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농업을 받아들이는 청년농업인의 마음가짐은 단순히 ‘그냥’ 이어받은 것이 아니다. 진도군의 따뜻한 기후와 환경에 맞춰 아열대농업의 새로운 길을 개척하고 있다. 차호준 청년농업인은 ‘아열대 농업의 매력과 가치’를 직접 만들어가겠다는 뚜렷한 의지가 있어, 의젓하고 멋졌다.
친환경 바나나를 재배하며 아열대농업의 새로운 장을 열어가는 그는 단순히 바나나를 생산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농장 체험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소비자와 함께하는 ‘체험형 농업’으로 지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기후변화 시대, 그의 도전은 진도의 아열대농업을 바꾸는 새로운 희망으로 자리 잡을 것으로 기대한다.
진도 ‘반해너’ 농장을 경영하는 차호준 청년농업인의 첫 마디는 “한 번 드셔 보세요. 무농약 재배입니다. 열심히 배우고 도전하면서 여기까지 왔습니다. 주변 농가와 진도군 농업기술센터의 도움 덕분에 이제는 안정적으로 농사를 짓고 있죠.”라며 아낌없이 바나나를 선물한다.
농업기술센터 농촌활력과 김기홍 과장은 “기술로 농업을 바뀌는 청년농업인들이 대단하다. 진도농업기술센터는 청년농업인의 영농 정착지원 관련 교육 및 역량 강화를 위해 청년농업인을 담당하는 농업교육팀뿐 아니라 전 직원들이 영농기술·농업경영, 창업 단계별 교육, 식품·유통 교육, 스마트농업 기술 역량교육 등 다양한 형태의 교육 과정을 진행하며 적극적으로 소통해 나가고 있다. 앞으로도 안정적으로 정착하여 소득을 올릴 수 있도록 지속적이고 아낌없이 지원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바나나와 파인애플로 아열대 농업 도전
바나나와 파인애플을 재배하는 청년농업인 차호준 대표의 바나나 농장을 걷다 보면 마치 해외 바나나 농장에 있는 듯하다. 올해 3년 차 재배하고 있다는데, 기자는 바나나 나무를 보는 것만으로 힐링 됐다. 현재 그는 900평 규모의 하우스에서 바나나를 재배하며, 파인애플도 재배하기 위해 육묘하고 있다.
“벼농사와 구기자, 고추, 호박 농사에 주력했는데, 2020년 청년농업인 지원사업 공모를 통해 아열대 작목을 선택했죠. 아버지께서 아열대 작목에 관심이 많으셔서 시작하게 됐지만, 초장기에는 실패해서 솔직히 힘들었죠. 하하하”
바나나 농장의 하우스 구조는 ‘우산형’으로 설계되어 태풍과 강풍에 대비했다. 맨 끝 높이는 9m, 중간은 8m로 바람이 위로 올라가도록 설계되어 안정성을 높였다고 한다.
재배 기술은 제주도와 선도 농가를 찾아가 하우스 구조와 재배법을 배우며, 농사 과정을 직접 습득했다.
바나나 재배부터 수확
재배하는 품종은 ‘황금성동’으로 찰기가 있어 부드럽고 당도가 높다. 일반 바나나보다 수고가 약 50cm 낮아 수확이 편리하고, 한 송이당 평균 25~30kg의 안정적인 수확량을 보인다.
차 대표는 “병해충에도 강한 편이고 온도는 18~21℃로 관리만 잘하면 품질이 매우 좋다. 난방비용이 많이 나오지만, 최소 온도 17℃를 유지하면 생육이 빠르고 건강한 과실을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900평 바나나 하우스에 520주를 식재했다. 심는 거리는 1m 75cm 정도로 나무의 스트레스를 줄였고, 통풍과 생육 환경을 확보했다.
현재 재배 중인 바나나는 1년 차부터 4년 차까지 꽃이 피고 열매가 익기까지 약 4개월이 소요된다. 고품질의 바나나를 생산하기 위해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지만, 특히 관수 관리가 포인트라고 강조했다.
겨울철 난방은 1월부터 3월까지 집중적으로 사용되며, 총매출 1억 원 중 난방비가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순수익은 약 7천만 원 수준으로, 청년농업인의 자립과 소득 안정화에 기여하고 있다.
처음에는 바나나를 생산하는 데만 집중하고 수확 후 후숙 과정을 몰라 수확한 바나나를 다 버려야만 하는 등 실패를 경험했다. 차츰 노하우를 축적하면서 점차 안정적인 수확과 출하가 가능해졌다. 그가 생산한 바나나는 친환경 재배이면서 식감이 찰지고 당도가 높아 젊은 층의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다. 수입 바나나와는 확연히 다른 신선도와 식감 등으로 한 번 구매한 소비자가 재주문하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다. 또한 생산과정에서 비상품 바나나는 노인회관, 장애인 복지회관 등 지역 기관에 나눔으로써 농업이 지역사회와 함께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차호준 대표는 “우리 바나나는 직접 재배하여 신선하고, 맛있다. 아이들부터 어르신까지 즐겨 먹을 수 있도록 친환경 재배한다는 것에 자부심이 있다. 처음에는 재배부터 유통 판매까지 시행착오도 겪었지만, 점차 농사 방식과 수확 관리에 익숙해졌다. 또한 소비자들의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어 바나나 농사짓는 즐거움도 있다”고 덧붙였다.
농업기술센터 농업교육팀 신재욱 지도사는 “청년농업인이 아열대 작목에 도전한다는 것이 쉽지 않겠지만, 지속적인 기술 적용과 품질관리를 통해 국산 바나나의 안정적 생산과 소비 확대가 늘어나고 있어 앞으로도 좋은 성과를 올릴 것으로 기대한다. 또한 혼자만의 농업이 아니라 지역민들과도 함께하고 있어 농업 발전에 기여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농업기술센터 지도와 목표
“농업기술센터의 도움이 없었으면 꿈도 못 꿨죠. 아열대농업에 대해 도전 자체를 시작하기도 어려웠을 겁니다. 모르는 부분을 세심하게 지도해 주셨고, 홍보나 판로 지원에도 관심을 가져 주셨어요.”
차호준 대표는 “도전할 수 있도록 바나나 농업의 기반을 마련해준 진도군농업기술센가 가장 큰 힘이다. 또한 아버지께서 신뢰해주시고 격려해 주시면서 경험과 노하우를 전수해주신다. 고마움에 보답하기 위해 고품질 바나나 생산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원예기술팀 채효진 팀장은 “성실함과 창의성을 겸비한 차호준 청년농업인을 칭찬하고 싶다. 연중 재배하다 보니 경영비 부담이라든지, 경쟁력 있는 재배기술 등이 부담됐을 텐데, 끊임없이 노력하고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아열대 농업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모범적인 농가”라고 칭찬했다.
현재 차호준 대표는 체험형 농장을 조성해 가면서 6차 산업으로의 확장을 준비하고 있다. 하우스 주변에는 아이들이 고구마나 호박을 수확할 수 있는 체험 구역을 운영하고 있으며, 비상품 바나나는 막걸리 공장에 공급해 바나나 식초나 막걸리 원료로 제공하고 있다.
“저 역시도 바나나 농산물을 활용하여 가공품을 생산하는 것도 도전하고 있습니다. 1차 농산물에 그치지 않고 농촌융복합산업을 통해 부가가치를 높이는 게 목표입니다.”
차 대표는 “앞으로는 망고와 두리안 등 다른 아열대 작목에도 도전할 계획이다. 이미 재배 시스템이 갖춰졌기 때문에 희소성 있는 아열대 작목도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 남쪽 지역 기후를 최대한 활용해 다양한 아열대 과일을 국산화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 이 기사는 팜앤마켓매거진 2025년 11월호에서 자세히 볼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