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의 농업농촌의 가치를 바꿔나가는 평택시농업기술센터. 시민이나 농업인들에게 영감을 불어넣는 공간도 갖춰 서로에게 힘이 되는 공촌의 가치를 보여주고 있다. 이우진 소장과 대화하다 보면 끊임없이 변주하는 농업환경에 한계가 존재해도 극복해 나갈 것이다는 답을 들을 때가 있다. <편집자주>
2016년 여름 어느 날로 기억된다. 입사한 지 1년 정도 되는 새내기 농촌지도사들에게 숙제를 내준 적이 있다. 숙제의 제목은 ‘집 나간 자식이 돌아오면’이었다.
현재 다른 직업에 종사하고 있는 농업인의 자녀가 가까운 미래에 농사를 짓겠다고 돌아오면 우리 농업기술센터에서는 이들의 성공적인 정착을 위해 무엇을 준비해야 할 것인가가 숙제의 내용이었다.
그로부터 8년이 지난 지금 평택시에는 비교적 농업기반이 잘 갖춰져 있는 농업인의 자녀들이 돌아와 청년 농업인으로 건실하게 성장하고 있다.
얼마 전 ‘가까운 미래를 준비하자’라는 주제로 청년 농업인들에게 강연을 한 적이 있다.
미래 농업을 준비하기 위해 청년 농업인들이 고민해야 할 것은 무엇인가가 강의 내용의 핵심이었다. 강의가 마무리될 때쯤 질문 하나를 받았다.
청년 농업인 지원정책이 확대되었다고 말하지만, 기존 농업인 지원 예산 대비 턱없이 부족한 청년 농업인 예산만으로 향후 증가가 예상되는 평택시 청년 농업인에 대한 효과적인 지원이 가능하겠냐는 것이었다.
집 나간 자식이 돌아오면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케케묵은 숙제가 순간 떠올랐다. 에둘러 답을 하면서 강의 준비과정보다 더 많은 고민을 하게 되었다. 2016년에 젊은 직원들과 함께 고민했던 숙제의 답은 나에게 여전히 현재진행형이었던 것이다.
여러 매체나 보고서에서 접하는 미래 농업의 모습은 막연한 희망과 꿈으로 채워져 있다. 디지털 농업, 스마트 농업, 지속 가능한 농업, 관광·교육·치유·게임산업 등과 융합된 농업, 생산자와 소비자의 연대, 농업인의 사회적 지위 향상 등과 같은 것들이다.
모두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될만한 만만한 것이 하나도 없다. 많은 이들의 노력과 지원이 필요한 무거운 주제들이다.
현재 농업이 처해 있는 현실은 이런 희망과 꿈과는 거리가 멀다. 농업인들은 농산물 가격 빼고 다 올랐다고 하소연한다. 현장에서는 돈을 줘도 일할 사람을 구할 수 없다며 대책을 요구한다.
기후변화로 영농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뭐를 심어야 할지 난감하다고 말한다. 농업인의 사회적 지위가 점점 떨어져 자괴감까지 든다며 눈물을 보이기까지 한다. 농업행정은 실제 영농현장과 괴리가 있고 지원은 따라오지 못한다고 볼멘소리를 한다. 이게 현재 농업의 현실이다.
청년 농업인의 부모 세대가 경험한 농산물 시장에서는 수요보다 공급이 적었다. 뭐든 생산만 하면 잘 팔렸다. 청년 농업인이 경험하는 농산물 시장은 대부분 수요보다 공급이 많다. 판매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진 것이다. 이들에게 소비시장의 변화가 영농 의사결정의 최우선 고려 요소가 되어야만 하는 이유다.
소비자들이 제품의 속성에 눈을 뜨면서 생산 단계에서 기업에서는 이들의 다양한 요구를 반영하여 제품을 생산하고 시장을 만들어나가고 있다. 다양한 품질과 가격으로 확장해가는 커피 시장이 단적인 사례다.
만약 농산물 시장에서 이런 소비자들이 많아진다면 어떻게 될까? 기업처럼 소비자들의 요구를 영농 의사결정과정에 반영하지 않는다면 장바구니는 국내 농산물이 아닌 수입 농산물로 채워질 가능성이 크다.
나는 청년 농업인의 질문에 대한 답을 여전히 찾고 있지만, 오랜 경험으로 농업기술센터가 이들에게 줄 수 있는 것은 알고 있다.
농업기술센터는 스스로 길을 찾을 수 있도록 그들의 역량을 키워주는 곳이다. 그들이 필요한 정보를 언제나 얻을 수 있는 준비된 곳이다. 그들의 삶의 질을 높여주기 위해 언제나 노력하는 곳이다.
강의를 마무리하면서 나는 청년 농업인들에게 몇 가지 질문을 던졌다. 여러분들은 지금 이 순간이 얼마나 간절하십니까? 여러분은 원하는 것을 이룰 수 있는 역량이 있습니까? 주변에 당신의 부족함을 채워줄 누군가가 있습니까?
농업기술센터는 언제든 먼저 문을 두드리는 당신을 도와줄 준비가 되어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