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원의 농산물이 제값을 받아야 농협도 존재할 수 있습니다”
화려한 경영기법도, 거창한 구호도 없다. 박철선 조합장의 조합 경영은 늘 새벽 도매시장에서 시작됐고, 조합원의 과수원에서 답을 찾았으며, 다시 조합원의 소득으로 결실을 보았다.
400억 원 규모의 경제사업을 3,500억 원으로 키운 원동력도, 전국 최고의 품목농협을 만들겠다는 비전도 결국 하나의 철학에서 출발했다.

‘농협은 조합원의 것이다’ 단 한 번도 흔들리지 않은 이 신념이 오늘의 충북원예농협을 만들었다. 그리고 그 철학은 앞으로도 충북 과수농업의 미래를 이끄는 가장 든든한 뿌리로 남을 것이다.
‘농협은 조합원의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이 잠들어 있는 시간, 박철선 충북원예농협 조합장의 목적지는 전국 최대 농산물 유통의 심장인 가락시장이다.
조합장을 맡은 이래 설과 추석은 물론 새해 첫 경매가 열리는 날이면 누구보다 먼저 시장에 도착해 중도매인, 경매사와 함께한다. 과일 가격이 왜 오르고 내리는지, 소비 흐름은 어떻게 변하는지 현장에서 직접 확인한다.
“조합장이 사무실에 앉아 숫자만 보면 농민을 설득할 수 없습니다.”
도매시장은 단순한 판매 현장이 아니다. 조합원의 한 해 농사가 평가받는 곳이자, 농협이 존재하는 이유를 가장 분명하게 보여주는 곳이다. 그래서 시세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장마 때문인지, 출하량과 품질 때문인지, 유통 구조의 문제인지 원인을 분석해 조합원들에게 설명한다. 반대로 가격이 높게 형성되면 해당 농가의 출하 방식을 분석해 다른 농가들이 참고할 수 있도록 공유한다.
박 조합장은 “가격을 아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가격이 왜 그렇게 형성됐는지를 아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것이 새벽시장을 찾는 이유다. 수도권 도매시장과 공판장을 수시로 방문해 유통 관계자들과 협의하며, 현장에서 해법을 찾는다. “조합원이 피땀 흘려 생산한 농산물이 정당한 평가를 받도록 돕는 것이 조합장의 첫 번째 역할”이라는 것이 그의 확고한 신념이다.
인터뷰 내내 가장 자주 언급한 단어도 ‘조합원’이었다. 박철선 조합장은 농협을 이야기하며 단 한 번도 자신을 앞세우지 않았다.
“농협은 조합원을 위해 존재하는 조직입니다. 조합원이 돈을 벌지 못하면 농협이 존재할 이유도 없습니다.”
이 한 문장에 그의 경영철학이 모두 담겨 있다. 충북원예농협의 모든 사업은 조합원의 소득 증대를 중심에 두고 설계된다. 시설투자, 경제사업, 복지사업, 교육 등 모든 과정은 결국 조합원의 소득을 높이기 위한 수단이다.
“농협은 수익만을 추구하는 회사가 아니라 조합원의 소득을 높이는 조직입니다.”
조합원이 돈을 벌면 농협도 성장하고, 성장한 농협이 다시 그 이익을 조합원에게 돌려주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신념은 단 한 번도 흔들리지 않았다.
경제사업 400억에서 3,500억으로
경제사업 규모가 400억 원에 미치지 못했던 농협이 연간 3,500억 원을 넘어서는 대형 품목농협으로 성장했다. 하나로마트, 경제사업장, 거점 APC, CA저장고 등을 갖추며 전국에서도 손꼽히는 과수 전문 농협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이 대대적인 성장을 자신의 공으로 돌리지 않았다.
“시설은 돈만 있다고 만들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무엇을 위해 만들 것인지에 대한 철학이 먼저 확립되어 있어야 합니다.”
박 조합장의 철학은 언제나 ‘조합원의 소득’이다. 경제사업 확대와 시설 투자의 목적은 조합원의 농산물을 제값에 판매하기 위해서다.
“농협은 건물을 자랑하는 곳이 아닙니다. 조합원이 생산한 농산물이 제값을 받을 수 있는 유통 시스템을 구축하는 곳입니다.”
매출액이라는 숫자보다 유통 시스템의 중요성을 먼저 강조한다. 아무리 좋은 과일을 생산해도 판매할 시스템이 없다면 농가소득 향상은 불가능함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다. 그래서 취임 이후 가장 먼저 추진한 것이 경제사업 기반 구축이었다.
2010년 본점 하나로마트를 신축하고 경제사업장을 새롭게 조성했다. 이어 충북 과수산업의 경쟁력을 높일 거점 APC와 CA저장시설을 구축해 생산부터 저장, 선별, 출하까지 이어지는 유통체계를 완성해 나갔다.
박철선 조합장은 “농협은 미래를 준비하는 조직이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당장 눈앞의 수익보다는 10년, 20년 뒤에도 조합원이 안정적으로 농사를 지을 수 있는 기반을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뜻이다.
“당장은 막대한 투자비가 들어갑니다. 하지만 농협이 해야 할 일은 당장의 비용 절감이 아니라 미래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입니다.”
현재 충북원예농협의 거점 APC는 전국적인 모범 사례로 평가받는다. 단순 선별 시설을 넘어 품질을 균일하게 관리하고, 공동선별과 공동출하를 통해 시장 경쟁력을 높이는 핵심 기지 역할을 담당한다.
CA저장고 역시 수확기 이후 사과를 최적의 상태로 보관해 출하시기를 조절함으로써 가격을 안정시키는 전략 시설이다. 최근에는 사과 저장이 끝난 후 정부와 협력해 배추 비축 저장까지 담당하며 공공 기능도 함께 수행하고 있다.
박 조합장은 이러한 결실을 보며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한다.
“시설은 거짓말을 하지 않습니다. 잘 갖춰진 시스템은 결국 조합원의 소득으로 이어집니다.”
APC, CA저장고, 그리고 하나로마트
충북원예농협이 운영하는 하나로마트, 거점 APC, CA저장고, 경제사업장 등 대규모 시설에 대해 박 조합장은 단순히 ‘농협의 자산’이라고 칭하지 않는다.
“모든 시설은 조합원의 소득을 위해 존재합니다. 보여주기식 건축물이 아닌, 농가의 경쟁력을 실질적으로 높이는 생산기반입니다.”
취임 초기부터 생산을 넘어 유통이 농업의 승패를 가르는 시대가 올 것으로 예측했다. 아무리 품질이 뛰어난 과일이라도 저장시설이 부족하면 수확기에 일시 출하되어 가격 폭락을 면치 못한다. 농민이 한 해 피땀 흘려 농사짓고도 제값을 받지 못하는 악순환을 끊기 위해 추진한 것이 APC와 CA저장고였다.
거점 APC는 농가별 품질 편차를 줄이고 공동선별·공동출하를 통해 브랜드 신뢰도를 높인다. 정밀한 기체 제어로 과일의 신선도를 유지하는 CA저장고는 시장 상황에 맞춰 출하시기를 조절할 수 있게 돕는다.
“가격은 생산량 못지않게 출하 시기에 따라 크게 좌우됩니다. 농협은 저장과 유통을 통해 농가가 시장을 주도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합니다. 농협은 농산물을 단순히 파는 곳이 아니라, 농산물의 가치를 높이는 곳이어야 합니다.”
이러한 선제적 시설 투자는 수확기 가격 폭락 위험을 대폭 낮췄고, 안정적인 출하와 품질 향상으로 시장의 신뢰를 확보하며 조합원 소득 안정에 크게 이바지했다.
‘우리 농협이 있어 든든하다’는 말 한마디의 보람
수많은 위기를 극복한 박철선 조합장이지만, 기후변화가 심화하는 지금이 가장 큰 변곡점이라고 진단한다. 과거에는 풍년과 흉년의 문제였다면, 이제는 저온 피해, 폭염, 집중호우 등 기후 자체가 변화해 사과·배·복숭아의 착과가 불안정해지고 병해충 양상도 달라졌기 때문이다.
“이제 과거의 방식으로는 농사를 지을 수 없습니다. 기후가 바뀌면 재배기술도, 유통도 바뀌어야 합니다. 기후변화라는 거대한 파도에 농민 혼자 대응하기는 어렵습니다. 농협이 앞장서 기술과 정보를 제공하고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야 합니다.”
그는 품목농협의 역할이 과거의 판매 중계에서 벗어나 생산기술, 저장, 유통, 소비시장까지 종합적으로 설계하는 전문조직으로 진화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현장에서 소비자 선호를 정확히 파악해야 생산 방식을 개선할 수 있으며, 이는 농가소득 향상으로 이어진다는 것이 박철선 조합장의 지론이다.
아무리 제도가 개편되어도 조합원의 실질 소득이 늘지 않는다면 그것은 진정한 개혁이라 할 수 없다. 따라서 불필요한 사업은 과감히 정비하고, 농가소득과 직결되는 사업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조합원들이 ‘우리 농협이 있어서 든든하다’고 말해줄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낍니다. 그 신뢰를 지키는 것이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제 역할입니다.”
*이 기사는 <팜앤마켓매거진 2026년 8월호>에서 자세히 볼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