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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칼럼

<편집장의 글>농업 현장 외면한 농업용 드론 규제

“밤에 뿌려야 벌레가 잘 죽어 방제 효과가 좋은데, 법은 낮에만 드론을 날리라고 합니다.”

현장에서 만난 한 농업인의 토로는 단순하지만 뼈아프다. 최근 농촌에 자율주행 농기계와 드론을 활용한 스마트 농업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지만, 정작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법적 규제는 농민을 ‘잠재적 범법자’로 내몰고 있다. 방제 효과를 높이고 농업인의 건강을 지킬 수 있는 ‘야간 드론 방제’가 까다로운 규제의 벽에 가로막혀 있기 때문이다.

 

현행법상 드론 비행은 일출 후부터 일몰 전까지만 허용된다. 그러나 실제 농사 현장의 사정은 전혀 다르다. 한여름 뙤약볕 아래서 약을 뿌리면 잎에 닿기도 전에 증발해버려 방제 효과가 반감된다. 무엇보다 해충이 가장 왕성하게 활동하는 시간이 밤이라는 점이 핵심이다. 방제 효율을 높이고 폭염 속 농민의 건강을 지키려면 서늘한 새벽이나 밤이 적기지만, 법은 도리어 이때 드론을 띄우는 이들에게 ‘최소 300만 원의 과태료’라는 경직된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

 

물론 드론은 항공기로 분류된다. 안전과 안보를 책임지는 국토교통부의 처지를 이해하지 못하는 바는 아니다. 하지만 안보 시설이 없는 탁 트인 농경지에서조차 복잡한 서류 뭉치에 가로막혀 야간 방제를 포기해야 하는 것이 우리 농촌의 주소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현장에서는 불법인 줄 알면서도 새벽과 밤을 택하는 농민들이 부지기수다. 약제를 아끼고 확실한 방제 효과를 보기 위한 절박한 선택이다. 이를 단순히 도덕적 해이로 치부할 수 있을까. 오히려 정책이 현장의 과학적 근거와 농심農心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물어야 한다.

 

야간 비행 규제 완화는 단순히 편의의 문제가 아니다. 기류가 안정적인 야간이나 새벽에는 약제의 비산(흩날림)이 적어 인근 농가 피해를 줄일 수 있다. 또한 방제 효과 증대로 인한 농약 사용량 절감, 폭염 속 온열질환 예방, 나아가 청년 농업인들의 방제 대행 수익 개선 등 다각적인 긍정적 효과가 기대되는 일이다.

 

야간에 농업용 드론을 띄우기 위해 거쳐야 하는 국토교통부의 ‘특별비행 승인’ 절차는 고령화된 농촌 현실에서 넘기 힘든 높은 문턱이다. 이제는 국토부와 농식품부가 머리를 맞대야 한다. 특정 구역 내 농업용 드론에 한해서는 절차를 대폭 간소화하거나, ‘허가제’가 아닌 ‘신고제’로 전환하는 긍정적인 검토가 필요하다.

 

지방자치단체의 발언이나 현장의 호소만으로는 역부족이다. 이제 정부가 이 모순된 규제의 실타래를 풀어야 한다. 농업기술은 이미 21세기를 달리고 있는데, 법체계는 여전히 과거의 법에 갇혀 농민의 발목을 잡아서야 되겠는가. 밤잠 설치며 논밭을 지키는 농민들이 더 이상 법 앞에서 죄인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

 

발행인 | 문학박사 최서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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