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병오년(丙午年), 말띠의 해가 밝았다. 다사다난했던 묵은해가 지나고, 희망의 새해가 왔다. 병오년의 병(丙)은 불(火)의 기운과 붉은색을 상징하고, 오(午)는 말을 뜻하기 때문에 ‘붉은 말의 해’로 불린다.
새해 첫날 마시는 술을 세주(歲酒)라 한다. “세주(歲酒)”라는 용어가 우리 문헌에 최초로 등장한 책을 단정 짓기는 어렵고, 상황에 따라 조금 유보적인 답이 있지만, 일반적으로 유득공(柳得恭, 1748~1807, 조선 후기의 실학자)이 지은 『경도잡지』에 가장 먼저 “세주 = 설날 술”이라는 의미로 기록되었다고 한다. 『경도잡지』는 서울(한양)의 문물제도·풍속·세시풍속 등을 정리한 민속 풍속서 겸 세시서로, 제2권 「세시편(歲時篇)」에 새해 풍속으로서 ‘세주’가 언급되었고, 원일조(元日條, 설날 항목)에는 새해 초부터 봄이 든다고 보았기 때문에 봄을 맞으며 일할 준비를 해야 한다는 의미로 술에 취하지 않고 맑은 정신으로 한 해를 시작한다는 전통적 풍습을 표현하였다. “세주불온(歲酒不溫)”은 설날 아침에 데우지 않은 술을 마신다는 것은 과음하지 않고 건강을 지키겠다는 새해의 다짐과도 연결이 된다.
『동국세시기』 등 조선 후기 세시풍속 기록에도 정월에 세주를 마시는 풍속이 언급되어 있다. 동국세시기는 조선 후기 학자 홍석모(洪錫謨, 1781~1857)가 엮은 세시풍속 기록서로, 설날, 단오, 추석 등 절기마다 어떤 풍속을 따랐는지를 상세히 적은 책이다. 설날(정월 원일) 항목에서는 제사, 차례, 세배, 세찬(歲饌), 세주(歲酒) 등 설날 풍습이 어떻게 이뤄졌는지 설명하고 있다. 『동국세시기』에 따르면 설날 아침 차례 또는 세배 이후, 집안 어른과 친척에게 술을 대접하는 풍습이 있었고, 이때 내는 술을 ‘세주(歲酒)’라 불렀다고 한다. 설날 음식(세찬, 歲饌)과 함께 술도 반드시 포함되며, 설을 맞아 가족과 친지들을 대접하는 중요한 ‘명절 의례의 일부’였다. 따라서, 설날의 첫술은 단순한 술이 아니라 새해의 복을 기원하고, 한 해를 맞이하며 친지들과 인사를 나누는 사회적·의례적 의미가 있었다.
세주(歲酒)에는 ‘세(歲)’라는 글자가 들어감으로써 “한 해의 시작”이라는 의미를 강조하여 새해의 첫날, 새해의 첫술이라는 것과 설날 의례로서 차례, 세배, 세찬과 함께 “공식적인 새해맞이 행위”의 일부였다는 것을 알 수 있고, 음식과 술을 나누며 가족·친척 간의 화목, 공동체 유대, 새해 건강과 안녕의 복을 기원했다고 할 수 있겠다.
설에 마시는 대표적인 술 도소주(屠蘇酒)와 초백주(椒柏酒)는 한약재인 육계, 산초, 백출(흰삽주뿌리), 도라지, 방풍 같은 여러 가지 약재를 넣어서 만든 술이어서 이 술을 마시면 병이 전혀 생기지 않는다고 믿었다. 집마다 직접 술을 빚거나, 약재를 넣어 약주 형태로 만들어 가족이 함께 첫 잔을 나누며 새해의 복과 건강을 기원했다. 세주를 마시면 한 해 동안 액운이 따르지 않고 집안이 평안하다는 믿음이 있었다. 이는 정월 초하루에 몸과 마음을 깨끗하게 한다는 정화 의식의 성격과도 연결되는데, 생강, 대추, 계피, 감초, 기타 약재를 넣어 만드는 경우가 많아 건강을 비는 의미가 강했다.
세주를 현대적으로 만드는 간단한 레시피를 소개해 보면, 약재를 술에 우려내는 간단한 형태가 많았기 때문에, 집에서도 쉽게 만들 수 있다. 집에서 처음부터 발효하여 술을 빚어도 되지만, 처음부터 누구나 잘 만들 수는 없으니 시판되는 술을 이용하는 것이 편리하다. 먼저 전통 소주 또는 약주 1병(360mL 기준), 생강 2~3편, 대추 2~3개, 계피 반 개(10g), 추가로 취향에 따라 감초 1~2쪽, 꿀 또는 설탕 1큰술(15g) 정도를 준비한다.
생강은 얇게 썰고, 대추는 씨를 빼서 반으로 가른다. 계피와 감초는 흐르는 물에 가볍게 씻기만 하면 된다. 깨끗한 유리병(500mL 이상)에 준비한 재료를 넣고 술을 부어 밀봉하고, 실온 또는 냉장 보관으로 1~3일 정도 우리면 향이 충분히 배어든다. 오래 우릴수록 진해지니 취향에 따라 날짜를 조절하기를 바란다. 설날 아침, 가족과 한 잔씩 나누어 새해 복을 기원하며 마시면 된다. 전통 소주를 넣으면 알코올 도수가 높을 때는 물을 섞어서 주량에 맞춰 마시는 것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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