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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농업

“집에 술독이 없는 집은 드물었다.” 이게 무슨 말이지? 하는 분들이 계실 것이다. 산업화 전만 해도 우리는 집에서 만든 술을 마시는 문화가 있었다. 제사 때나 마을 사람들이 모여 잔치를 벌일 때, 가족이 모여 밥상 앞에 앉을 때까지….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집에서 술을 빚는 것은 불법이 되었고, 단속을 피해 뒷산으로 술 항아리를 옮기면서 ‘전통주’는 우리 기억 속에서 희미해졌다. 그 자리를 소주와 맥주가 차지했다.

 

70년대 빠른 산업화로 소주와 맥주가 대중화되고, 아파트 주거와 도시화로 집에서 술 빚는 문화가 사라졌다. 90년대 이후에는 잔치와 제사 문화가 바뀌면서 전통주의 자리는 사라져 갔다.

 

세기말 X세대의 등장과 함께 와인을 즐기고, 위스키와 브랜디의 소비가 증가하였다. 경제성장으로 외국의 유명 프랜차이즈 음식점이 한국에 들어오면서 외식문화가 늘어났다. 쉽게 마실 수 있는 소주나 맥주가 식상해서였을까? 인터넷 시대가 열리면서 온라인 동호회가 만들어지고, 오프라인의 모임이 활성화 되면서 와인이나 위스키에 관심 있는 소비자들의 모임이 잦아졌다.

 

언제인지 확실하게 말 할 수는 없지만 어느 날부터 전통주가 ‘부활’의 길을 걷고 있었다. 와인과 같은 술이라 할 수 있는 복분자주가 소비가 늘어났다. 백세주라고 하는 약주도 소비시장이 늘어났다. 백세주는 故 배상면 국순당 회장이 생쌀발효법으로 공장형 생산으로 성공한 대표적인 약주이다.

 

술을 빚을 때는 일반적으로 쌀을 세척하고, 쪄서 고두밥을 짓고, 효모와 누룩을 넣어 2주 정도 발효하는데, 생쌀발효법이란 쌀을 찌지 않고 말 그대로 생쌀로 빚는 방법이다. 쌀을 씻지도 않고, 찌지도 않으니 물도 아끼고, 오수도 줄어들고, 보일러 비용도 아끼고, 작업이 줄어드니 인건비도 아끼고, 일석이조이 아닌 일석다조의 효과를 얻는 양조방법이다. 생쌀발효방법이 이렇게 획기적인 기술이라면 왜 그동안 사용하지 못했는가? 누룩에 비밀에 있다. 술이 만들어지는 과정은 원료인 쌀에 효모와 누룩을 혼합하여 발효를 시킨다. 쌀은 전분으로 구성되어 있어 누룩에 있는 곰팡이에서 만들어진 당화효소에 의해 효모의 먹이인 포도당을 만든다.

술에 이용되는 좋은 누룩을 효과적으로 만들지 못했기 때문에 생쌀보다는 고두밥을 지어서 술을 만들게 된 것이다. 과학이 발달하여 좋은 곰팡이만을 배양하는 기술이 확립되면서 생쌀을 분해하는 효소를 만드는 생쌀발효법으로 술을 만들 수 있게 되었다.

 

한국, 중국, 일본 등 동아시아 3국은 누룩의 곰팡이를 이용한 양조법이 발달되어 있고, 유럽 등 서양은 맥아를 이용한 양조법이 발달했다. 맥아는 식혜를 만드는 엿기름과 같은 것으로 보리의 싹에서 전분분해효소를 얻을 수 있다. 우리가 밥을 꼭꼭 씹어 먹으면 단맛을 느끼는 것이 침 속에 있는 아밀라아제라는 당화효소가 전분을 분해해 포도당으로 바꾸기 때문이다. 포도당은 거의 모든 생물이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는 물질이다.

 

포도당이 사슬처럼 이어져서 만들어지는 탄수화물 구조물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포도당을 효모가 먹고 에탄올과 이산화탄소를 만든다. 그래서 술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술독에 촛불을 넣어보고 꺼지면 발효가 되고 있어서 이산화탄소가 있는 것이고, 촛불이 꺼지지 않으면 이산화탄소가 없으니 발효가 끝난 것으로 이해하였다.

맥주에 탄산가스가 가득한 것은 이러한 이산화탄소를 포집하여 가두어 두었기 때문이다. 산업이 발달하면서 별도의 탄산가스를 주입하여 청량감을 높이는 음료수를 만들지만, 맥주는 발효과정에서 얻어지는 탄산가스를 이용한 천연 음료수였던 것이다. 물론 스파클링와인처럼 포도주에서도 탄산가스를 포집하기도 한다. 일반적인 포도주에는 탄산가스가 없지만, 효모를 효과적으로 이용함으로서 탄산을 포함하는 와인을 만들 수도 있다.

농촌진흥청에서는 생쌀발효법으로 소주를 만드는 기술을 양조장에 보급하고 있다. 국순당의 생쌀발효법이 1세대라고 한다면 현재는 3세대 생쌀발효법까지 개발되어 있다. 2세대는 소주용 생쌀발효법이었다.

씻지 않은 쌀과 쌀 중량의 3배에 해당되는 물을 넣고, 누룩과 효모를 넣어주면 속도는 조금 늦어도 3주 정도면 발효가 끝난다. 그리고, 증류를 해서 소주로 만들면 생산비용은 낮추고 생산수율은 높일 수 있었다.

 

기존 고두밥 공정일 때 발효준비에 8시간이 걸리던 것이 생쌀발효법으로 하면 1시간 이내 처리 가능하여 시간과 노동력을 절약할 수 있다. 3세대의 생쌀발효법은 가루쌀을 이용하는 것이다. 가루쌀은 단단한 정도가 일반 쌀에 비해 30% 수준으로 낮고, 찌지 않아도 발효가 잘 되서 생쌀 발효에 적합하고 친환경 양조공정에 적합한 쌀이다. 가루쌀 조직의 물성이 느슨하여 전분이 남지 않는 완전 발효가 가능하며 전통주 양조용뿐만 아니라 쌀 맥주 원료로도 사용고 있다. 가루쌀의 특성 때문에 일반 멥쌀 대비 발효시간이 30% 단축되어 경제적으로 효율적인 증류식 소주를 생산할 수 있다.

 

농촌진흥청은 다양한 우리 농산물로 양조기술의 개발과 증류주 제조기술의 융복합을 통한 산업화 촉진에 노력을 해 왔고, 양조기술의 현장 적용을 위해 용인, 여주, 청주, 문경, 곡성 등에 있는 소규모 양조장에 기술을 보급하였다. 농업과 농업인, 농산업의 상생을 위한 길을 만들어 가는 것이다.

 

전통주에 대한 관심들이 높아지면서 다양한 술들을 시장에서 볼 수가 있다. 어찌보면 술은 인간이 세상에서 살아가는데 많은 부분을 함께 하고 있다. 관혼상제에 술이 있고, 음식문화와 여가활동 중에 건강하게 자리 잡고 있다. 물론 무엇이든지 지나치면 독이 될 수 있다. 우리의 생활 속에 함께 하고 있는 술! 건강하게 즐기기 위해 조금씩 가까워질 수 있는 이야기를 나누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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