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읍시 벼 3만평 재배, 김정훈 (유)정읍드론항공방제 이사
대대로 벼농사 집안서 나고 자란 김정훈 씨(24세)는 어린 마음에도 ‘언젠가는 아버지를 이어 벼농사를 해야겠지’라는 생각이었다. 예상보다 그 시기가 빨랐다. 중학생 때 아버지 건강이 갑작스럽게 나빠지시며 3만 평에 이르는 벼농사를 이미 그가 도맡다시피 했다. 그는 두 번 고민않고 국립한국농수산대학교에 진학해 식량작물 전공을 선택했다.
△ 농기계 자격증 갖춰 생산비 줄이고, 부가 수익 창출해야
“드론을 고등학생 때부터 날렸을 정도니까 농기계에 관심도 많았고, 또 자주 접하다보니 운전하는 데 재미가 붙었습니다”고 김정훈 씨는 말한다.
특히 농수산대학교에 진학 해 1학년 때 교양학부 과정으로 접한 ‘농업용드론 활용 및 실습’, ‘농용건설기계 및 실습’ 강의는 3만 평의 벼 농사를 혼자서 거뜬히 해낼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고 한다.
김정훈 씨는 “농기계 관련 보유자격증으로는 드론은 교관 자격증까지 획득했고, 그 외 농기계 운전기능사, 지게차·굴삭기·로더 운전면허증 등을 획득했다”고 한다. 학교에 모든 장비가 구비돼 있었고, 야간에도 장비를 이용해 연습을 충분히 할 수 있어 자격증 취득에 큰 도움을 받았단다.
김 씨는 “드론을 스스로 운전할 수 있어 벼농사가 한결 편해졌고, 돌발 병해충에 신속히 대응해 작년에 제가 생산한 벼는 전량 정부수매에서 특등급을 받았다”고 말한다. 드론을 활용해 입제나 비료를 살포하면 굳이 사람이 논에 들어가지 않아도 돼 육체적 부담이 덜하다는 얘기다. 제대로 걷기조차 힘든 논에서 1필지(약 1,200평)만 비료 살포하면 지치기 마련이다. 하지만 드론을 활용하면 3만 평 논도 새벽 5시에 시작해 오전 10시 이전에 끝마칠 수 있다고 한다.
“집 앞의 3필지는 여름철에 비만 내렸다 하면 잠기는 논이다. 바로 옆 논은 이웃 할아버지 소유이신데, 작년 여름에 할아버지 논은 비가 온 뒤에 벼가 온통 빨갛게 변했지만 바로 옆의 제 논은 멀쩡했다. 할아버지께서 의아해 하시길래 ‘저는 드론이 있잖아요’라고 말씀드렸더니 고개를 끄덕하시더라. 올해 저에게 드론 방제를 위탁하셨다”
굴삭기 운전면허도 요긴하게 쓰이고 있다. 건설기계 운전면허를 보유한 그는 하루 60만원을 들여 전문업자를 부를 필요 없이 장비만 하루 17만원에 대여해서 원하는 만큼 직접 작업한다. 시 농업기술센터에서 임대하는 소형굴삭기는 운전면허가 없으면 아예 대여조차 못하는 실정이다.
△ 후배들에게 농업·농기계 운용 노하우 알려주고파
벼 재배 면적을 더 확대할 생각인 그는 한국농수산대학교에서 운용하고 있는 장기현장실습 제도를 적극 활용해 후배를 농장에 받아 자신의 농기계 운용 기술을 전수해 주고 싶다고 한다.
“실습생 선발 1순위는 무조건 홍순중 교수님의 수업을 이수했는지 아닌지로 결정할 것”이라는 김정훈 씨는 “농기계, 건설기계 수업을 1학년 때 들었다면 최소한 기본 자질은 갖춘 것이기에 나머지 기술은 농장에서 저와 함께 키워나가면 된다고 본다”며 “학교 밖에서는 돈을 주고도 결코 배우기가 쉽지 않은 만큼 후배들에게 무조건, 아니 반드시 농업기계, 드론, 건설기계 수업은 들어야 한다고 말해주고 싶다”고 강조한다.
홍순중 한국농수산대학교 교양학부 부교수는 “농업에 필수적임에도 농기계 및 중소형 건설기계 자격증 취득을 위한 민간 교육기관조차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라며 “농업 생산성 향상은 물론 더욱 안전한 농업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전문 자격을 갖춘 이들이 장비를 운용해야 하고, 이들에게 더욱 다양한 지원으로 영농활동을 도와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또 “농촌 인력 부족으로 농기계·장비 수요는 크게 늘고 있지만 이를 적절히 유지관리할 전문 정비인력 양성은 전무한 상태”라며 “농과계 대학에서 농기계 정비 전문과정을 도입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이 기사는 <월간 팜앤마켓매거진 2023년 7월호>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