경영체를 신청해서 곧바로 지원 받을 수 있었다. 결론은 자금 지원금만 생각하면 안 되고 창업을 철저하게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시 말해 농업경영체 등록이 되어야 정책자금을 지원받을 수 있는데, 하우스를 지었다고 자금이 나오는 것이 아니라 작물을 심으면 농산물품질관리원에서 확인 후 등록된다.
3,966m²(1.200평) 규모에서 아기 키우듯이 오이 농사
부모님의 오이 온실 규모와 같다. 1,200평 규모이다.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아내도 직장을 그만두고 도와주고 있다. 지난해 10월 9일 정식했고, 11월 말부터 수확했다.
“아버지의 오이 농사가 바쁠 때 도와드렸던 느낌과 제 밭에서 오이 수확할 때의 느낌이 다르더라고요. 아버지의 오이 농장에서는 대충해도 아버지께서 다 살릴 수 있을 것 같았고, 내 농장에서는 잘못되면 안 된다는 각오로 정말 50일 동안 농장에서 매일 살았습니다.”
배대호 대표는 “오이 농사는 아기 키우는 것과 같다는 것을 알게 됐다. 아기 다루듯이 잘 키워서 결과물이 나오면 ‘뭔가 이뤄낸 느낌’이라고 할까, 아직 부족한 것이 많은데 품질 좋은 오이 생산량이 쏟아지니까 너무 기분 좋았다. 또한 좋은 가격을 받으니까 농사짓는 동기부여가 되고 희망이 생겼다. 솔직히 초보자이다 보니 때론 ‘아! 이렇게 관리해도 되나!’ 수없이 갈등할 때가 많았다. 예를 들어 작물보호제를 사용해도 병해충이 발생했고, 그럴 때마다 ‘이러다 실패하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들이 오이 재배하는 50일 동안 반복됐지만, 첫 수확을 하니까 너무 행복했다”고 말했다.
수확량 증가 시기에 대설피해
첫 수확은 몇 개 나오기 시작하다가 한 달 정도부터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다.
“3,966m² 규모에서 첫날에는 한 박스 정도 나왔다면 이틀, 사흘이 지나 나흘이 되는 날에는 10박스 정도 수확량이 나왔어요. 1주일 정도 지나면 하루에 20박스 정도 수확했어요.”
배 대표는 “오이 수확 1주일 후부터 본격적으로 생산량이 쏟아질 시기에 대설 피해를 입었다. 새벽에 출근하는데, 내 오이 온실에 가까이 다가올수록 가슴이 쿵쿵거려 무탈하길 기도했는데, 낙타 등처럼 무너져 있는 작업장을 보고 정말 마음이 아팠다. 무너진 온실 안으로 기어서 들어가 보니 감사하게도 암흑 속에서 오이작물이 살아 있어 너무 감사했다. 다시 복구하느라 엄청나게 고생했고, 업체에서도 빨리 오이 농사를 지을 수 있도록 도와줬다. 덕분에 곧바로 복구하여 안정적으로 오이 재배를 해나가고 있다. 특히 폭설 피해를 입었을 때 안성시농업기술센터에서 먼저 찾아와서 도움 주셔서 힘이 됐다”고 말했다.
안성시농업기술센터에 감사, 브랜드 농산물 목표
“제가 안성시 농업기술센터 농기계임대사업소에서 근무할 당시 그곳에서 재배기술의 이론 등 많은 것을 배웠어요. 농업을 선택하려고 궁금한 것은 미리 공부했었죠. 아직도 배워야 할 것이 너무 많다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도움 주시는 부모님과 이선행 주무관님, 과장님을 비롯하여 농업기술센터에 감사합니다.”
배대호 대표는 “땀 흘려 농사짓고 노동한 만큼 버는 것보다 그 이상의 가치를 창출해 나가고 싶다. 물론 땅값도 많이 올랐고, 날씨 변수가 커서 쉽지 않지만, 규모를 갖춰 기업화하고 브랜드화하는 농산물을 생산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 이 기사는 팜앤마켓매거진 2025년 4월호에서 자세히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