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라는 행성은 약 46억 년의 시간을 거쳐 오늘날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인간은 이 긴 역사에서 극히 일부분 동안만 존재해 왔으며, 인간이 지구의 주인이라는 관점은 흔히 우리의 지각 중심적인 사고에서 비롯된다. 그러나 이보다 더 오래되고 강력한 주체가 있다. 바로 미생물이다.
이들은 생명의 기원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지구를 지배하며 생명체와 환경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미생물은 지구에서 가장 오래된 생명체다. 약 35억 년 전에 최초의 단세포 생물이 출현했으며, 이는 이후 다양한 생명체로 진화하는 기반이 되었다. 광합성을 통해 산소를 방출한 시아노박테리아는 지구 대기의 성분을 변화시켜 오늘날 우리가 숨 쉬는 산소 농도를 형성했다. 이 과정에서 미생물은 단순히 생물학적 역할을 수행하는 것을 넘어, 지구 환경의 물리적, 화학적 구조를 설계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간의 삶과 미생물의 영향력은 밀접한 관계가 있다. 예를 들어 인간이 가지고 있는 세포의 수가 70조 개인데 반해 인간의 소화계에는 약 100조 개에 달하는 미생물이 존재하며, 음식물의 소화를 돕는 것은 물론이고 면역 체계를 조절한다. 또한 토양 속 미생물은 농업 생산성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이다.
이번 호에 소개할 내용은 바로 농업에 활용하는 여러 가지 미생물에 대해서 알아보겠다. 농업 미생물은 농업에 유용하게 사용되는 미생물을 의미하며, 크게 작물의 생육을 촉진하거나 면역을 증진하는 유용미생물과 작물의 병이나 해충을 방제하는 길항미생물, 그리고 돼지 축사의 냄새를 줄이는 환경 미생물로 나눌 수 있다.
작물 생육 및 면역 활성 증진 미생물
잘 아시다시피 작물은 땅에서 필요한 영양분을 흡수하여 생육에 이용한다. 토양에는 수많은 미생물이 공존하며 작물의 양분 흡수를 증진하는 미생물을 이용하면 작물 생육 촉진에 효과를 줄 수 있다.
대표적인 예로 콩과 식물 뿌리에 공생하는 근류균이 있는데 공기 중의 질소를 작물이 흡수할 수 있는 형태로 전환해 주는 미생물이다. 인산가용화 균은 토양 내 작물이 이용하기 어려운 형태의 인산을 작물이 잘 이용할 수 있게 바꾸어 준다. 슈도모나스라는 균이 대표적이다. 질소와 인산은 대표적인 비료의 성분이다.
식물 생장 호르몬을 생성하여 작물의 생장을 직접적으로 증진시키는 균도 있다. 퇴비 내 유기물을 구성하고 있는 물질인 셀룰로오스를 분해해 식물의 생장을 촉진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바실러스 GH1-13이라는 균을 107으로 씨감자에 적시어 파종하면 전체 수량이 20% 증수되었고, 상품성 있는 감자(100~250g)는 30% 증수되었다.
미생물을 이용한 작물병 방제
식물병원균을 죽이거나 생육을 억제하는 곰팡이, 세균, 효모 등으로 주로 미생물이 생산하는 생리활성 물질을 이용한다.
일반적인 화학농약과 비교하여 잔류농약 문제가 없는 등 환경에 대한 안전성이 높다. 반면 화학농약에 비해 효과가 서서히 나타나고 가격이 고가인 단점이 있다.
현재 강원특별자치도농업기술원은 인삼의 주요 지상부병인 잿빛곰팡이병, 정선이 주산지인 황기의 뿌리썩음병, 평창이 주산지인 참당귀 점무늬병의 길항미생물을 선발하여 특허출원하고 시군농업기술센터에 보급하고 있다.
가축용 생균제와 농축산 환경 개선
건강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면서 TV 광고에 프리바이오틱스 같은 용어들이 자주 나오는데 같은 개념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프로바이오틱스는 생균제로, 미생물의 먹이인 프리바이오틱스는 배양제를 뜻하는 것으로 가축의 성장 촉진이나 치료 목적으로 사용하는 미생물제를 말한다. 환경개선용 미생물을 EM 균이라고도 하며, 축사의 냄새 저감이 주요 목적이다. 요즘 가정에서 쓰는 음식물처리기에 미생물을 많이 이용하는데 한 예가 된다.
미생물은 우리 눈으로는 관찰하기 어려운 작은 생물로 식물, 토양, 사람의 몸속 등 지구상의 어느 곳이든 존재하며, 우리 삶 속에 없어서는 안 되는 중요한 동반자이다. 물론 요즘 유행하는 독감 바이러스처럼 사람들에게 유해한 미생물도 분명 존재하고, 음식물을 썩게 하는 부패균들도 있다. 하지만 인간에게 유해하더라도 자연의 대순환 측면에서는 또 다른 용도가 있기 마련이다.
위에 언급된 농업 미생물 중에서도 가장 쓰임이 많은 균인 ‘바실러스’는 균이 있다. 우리말로 고초균이라고 하는데 고초 즉 마른 풀에 많이 존재하여 이런 이름이 붙여졌다. 이 균을 이용해 만든 발효식품이 몸에 좋은 청국장이다. 오늘 저녁 구수한 청국장 드시면서 힘든 시기를 이겨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