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농약 오이를 생산하는 한상우 대표가 “직접 개발한 양액재배는 연작 피해가 없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라며 “생산비 절감은 물론 연중 안정적인 재배 환경을 구축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여름철 고온과 노동 강도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시작한 저비용 수경재배는 설치비와 연간 경영비를 크게 낮추고, 폐기물 문제도 줄이는 실용적 대안으로 자리 잡았다. 직접 설계한 양액재배시스템을 살펴보면 두둑 위에 폐 육묘트레이를 깔고 그 위에 자루 배지를 놓는다.
자루배지는 코코넛 껍질 기반으로 만들어져 친환경적이고 무균이며, 사용 후 토양개량제로 재활용할 수 있는 특징이 있다. 한마디로 ‘두둑형 자루배지시스템’으로 기존 토경농사 대비 노동력과 경영비를 약 5분의 1수준으로 낮췄다고 설명했다.
평택시농업기술센터 이우진 소장은 “지역의 선도 농가들이 자신만의 노하우를 활용하여 생산비 절감과 안정적 재배 환경 구축을 동시에 이뤄내며, 농업의 지속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한상우 농가도 농업의 가장 큰 과제인 생산비 절감에서 해법을 찾아냈고, 후배 농업인들에게 길잡이가 되는 선도농가”라면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오이 작목 선택 이유
“토마토가 더 괜찮지 않냐?”는 기자의 질문에 고개를 저었다.
“예전에는 토경 토마토 소득이 그래도 괜찮았는데, 지금은 저희 농장에서는 수지가 맞지 않습니다. 10년 가까이 토경 토마토를 재배해왔지만, 연작 피해와 낮아진 수익성이 결국 작목 전환의 이유가 됐죠.”
한상우 대표는 “토마토 재배는 오이보다 인력이 덜 투입되고 유통센터에서 선별까지 가능해 수월한 면이 있었다”며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러나 농촌 고령화가 가속화되어 노동 강도가 낮은 농업의 필요성이 커졌고, 그는 새로운 재배 방식에 눈을 돌리게 됐다.
과거 3천 평 규모의 토마토 농사를 운영하던 그는 학교급식 납품을 위해 오이를 재배하기도 했으며, 가을철에는 다시 토마토를 심어 순환 재배를 이어갔다. 하지만 현재는 스스로 고안한 수경재배 기술을 통해 오이 재배에 전념하고 있다. 이제는 연중 무농약 오이를 안정적으로 생산하는 시스템을 확립했으며, 노동 강도 완화와 생산성 향상, 나아가 생산비 절감을 동시에 실현하며 선도농가로 자리매김했다.
양액재배로 해결했죠
“인력이 적게 들고, 일단 설치해 놓으면 10년, 20년 계속 쓸 수 있어요. 토경 농사에서는 로터리, 밑거름, 멀칭, 정식 등 손이 많이 가는 작업이 끊임없이 반복되죠. 반면 수경재배는 작물을 걷어내고 바로 다시 심기만 하면 되니, 노동 강도가 훨씬 낮죠. 여름에 경운이나 로터리 작업하러 나가면 하우스 열기가 40~50도예요. 누가 작업을 하겠습니까. 쓰러져 잘못하면 죽을 수도 있죠.”
한상우 대표는 “여름철 폭염 속에서 반복되는 농사일, 그리고 인력 부족이 현실이다. 한여름 고온에 기계·인력이 투입될 때 작업자가 쓰러지는 위험까지 있어 이를 피하고자 개발했다. 또한 농사를 지속하려는 현실적 고민과 안전 확보가 절실했다. 자체 개발한 양액재배시스템은 노동력을 최소화하고 경영비를 절감하기 위한 대안”이라고 말했다.
양액시스템은 단순히 편리함을 넘어, 연중 안정적인 생산과 효율적인 농장 관리라는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연중 재배, 노동력 걱정 없이
“1월에 정식하면 3월부터 수확이 시작돼 6월까지 이어져요. 그때까지는 외국인 노동자와 함께 작업하지만, 이후에는 제가 혼자서도 충분히 관리할 수 있죠.”
하우스 안의 양액재배 시설은 연중 반복되는 농사 일정에 최적화돼 있었다. 6월 수확이 끝나면 작물을 제거하고, 잠시 휴식기를 가진 뒤 8월 중순에는 다시 정식이 시작된다. 9월부터 11월까지 이어지는 가을 수확기는 농장주 혼자서도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
“12월에는 시설을 정비하고, 다시 1월 정식 준비합니다. 노동력 부담이 크게 줄어들었어요. 사람을 계속 쓰지 않아도 연속적으로 농사를 지을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입니다.”
연중 재배 구조 덕분에 농장은 효율적인 작업 흐름을 유지할 수 있다. 일손 부족과 계절적 한계를 넘어, 농장은 한층 체계적이고 안정적인 생산 시스템으로 자리 잡았다.
비용과 노동 절감 “토경의 1/5 수준”
또 다른 매력은 비용과 노동 절감이다. 자신의 양액재배시스템이 전통 토경농사에 비해 경영비와 노동력을 약 5분의 1 수준으로 낮춘다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토경농사 150평 기준으로 비료, 퇴비, 미생물제 등 들어가는 비용이 약 130만 원 정도라면 제가 설치한 양액재배 시스템은 초기에 60만~80만 원 정도로 충분합니다. 설치 후 매년 드는 유지비가 상대적으로 적어 장기적으로 경제성이 높죠. 한 번 설치하면 그다음부터는 들어갈 일이 거의 없어요. 경영비 절감이 가장 중요해서 바꿨습니다.”
실제로 하우스 안을 둘러보면, 토경 농사에서 볼 수 있는 복잡한 기계와 자재, 사람 손길이 훨씬 단순화돼 있는 것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초기 설치만 제대로 해놓으면, 이후에는 작물 관리에만 집중할 수 있어 농장의 노동 강도와 비용 부담이 동시에 줄어드는 구조다.
“누구나 이런 양액재배 방식을 배우겠다고 하면 함께 공유하며 알려주고 싶습니다.”
한상우 대표는 “힘든 오이 농사보다 노동력과 생산비를 감소하면서 농가 소득도 올리는 농사를 농업인들과 공유하고 싶다. 요즘은 농사짓는 즐거움이 더 크다”고 말했다.
*이 기사는 팜앤마켓매거진 2025년 10월호에서 자세히 볼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