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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림축산식품

AI 농업 경쟁력, 데이터 표준화와 생태계 구축에 달렸다

"AI·로봇은 농업인을 대체 아닌 지원"

 

"R&D 데이터 공유·현장 중심 생태계 조성 시급"

 

'AI 전환 시대의 농업 융합기술 전망'을 주제로 열린 제40회 농림식품산업 미래성장포럼 종합토론에서는 농업 AI의 성공 조건으로 데이터 표준화와 현장 중심의 생태계 구축, 장기적인 연구개발(R&D) 투자 확대가 필요하다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

종합토론은 하성도 농림식품과학기술위원회 ICT융복합시스템 전문위원장이 좌장을 맡았으며, 송호철 인공지능위원회 AX국가위원, 김대훈 대표, 최준기 대동 AI LAB 대표, 김락우 서울대학교 바이오시스템공학과 교수, 손동섭 한국로봇융복합연구원 로봇전략연구본부장이 참여했다.

 

첫 번째 토론자로 나선 손동섭 본부장은 AI와 로봇이 농업인을 대체하는 기술이 아니라 부족한 노동력을 보완하고 생산성을 높이는 협업 기술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령화와 농업인구 감소가 심화되는 상황에서 AI와 로봇은 과수 수확, 운반, 제초 등 반복적이고 힘든 작업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발전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농작업과 데이터의 표준화가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농업인의 오랜 경험과 노하우를 의미하는 '암묵지'를 데이터화해 AI와 로봇이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실질적인 현장 활용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또한 농업용 로봇은 방위산업과 마찬가지로 높은 신뢰성이 요구되는 만큼 단기 과제 중심의 연구보다 지속적인 실증과 검증을 위한 장기 투자가 필요하다며 농업 AI와 로봇 분야에 대한 국가 차원의 투자 확대를 제안했다.

 

이어 김락우 서울대학교 교수는 스마트농업에 AI를 적용하는 데 있어 가장 큰 과제는 데이터 확보라고 진단했다.  농업은 온도와 습도, 환기, 에너지 비용 등 수많은 환경요인이 동시에 작용하는 복합 시스템이기 때문에 일반 산업보다 AI 적용이 훨씬 어렵다고 설명했다. 연구 현장에서는 방역 문제와 농장 접근 제한 등으로 양질의 데이터를 지속적으로 확보하는 데 어려움이 많고, 연구자와 농업인, 산업계 간의 간극도 여전히 크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AI 활용 능력이 뛰어난 청년농과 후계농이 늘어나고 있는 만큼 데이터 기반 연구가 축적된다면 농업 AI의 미래는 충분히 밝다고 전망했다.

 

발표자로 참여했던 송호철 위원은 토론에서 AI 전환의 성공을 위해서는 기술보다 '순서'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AI를 도입하기 전에 데이터와 인프라, 법·제도 등 기반을 먼저 갖춰야 하며, 결과물 중심의 사업 추진보다 기술을 구성하는 각 계층(layer)을 체계적으로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여러 부처가 유사한 사업을 중복 추진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범정부 차원의 거버넌스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아울러 AI 학습용 데이터와 실제 현장에서 실시간으로 활용되는 데이터를 구분해 관리해야 한다며 "데이터를 단순히 많이 쌓는 것이 아니라 살아있는 데이터로 활용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대훈 대표는 AI 기술이 성공하려면 데이터뿐 아니라 현장의 업무 흐름에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서비스 설계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실제 산업 현장에서는 AI 모델보다 데이터를 지속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업무 프로세스와 인센티브 체계가 더 중요하다며, 어린이집과 병원 급식 데이터를 수집하는 과정에서도 현장의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해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고 소개했다. AI 기술은 현장의 문제를 해결하는 도메인 전문성과 결합될 때 비로소 산업적 성과를 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최준기 대표는 기술만으로는 농업 혁신을 완성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AI 기술이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농업인과 기업, 연구기관이 함께 참여하는 생태계가 구축돼야 하며, 일하는 방식과 거래 방식까지 함께 변화해야 지속 가능한 스마트농업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농업 역시 방위산업에 버금가는 국가 전략산업으로 성장할 잠재력이 충분한 만큼, 민관이 함께 협력해 생태계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진 질의응답에서는 소버린 AI 구축을 위한 국내 농업 데이터 확보 방안과 AI 에이전트 개발, 개인 맞춤형 식품 데이터 활용, 자율농업의 범위 등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오갔다. 참석자들은 농업 AI의 경쟁력은 결국 국내 농업 데이터 축적과 활용 역량에 달려 있다는 데 공감했다.

 

하성도 좌장은 "오늘 토론에서 가장 많이 나온 단어는 데이터였다"며 "앞으로 농림축산식품 분야 R&D 과제가 종료될 때 AI가 활용할 수 있는 형태의 데이터를 함께 구축·공유하는 체계가 마련된다면 연구성과 활용도가 크게 높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포럼에서 가장 많이 등장한 단어는 '데이터'였다. AI 에이전트, 소버린 AI, 디지털 전환 등 다양한 기술이 기자에게 훙미 불발 지루했지만,  발표자와 토론자들이 공통적으로 강조한 것은 화려한 AI 기술이 아니었다. 농업인이 매일 기록하는 영농일지, 토양과 기상, 생육 데이터, 오랜 경험에서 나온 재배 노하우가 AI의 가장 중요한 자산이라는 점이었다.

 

농업은 제조업처럼 동일한 환경에서 반복되는 산업이 아니다. 같은 품종이라도 지역과 토양, 기후, 농업인의 재배 방식에 따라 결과는 달라진다. 그래서 농업 AI는 정답을 알려주는 기술이 아니라 수많은 경험을 학습해 농업인의 판단을 돕는 기술이어야 한다는 의견이 설득력 있게 다가왔다.

 

특히 대동 AI LAB이 토마토 농장을 직접 운영하며 AI를 실증하고, 로봇 연구기관이 현장에서 데이터를 쌓고, 대학과 정부가 데이터 표준화를 이야기한 것은 의미가 크다. AI는 연구실에서 완성되는 기술이 아니라 농업인의 농장에서 완성된다는 사실을 이번 포럼은 보여줬다.

 

AI 시대 농업의 경쟁력은 더 이상 좋은 알고리즘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누가 더 많은 데이터를 확보하느냐보다, 누가 더 좋은 데이터를 현장에서 축적하고 농업인과 함께 활용하느냐가 앞으로 대한민국 농업의 경쟁력을 좌우할 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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