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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도 재배기술<18> 대목의 필요성

포도는 5,000∼6,000년 전부터 중동과 지중해 연안에서 재배되기 시작하여 현재 북반구의 러시아부터 남반구의 남아프리카공화국과 호주까지 전 세계 거의 모든 지역에서 재배되고 있다.

 

지금까지 약 1만 4천여 포도 품종이 보고되었으며, 현재 약 1,000여 품종이 상업적으로 재배되고 있다. 그러나 포도 재배에 대목을 이용하기 시작한 것은 19세기 중반부터로 포도 재배 역사에 비추어 볼 때 아주 최근의 일이다.

 

그 이유는 포도가 발근이 잘 되고, 토양 및 기후 적응성이 우수하며, 타 과수에 비해 결과 연령이 짧아 자근묘(삽목묘)를 사용해도 재배에 특별한 문제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19세기 중반 북미에서 번식된 포도 삽목묘에 진딧물의 일종인 필록세라(포도뿌리혹벌레, Daktulosphaira vitifoliae)가 유럽으로 도입되면서 삽목묘의 이용이 불가능해졌다.

 

필록세라는 유충 및 성충 상태에서 포도의 뿌리와 잎을 가해하며 피해 부위에 혹을 만들어 수세를 쇠약하게 만들고, 상처 부위를 통한 병원균 감염 통로 역할을 하여 포도를 고사시키는 무서운 해충이다.

 

필록세라가 유럽 전역에 전파되면서 유럽의 포도 산업이 고사 직전에 이른 적도 있다. 특히 유럽종Vitis vinifera 포도는 필록세라에 대한 저항력이 거의 없어 피해가 더욱 확산되었다.

 

그 해결책을 모색하던 중 미국의 야생 포도에서 필록세라에 저항성이 있는 종을 발견하게 되었고, 이를 포도 대목으로 접목해 재배한 결과 필록세라의 피해로부터 유럽의 포도 산업을 회생시킬 수 있었다.

 

필록세라는 건조하고 온난한 지역이나 유럽종Vitis vinifera 포도에서 많이 발생하는데, 우리나라의 여름은 비가 많고 겨울은 추우며, 재배되는 주 포도 품종 또한 미국종Vitis labrusca 포도의 형질이 많이 섞인 ‘캠벨얼리’였기 때문에, 필록세라에 대한 걱정 없이 삽목묘를 사용하여 포도를 재배할 수 있었다.

 

그러나 1912~1913년 부산에서 처음으로 필록세라가 보고된 이후, 1998년 천안 ‘거봉’ 재배지에서 심각한 피해가 발생했던 바, 더 이상 우리나라도 필록세라 안전지대라 할 수 없게 되었다.

 

더욱이 소득 증대 및 포도 생과 수입 개방에 따라 고품질 포도에 대한 소비 욕구도 높아져, 고품질의 유럽종 포도를 직접 재배하거나 유럽종 포도를 교배 모본으로 사용한 교잡종 재배가 늘어날 전망이어서 우리나라의 필록세라 위험도는 점차 높아질 것이다.

 

포도에서 처음 대목을 사용하게 된 계기는 필록세라에 대한 저항성을 획득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사용한 대목에 따라 필록세라 저항성에 차이가 있고 내습성과 내건성 등 불량 환경에 대한 견딤 정도가 각기 다르며, 접수 품종을 작게 또는 크게 생장시키거나 숙기를 조절하는 등의 부가적인 특성이 보고되면서 재배 환경 및 목적에 맞게 접수 품종의 생태를 조절하기 위한 접수-대목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그러므로 필록세라의 위험성을 줄이는 것은 물론이며 논을 성토하여 물 빠짐이 좋지 못하거나 관수가 어려운 포도원의 불량 환경에 적응하고, 특히 조기 가온을 하는 시설 재배에서 포도의 수세 조절, 꽃떨이 현상 방지 및 착색 증진 등을 위해 목적에 맞는 대목을 선택하여 사용할 필요가 있다.

 

‌다음 호에서는 <대목 기본종의 특성>에 대해 연재한다. *이 기사는 팜앤마켓매거진 2026년 6월호에서 자세히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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