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가들 사이에서는 여전히 “내가 해봐서 아는데”로 대변되는 경험지상주의가 공고하다. “이 농약이 병해충에 좋다더라”, “저 영양제를 치면 당도가 기가 막히게 올라간다더라”는 식의 근거 없는 정보(카더라식 정보)에 휘둘려 약제나 영양제를 수시로 바꾸는 광경은 흔한 풍경이다.
이러한 정보 의존 방식은 기후 변화 시대에 미래를 보장하기 어려운 위태로운 관성에 가깝다. 이제 농업은 노동력이 아닌 ‘데이터 주권’ 싸움이다. 농민 스스로가 하우스의 온·습도, 이산화탄소 농도, 에너지 소비량 등을 숫자로 파악하고 스마트팜 기계를 활용하여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 데이터를 쥐지 못한 농업인은 변동성이 큰 기후 위기 상황에서 대책 없이 갈팡질팡하게 되지만, 데이터를 읽는 농가는 환경을 능동적으로 제어하며 경영의 주도권을 갖게 된다.
영농 현장에서 만난 박혜선 양평 딸기연구회장의 사례는 매우 인상적이었다. 농업을 전혀 모르는 ‘백지 상태’에서 시작했기에, 기존의 잘못된 관습이나 주변의 현혹되는 정보 대신 양평군 농업기술센터의 교육을 교과서적인 원칙으로 삼아 스펀지처럼 흡수했다. 매일 딸기의 생육상태부터 온·습도, 보온커튼, 난방, 농약, 영양제 등 모든 것을 기록했다. 그리고 축적된 데이터는 곧 강력한 경쟁력이 됐다. 기온이 오르면 쉽게 물러지는 딸기를 6월 말, 심지어 7월까지도 고품질로 생산해냈다. 소비자가 선호하는 ‘경도가 좋은 딸기’를 생산한 비결은 결국 데이터 농업이었다.
“내 머리는 믿지 않아도 데이터는 믿는다”는 그의 말이 시사하는 바가 크다. 농업은 이제 1차 산업의 굴레를 벗어나 고도의 지식정보산업으로 진화했다. 작물을 키우는 기술만큼이나 데이터를 분석하고 경영을 설계하는 능력이 농업인의 필수 소양이 된 것이다.
또한 주목할 점은 ‘농가와 농촌지도사의 동반 성장’이라는 선순환 구조다. 농가가 스마트해지면 농업인을 지도하는 지도사의 실력 또한 향상되기 마련이다.
현장의 날카로운 피드백은 농업기술의 전문성을 높이고, 농촌지도사의 실력이 향상되어 농가에 질 높은 서비스로 환원되는 ‘지식의 선순환’이야말로 우리 농업을 지탱하는 진정한 힘이다.
마지막으로 ‘나만 알고 있는 비법’이 경쟁력이라는 생각에서 벗어나 자신의 노하우를 연구회원들과 아낌없이 공유하며 지역 딸기 브랜드 전체의 가치를 높이고 있다.
정부의 보조금이나 스마트팜 기계가 농촌의 미래를 담보하지 않는다. 기계는 도구일 뿐, 그것을 운용하는 주체인 농업인의 인식 전환(혹은 농업관의 혁신)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무용지물이다. 6월에도 무르지 않는 딸기는 결국 데이터 농업과 ‘변화된 농업인’이 일궈낸 결실이다.
이제 농업인들이 자신에게 물어야 한다. 나는 여전히 어제의 경험과 주변의 카더라(유언비어) 통신에 갇혀 있는가, 아니면 데이터가 가리키는 ‘돈이 되는 내일’로 나아가고 있는가. * 이 기사는 팜앤마켓매거진 2026년 4월호에서 자세히 볼 수 있습니다.
발행인 | 문학박사 최서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