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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소농/품목별연구회

강원도 농산물가공농업인연구회 정영애 회장

“치유 체험 문화공간을 만들고 싶다”

산 높고 물 맑은 원주 신림 골짜기, 1월의 오후에 장독대마다 따스한 햇볕이 머물렀다. 아마도 자연을 거스르지 않고 가장 청정한 방식으로 전통을 지켜가려는 정영애 대표의 마음인 듯했다. 아무튼 ‘장醬의 요람’이라 말할 수 있는 정토담이다.

 

강원도 농산물가공농업인연구회 정영애 회장은 20여 년 전 오로지 ‘깨끗한 먹거리’를 생산하기 위해 2년여의 탐색 끝에 정착한 곳이라고 말했다.

 

“돈을 벌기 위해서라면 사람 눈에 잘 띄는 길가를 택했겠죠. 하지만 장은 숨을 쉬는 음식입니다. 항아리 뚜껑을 열었을 때 매연이 아닌 맑은 공기가 들어가야 하기에, 축사 하나 없고 해가 잘 드는 이 깊은 품을 선택했습니다.”

정영애 대표는 “자연이 허락한 환경에서만 진정한 전통의 맛이 나온다”며 말문을 열었다.

 

강원도농업기술원 장미정 팀장은 “정영애 대표님은 연구회를 훌륭하게 이끄시는 리더일 뿐만 아니라 평소 주변의 불우한 이웃을 돕는 일에도 누구보다 앞장서시는 따뜻한 분”이라며 아낌없이 칭찬했다. 특히 정 대표의 자립 의지를 높게 평가했다. “농가가 정부 지원에 의존하려 할 때, 정 대표님은 스스로의 힘으로 일어서겠다는 의지가 확고했다. 그러한 뚝심이 있었기에 매년 눈부신 성과를 올릴 수 있었고, 정직한 발효와 배움에 대한 열정이 더해져 소비자가 먼저 찾는 명품 장류가 탄생한 것”이라고 말했다.

 

정영애 대표가 생산하는 제품들은 인위적인 첨가물 대신 원주의 깨끗한 물과 햇살, 그리고 정 대표의 섬세한 손길로 완성된다. 과거 꽃꽂이 작가로 활동했던 그녀의 미적 감각은 장 담그는 과정에도 고스란히 녹아있다.

 

최적의 먹거리 지역, 원주 신림

정 대표가 처음부터 원주 사람이었던 것은 아니다. 원래 경남 고성에서 대규모 관엽농장을 운영하던 중 대형 태풍으로 인해 하루아침에 모든 것을 잃은 시련을 겪었다.

 

잘나가는 관엽농장을 운영하던 화훼 전문가였을 때 이상기후 변화를 느꼈다고 한다. 사실 정 대표의 장류 사업은 우연이 아니었다. 농장을 운영하던 시절에도 틈틈이 담갔던 된장과 고추장 등 장류는 주변 지인들 사이에서 이미 입소문이 자자했다. “한 번 맛본 지인들이 자꾸 팔라고 성화를 부렸죠. 주변에 조금씩 나눠주던 게 직접 구입으로 이어지는 걸 보며 ‘아, 이거다’ 싶었습니다.”

 

 

제대로 된 장을 담그겠다는 결심이 서자, 그는 곧바로 행동에 옮겼다. 최적의 환경을 찾기 위해 보낸 시간만 무려 2년. 수많은 후보지를 제치고 정착한 곳은 강원도 원주시 신림면이다. 주변에 오염원도 없고 축사도 없다. 장 맛의 기본이 되는 맑은 물을 확보할 수 있다. 겨울에도 볕이 잘 들어 메주가 발효되고 장이 익어가는 데 최적의 조건을 갖췄다.

 

장 만들기 좋은 원주

이곳에서 된장, 고추장, 청국장은 물론 어간장과 멸치 액젓까지 아우르며 전통 장류 산업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된장·청국장은 지역 농가와의 상생을 통해 수매한 콩으로 빚어낸다. 어간장·멸치 액젓은 산속에서 만나는 바다의 깊은 맛이다. 정 대표만의 비법으로 비린내 없이 담백한 감칠맛을 자랑하며 입소문만으로 전국구 반열에 올랐다.

 

전통 방식으로 장을 담그는 정영애 대표가 화학조미료 알레르기를 극복하기 위해 시작한 ‘바른 먹거리’는 이제 학교급식까지 사로잡았다.

‘멸치 액젓으로 담근 된장’이라는 독창적인 비법으로 영양사들과 입맛 까다로운 아이들도 좋아하는 제품이다.

 

소금물 대신 멸치 액젓, “감칠맛의 신세계”

이곳 장류의 가장 큰 특징은 된장을 담글 때 소금물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대신 잘 발효된 멸치 액젓을 사용한다.

처음에는 주변에서 ‘미쳤다’는 소리까지 들었지만, 액젓으로 담근 된장은 칼슘과 아미노산, 핵산이 풍부해져 시중 된장과는 비교할 수 없는 깊은 감칠맛을 자랑한다.

 

“전통방식을 통해 생산하기 때문에 기업체 장류보다 비싸도 충성 고객들이 늘어나고 있다. 25년 전 경남에 살 때부터 인연을 맺은 고객들이 지금까지도 단골로 남아 있을 정도”라며 자부심을 드러냈다.

 

정 대표가 이토록 바른 먹거리에 집착하는 이유 중의 하나는 가족의 건강과도 직결되어 있다. 화학조미료가 들어간 음식을 먹으면 몸에서 즉각적인 반응(알레르기)이 일어나는 체질 탓에, “내가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음식을 만들자”는 철학이 자연스럽게 배어났다.

“가격이 비싸도 가치 있는 음식을 알아보는 소비자들 덕분에 힘을 얻는다”는 정영애 대표의 말에서 우리 전통 장의 밝은 미래를 엿볼 수 있었다.

 

매년 10% 이상 성장, 나눔에 진심인 강원도 여장부

된장, 고추장, 간장을 합쳐 연간 40톤의 장류를 생산하며 매년 10% 성장하고 있다. 소비자들에게 그 맛과 정성을 인정받고 있는 정영애 대표는 ‘책임감’ 하나로 지금의 자리를 일궈낸 여장부다.

최근에는 강원도농업기술원의 지원으로 온라인 시장까지 섭렵하며 제2의 전성기를 맞이했다. 또한 산불 피해 이웃 돕기 등 올해에만 500만 원 이상 기부하는 정영애 대표는 “나눌 수 있어 행복하다”고 말했다.

 

스마트스토어’와 ‘방송’의 만남

디지털 시대에 발맞춘 변화도 성장의 발판이 됐다. 강원도농업기술원의 지원을 통해 스마트스토어 교육을 이수한 정 대표는 지난해 6월 네이버 쇼핑몰을 개설했다. 처음엔 어간장 하나로 시작했지만, 8월부터는 전 제품을 올린 직후 KBS ‘동네 한 바퀴’ 프로그램에 소개되며 그야말로 ‘대박’이 터졌다.

“교육받을 땐 쥐가 날 정도로 힘들었지만, 온라인몰 덕분에 판로가 완전히 넓어졌다”며 도움을 준 강원특별자치도 농업기술원 장미정 팀장을 비롯하여 관계자들에게 감사를 표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강원도농업기술원의 교육 ‘최고’

정영애 대표는 “세 평짜리 방을 도배하고도 남을 정도로 농촌진흥기관 등에서 받은 수료증을 보유하고 있지만, 최근 강원도농업기술원에서 진행한 ‘자립형 온라인몰 교육’은 농업 인생에 전환점이 됐다”고 거듭 강조했다.

“20년 동안 교육받았지만 그렇게 알찬 교육은 처음이었어요. 가공연구회원들이 다양한 교육 콘텐츠를 접할 수 있도록 도움 주신 과장님, 담당자께 감사하죠. 교육 덕분에 판매도 자신감이 생기는 것 같아요. 한마디로 집중 교육이 큰 힘이 됐죠.”

 

현재 강원도 농산물가공연구회 4년 차 회장직을 수행하며 도내 가공산업 발전에 힘쓰고 있는 정 대표는 이제 새로운 꿈을 꾸고 있다.  방문객들이 청정 자연 속에서 전통 음식을 체험하고 마음을 달래는 ‘치유 체험 문화공간’을 만들고 싶다. 이미 정원 가든 매니저 과정과 치유 교육을 수료했고, 한쪽 공간에는 아름다운 정원을 가꾸고 있다. 향후 자녀들과 함께 이 공간을 이어가며, 농촌의 가치를 문화로 승화시키겠다는 계획이다.

*이 기사는 팜앤마켓매거진 2026년 2월호에서 자세히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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