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의 오후, 배나무 도장지(웃자란 가지) 전지 작업이 한창이었다. 전동 가위를 사용하는 그의 손길에서 숙련된 농군의 모습이 보였다. 등 쪽에서 높게 솟은 가지를 바짝 잘라내야 영양분이 과실로 고르게 전달된다는 설명도 한다.
‘신고배’ 만큼 ‘황금배’, ‘공학’ 대신 ‘농학’…. 31살 청년 농업인의 부지런한 일손을 보니 기분 좋은 멋짐이다.
27년 가업의 무게를 견디는 듬직함, 기계공학 출신 청년농업인의 ‘과수원 일기’ 중 배 농사를 취재했다.
농업기술센터 이효숙 소장은 “목표를 갖고 농업을 시작한 청년들이 초심을 잃지 않고 현장에 뿌리내리기 위해서는 단순한 인프라 구축을 넘어, 서로의 실패와 성과를 공유하는 ‘네트워크’가 필수라고 생각한다. 각자도생하는 농업이 아니라, 서로의 시행착오를 공유하며 함께 성장하는 연대의 힘이 중요하다. 그런 면에서 송치현 회장은 누구보다 앞장서 현장을 누비며 회원들과 함께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아직은 아버지가 써 내려온 정답지를 베끼는 중
“처음부터 부모님이 반기셨던 것은 아니죠. 고생스러운 길임을 알기에 반대도 하셨지만, 지금은 누구보다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주십니다.”
전공이 아깝지 않으냐는 기자의 질문에는 “농기계를 다루거나 기술적인 대화를 할 때 전공 지식이 큰 도움이 된다”며 웃어 보였다.
그가 농업에 자신 있게 뛰어들 수 있었던 것은 부모님이 만들어 놓은 탄탄한 판로 기반 덕분이다.
“농사는 짓는 것만큼 파는 게 중요한데, 부모님께서 오랫동안 확보해 두신 단골손님들이 매년 늘어나고 있어요. 판로 걱정이 없으니 오직 ‘고품질 농산물 생산’에만 집중하면 됩니다.”
송 회장은 “승계농으로서 겪는 부모님과의 갈등은 없다. 갈등이 있으려면 나만의 확신이 있어야 하는데, 저는 아직 배우는 단계”라며 “아버지가 27년간 써오신 농사의 정답지를 보며 저는 풀이 과정을 맞춰가는 중”이라고 겸손해했다.
하지만 그 ‘베끼기’는 단순한 모방이 아니다. 계절마다 나무 관리 농작업이 다르고, 과수원에 출근해 배나무의 꽃눈 하나하나를 실핀다. 고품질 과실을 위해 직접 계분 퇴비와 마그네슘 비료 작업 등 성실함이 그 바탕에 있다.
현재 약 8,000평 규모의 배 과수원과 2,000평의 사과나무를 관리하고 있다. 특히 일반적인 신고배뿐만 아니라, ‘황금배’를 절반 가까이 재배하며 변화하는 소비자 취향을 공략하고 있다.
연 매출 3억 5천만 원, 배 농사의 매력
현재 송 회장은 약 8천 평 부지에서 연간 80톤 규모의 배를 생산한다. 신고배는 로컬 매장과 직거래로 절반씩 소화하며, 전체 매출은 약 3억 5,000만 원이다.
그가 느끼는 배 농사의 ‘소소한’ 매력은 무엇일까.
“사람 스트레스 없는 삶이 더 만족스럽다”고 말한다. 또한 사과와 비교해 “배나무는 와이Y자 수형이라 조금이라도 작업할 때 그늘이 생겨 햇빛을 피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며 웃어 보였다. 하지만 진짜 매력은 정직한 소득이다.
“농사는 내가 노력한 만큼 결과가 나오죠. 앞으로도 소비자들이 믿고 먹을 수 있는 최고의 배를 생산하는 데 집중하겠습니다.”
송치현 회장은 “친구들이 휴가를 떠날 때 과수원을 지켜야 하는 아쉬움도 있지만, 내가 키운 과일을 당당히 선물할 때 느끼는 자부심이 더 크다”고 웃어 보였다.
‘명품 배’의 조건 : 꽃눈 정리와 발효 계분
배가 100% 직거래로 완판되는 비결은 철저한 품질 관리에 있다. 고품질 배를 생산하기 위한 세 가지 핵심 노하우를 공개했다.
첫째, ‘꽃눈’과 ‘전지·전정’이다. 겨울철, 그는 측지에 붙은 꽃눈을 15cm 간격으로 단 2개만 남기고 나머지는 과감히 제거한다. 특히 하늘을 향해 솟은 ‘도장지’를 잘라내고 옆으로 누운 꽃눈을 살리는 섬세한 작업이 필수다.
둘째, ‘계분 퇴비’의 활용이다. 일반적인 우분(소똥), 돈분 대신 발효된 계분을 사용해 과육을 단단하게 하고 당도를 높인다. 1월경 1.5m 떨어진 반경에 직접 뿌린 뒤, 봄에 로터리 작업을 통해 흙과 섞어준다.
마지막은 ‘마그네슘 비료’다. 엽록소의 핵심인 마그네슘을 추가로 공급해 광합성을 극대화한다. 송 회장은 “마그네슘을 주면 나뭇잎 색이 진해지고 영양분이 열매로 더 잘 전달된다”며 자신만의 비결을 전했다.
농업기술센터의 교육, 성장의 밑거름
“농업기술센터에서 항상 먼저 나서서 도와주세요. 사업이나 교육 정보도 적극적으로 알려주고, 현장 지도를 위해 1년에 몇 번씩 농가를 직접 방문하시죠. 농업기술센터에서 공감해주고 함께 하니까 우리도 ‘으쌰으샤’ 즐겁죠”
송 회장은 4h와 함께 해주는 대전시 농업기술센터의 도움이 컸다며 감사를 표했다.
또한 “농업 기술은 농업기술센터의 교육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다. 청년농업인들을 위해 교육과 정보공유 등을 발 빠르게 우리 청년농업인들에게 알려준다. 지역 청년농업인들을 위해 끊임없이 소통하고 노력하는 농업기술센터에 감사한 마음을 늘 갖고있다. 따라서 우리 4h연합회에서도 소외되는 청년농업인들이 없도록 함께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전시 농업기술센터 김채연 청년농업인 담당은 “우리 대전 4h 회원들은 함께 품앗이 활동하며 영농 봉사활동도 아낌없이 펼치며 서로의 버팀목이 되고 있다. 특히 송치현 회장은 중·고등학교 4-H 동아리 학생들에게 정성을 많이 쏟는다. 영농 체험을 통해 어린 학생들에게 농업에 대한 긍정적인 추억을 심어주며, 함께하는 시간을 보낸다. 농업 인식 개선의 씨앗이 될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이 또한 4h 회장의 멋진 부분”이라고 칭찬했다.
“선물하고 싶어 주문합니다” 최고의 보람
농부로서 가장 행복한 순간을 묻자 “소비자들이 선물 받아서 먹어봤는데 너무 맛있다. 나도 다른 사람에게 선물하고 싶다”며 전화 주문 받을 때 행복하다고 말했다.
* 이 기사는 팜앤마켓매거진 2026년 2월호에서 자세히 볼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