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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생태소설

자연생태 거미 이야기<3>

엄마의 사랑



어둠의 정적은 말이 없다
휴전선을 경계로 두고 움직이는 장병들의 움직임만 때때로 분주하다.
남에서 부는 바람이 분단의 한을 싣고 산마루에 맴돌다 한숨처럼 사라진다.
한 밤의 정적을 깨는 길 잃은 노루가 천방지축 뛰어다닌다.
어둠도 길을 잃었다.
엄마의 인기척이 들리자 아라이와 형제들은 안심 섞인 푸념을 한다.
“엄마. 우리만 남겨둔 채 어딜 다녀오세요?”
엄마는 말이 없다.
아이들은 엄마의 무관심에 다시한번 두려움을 느낀다.
엄마의 입에는 처음 보는 물건이 물려 있었다. 마치 재갈을 물고 계시는 것 같아 아라이가 물었다.
“엄마, 누가 엄마의 입에 재갈을 물렸나요?”
엄마는 입에 물고 있던 것을 산실 위에 내려놓고 말을 이어갔다.
“애들아, 이것은 재갈이 아니라 너희들을 보호해줄 위장막 같은 것이란다.
이것은 상수리나무 아줌마에게 양해를 구하고 물어 온 나무 껍질이란다. 나무껍질과 모래, 먼지 등 우리 주변에 있는 모든 재료를 이용해 너희들이 보이지 않게 산실 앞에 붙여서 너희들이 숨을 수 있도록 이 엄마가 물어다가 막을 거란다. 너희 들이 숨어있는 하얀 산실은 겨울철에는 눈처럼 하얗기 때문에 잘 보이지 않지만 봄이 되면 천적들의 눈에 뛰기 쉽기 때문에 이렇게 여러 가지 재료들을 이용해 위장을 해야만 너희들이 무사히 알에서 깨어날 수 있단다.“




엄마는 말이 끝나기도 전에 또 다른 무엇인가를 찾기 위해 떠나갔다.
엄마의 등 뒤로 보이는 쓸쓸함이 왠지 전선의 밤처럼 적막하였다.
엄마의 쓸쓸한 뒷모습을 날이 샐 때까지 바라보다 아라이는 잠이 들었다. 
아라이가 눈을 떠 보니 산실은 온통 나무껍질과 티끌 먼지 등으로 뒤 덮어 밖이 잘 보이지 않았지만, 산실 밖에 보이는 커다란 물체가 엄마라는 것만은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아라이는 눈을 씻고 엄마를 살펴보았다.
그런데, 통통하고 아름다움 자색의 몸이었던 엄마가 홀쭉하고 야윈 상태로 너무도 지쳐 있는 모습에 아라이는 가슴으로 눈물을 흘렸다.


 아라이가 울먹이며 엄마에게 말을 꺼낸다.
 “엄마! 엄마!
우리 엄마 맞지요!“
엄마는 대답이 없다.
 아라이는 더 힘껏 엄마를 부른다.
“엄마, 엄마
엄마 맞지요!“
 엄마가 눈을 들어 아라이를 보며 말한다.
“그래 우리 딸, 엄마 맞아.”
“엄마. 그런데 왜 이리 야위었어요?”
“엄마가 사랑하는 너희들은 세상에 내 보내느라 힘들어서 그래”
“싫어. 엄마. 나 엄마하고 오래 살고 싶어.”
“그래 엄마하고 오래 살아야지....”
  그런데 엄마가 힘이 없다, 아라이하고 오래 살아야하는데.....“
“엄마 힘내요. 내가 알에서 깨어나면 엄마 맛있는 거 많이 잡아다 드릴게요. 조금만 힘내세요.”
“그래 우리 딸 고맙구나....”
엄마의 목소리가 점점 가늘어져 간다.



아라이가 잠들어 있던 순간. 엄마는 온 힘을 다해 나무껍질과, 티끌, 먼지 등을 모아 산실을 위장하고 있었던 것이다.
뼈를 깍는 듯한 아픔으로 무사히 태어날 새끼들을 보호해줄 위장막을 만드느라 엄마는 그렇게 삶의 끈을 조금씩 놓고 계셨던 것이다.
 엄마는 밤을 지세며 산실을 만들고 알을 낳고 또다시 위장하는 고된 일로 까만 밤을 하얗게 보냈던 것이다. 엄마는 자신의 생이 이젠 별로 남아있지 않음을 직감적으로 느끼고 잠시 숨을 고르며 위장된 알집을 살펴보았다. 엄마는 만족해하며 입가에 웃음을 지었다. 



만신창이 된 몸으로 엄마는 다시 움직이기 시작하였다. 엄마는 위장된 알집을 품에 안고 꿋꿋하게 서 계셨다. 앞으로 깨어날 자신의 분신인 새끼들을 보호하기 위해 천적들로부터 알집을 지키고 서 계신 것이다.



“엄마 어디 아파. 괜찮지?”
“아라이, 엄마는 괜찮아. 우리 아기들도 괜찮지?”
아라이와 형제들은 거칠지만 다정한 엄마의 목소리에 세상 밖에 대한 두려움을 잠시 잊을 수 있었다. 그러나 그것이 엄마와의 마지막이라는 것을 누구도 알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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